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노동당사에서

천마리학 2020. 6. 24. 02:40

지난 6월16일, 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1년9개월만에 폭파되었습니다.
우리의 자존심과 540조가 넘는 세금이 한 순간에 날아가버렸습니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나요?


 


노동당사에서   *   
권   천   학

 

 

온몸이 통째로 슬픔의 귀가 되는

약속의 땅

사지가 찢겨나간 자유의 토막들이
아직도 채워진 수갑을 못 푼 채

조국을 부르는 소리

 

노동당사의 지하실에 갇힌 피울음을 
하늘로,

하늘로 퍼내는 죽지 찢긴 솔개미 

탱크 바퀴에 깔렸던 플잎들은 
소리 없이 일어서고

참호마다

싸늘하게 내려앉은 어둠은 
병사의 가슴을 관통시킨다

 

북녘의 바람은 좌표를 잃는 채 
정처 없이 떠돌다가

마른나무 가지에 걸려 연(鳶)이 되고

족쇄 채워진 소망을 두른 채

떨고 서 있는

겨울 나무의 숨소리





오래 전, 제가 방문했을때의 노동당사입니다.
지금은 더욱 허물어졌겠지요.
벽의 여기저기에 있는 총탄자국이 마치 저의 가슴을 관통시키는 것 같았습니다.

 

'권천학의 시마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러니,Irony  (0) 2020.06.24
제2땅굴에서  (0) 2020.06.24
아버지의 흔적  (0) 2020.06.23
아버지의 등골  (0) 2020.06.22
개미지옥의 아침-한일시집  (0) 2020.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