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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복수

천마리학 2021. 3. 15. 22:24

유쾌한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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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피니언 관리자 (opinion@koreatime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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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 Nov 2019 05:10 PM

 

유나이티드... 유 브로크 마이 테일러 기타아 유나이티드 유나이티드... 유 브로크마이 테일러 기타, 유 브르크 잇, 유 슛 휙싯...(United... United...You broke my
Taylor Guitar, United... United...You broke it, you should fix it...You're liable,
just admit it...)
그동안 몇 차례의 보잉 737맥스의 기체결함으로 말썽을 일으키고 밀고 당기면서 생산중단이 우려되는 상황까지 갔었는데, 이번 두바이에서 열린 국제에어쇼에서 익명의 항공사로부터 10대의 수주를 받음으로서 앞으로 생산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직 정식 주문까지는 아니어서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일단 수주 의향을 밝혔어도 정식 주문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객들의 믿음을 다소 회복한 분위기 쇄신은 된 듯하다.


이 일을 지켜보면서, ‘유나이티드... 유 브로크 마이 테일러 기타...이다. 유나이티드가 나의 테일러 기타를 부쉈어. 고쳐줘야 해, 댁들 책임이니까 인정 좀 하시죠...’
평소에 노래를 잘 하는 편도 아니고 가사 전체를 기억하는 것도 아니어서 토막토막 떠오르는대로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다. 두어 해 전, 카나다 핼리팩스에 사는 가수 데이브 캐럴(Dave Carroll)이 미국에서 약속된 공연 때문에 네브라스카행 유나이티드 비행기를 탔다. 도착하고 보니 수하물로 부친 기타가 부서져 있었다.


3천5백달러짜리였다. 보상을 요구했다. 공항직원은 비행기표를 끊은 캐나다 공항에 가서 불만처리를 하라고 했다. 불쾌했지만 공연시간 때문에 머뭇거릴 수가 없었던 그는 일단 자신의 돈으로 100만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수선을 해 공연을 마친 후 항공사에 정식으로 보상을 요구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사에서는 이리저리 이유를 대면서 시간만 끌었다. 규정상 사고발생 후 24시간 이내에 보상을 요구해야 하는데 그 시간을 넘겼기 때문에 보상할 책임이 없다는 최종답변을 받는데 일 년이 걸렸다. 화가 났다. 이름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컨트리송 가수에 힘도 없고 돈도 없었다. 그래서 더욱 속이 상했다. 그냥 말수가 없었다. 계속 거절을 당하자 자신이 할 수 있는 복수의 방법을 찾았다. 노래를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렸다.
가사 내용은 문학적인 문장도 아니고, 사실 그대로를 써내려간 내용에 곡을 붙였다.
'United Breaks My Guitars(유나이티드가 내 기타를 부러뜨렸어)‘라는 노래였다. 긴편에 속하는 가사는 아주 쉬운 내용으로 반복구사해가면서 유나이티드를 비난했다.
유나이티드는 꿈쩍도 안했다. 기타를 함부로 다루는 유나이티드의 직원과 항공노동자들의 모습을 풍자한 동영상을 만들어 업로드했다. 조금씩 퍼져나갔다. 그때까지도 유나이티드는 시큰둥하면서 당근과 채찍을 내밀었다. 수리비와 기타 값 이상을 보상해주겠다고 회유와 동영상을 지우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는 협박이었다. 그는 이미 보상 따위 바라는 마음은 없어진지 오래라고 거부하며 동영상 두 편을 더 만들어 올리겠다고 했다. 그 사이 유튜브는 점점 퍼져나가며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가 다시 동영상을 업로드 한 지 나흘만에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주식이 10% 급락, 1억 8천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기타를 5만 개 이상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이 사실을 CNN과 폭스 뉴스 등에서 비중 있게 소개하였다. 드디어 유나이티드항공사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결국 유나이티드항공은 그에게 사과하고, 노래 동영상을 수하물 관련 직원들의 교육용으로 쓰기로 했다. 뿐만 아니라, 악기 등 파손우려가 큰 물품은 기내에 반입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치기까지 했다. 그런 조처들이 다른 항공사들까지도 받아들이게 했다.


한 사람의 힘이 거대한 기업을 흔들어댄 사례가 되었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의 항공여행이 더욱 편리해졌다. 나 역시 이번에 KAL로 한국을 다녀오면서 도자기 몇 점을 기내로 반입하여 가지고 올 수 있었던 것도 그의 덕분이다.
살다보면 이처럼 뜻하지 않은 불상사가 일어난다. 내가 당하기도 하고 저지르기도 한다.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비록 실수였다고 하더라도 일단 저지른 사람이 자신의잘못을 인정하고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응분의 피해보상을 해주는 것이 상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 또는 자기편의 유익만을 고려하여 억지를 쓰거나, 돈이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여 묵살하기도 한다. 결코 권력 되어서는 안 될 돈이나 사회적 지위가 권력화 되어 잘못 쓰이는 것이 곧 ‘갑질’이고 ‘내로남불’이다. 당연히 근절되어야 할 악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