권천학의 시마을

6월의시-현충일에 부쳐

천마리학 2021. 6. 12. 05:48

 

6월의 시 * 權 千 鶴
-현충일에 부쳐











호박꽃 초롱에 개똥불 밝히고
남몰래 외로움을 키우던

아들아,


청보리 익히는 바람결에

역사의 늪은 깊어만 가는데,

꽃다운 너희들의 순결한 피와 흰 뼈 묻힌

6월의 산야에 귀 기울이면

들려오는 소리

잊어서는 안 된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뼈를 깎는 그 소리
오장이 떨려 말할 수 없어

보릿고개 허기를 샘물에 동동 타 마시고
청올치 질긴 가닥으로 살았던우리네 목숨

삐비꽃 피는 언덕에서
속절없이 바람만 불어온다 한 들
누구라도
풀꾹새 우는 뜻을
눈물로 새겨듣지 않으랴

초여름 보리누름에 오금이 쑤셔
밭둑길 내닫던
아들아,

개구리 논배미 물꼬 터놓고
눈물 고인 목울대 씻어내어도
아물길 없는 그 날의 아픔
아카시아 꽃자리 메꾸며
차오르는 나이


언젠가그 언젠가 돌아와 서야 할
그대들의 자리

벼가 자라고 있는 들녘에 서면
살아있는 목숨이 그저 부끄러워


 

 

'권천학의 시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ppt-시-외할머니  (0) 2021.10.19
가을샹송  (0) 2021.09.29
모란안부  (0) 2021.06.10
봄망치-Spring Hammer  (0) 2021.04.17
복은 짓고 나이는 한 살 먹어 없애자!  (0) 2021.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