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수필방

전쟁과평화

천마리학 2019. 7. 24. 08:27





한국일보

https://www.koreatimes.net/ArticleViewer/Article/120675


전쟁과 평화

Si vis pacem para bellum!


권 천 학

시인  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



G20 정상회의장에서부터 시작된 여론이 계속해서 우리의 눈과 귀를 놓아주지 않고 부글거린다. 외교의 격전지가 되고 있는 현장에서 우리나라의 외교실패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여러 가지 보도들을 지켜보는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나라의 위상은 물론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긍지마저 묵살당하는 자괴감도 함께 맛보아야 했다. 불편한 마음에 마치 기름이라도 붓듯,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DMZ를 넘어 북쪽으로 18보 걸어 들어간 것으로 막을 내린 트럼프의 트윗쇼는 들끓는 분위기를 증폭시키며 북한 땅 밟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내로라하는 정치평론들과 갖가지의 외교상식들을 들먹이며 예측과 상상이 혼선을 일으키는 가운데 정작 묘한 소용돌이 가운데 선 기분에 빠진 것은 대한민국 국민들 즉 우리들이다.

외교는 총소리가 들리지 않는 전쟁이고, 전쟁은 총소리가 울리는 외교다.

내집 안마당에서 노상 우리집을 넘보는 도둑과 거간꾼이 집주인을 제치고 울담을 넘나들며 벌이는 작태를 멀거니 보고 있어야만 하다니, 비록 한나절의 먼지구름이라고 하더라도 기분이 묘하고 황당, 참담했다.

전쟁과 평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평화의 댐에 가면

평화를 지키는 대포가 하늘을 향해 위풍당당하다

살인을 막는다고

살인을 하는 사형제도가 철석같듯이

전쟁을 증오하고 평화를 지켜야한다면서

평화의 심장을 향해 조준되어있는 대포

평화의 이름으로 전쟁의 뇌관을 겨누고 있는

총의 이념이 근엄하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을 준비하라!

(Si vis pacem para bellum!)


물과 불이 함께 존재하듯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는 세상

쭉정이와 알곡이 함께 사는 세상에서

복음을 전하다 순교하고 싶은 제사장처럼

이념의 앞잡이 장식이 되어버린 쇳덩이

평화 속에 숨은 날 선 음모를 향하여

마지막 순교의 자세로 선

위풍당당 저 대포


              -졸시 <아이러니 (Irony)>



Si vis pacem para bellum! 이 문장이 선연하다.


원자핵을 가진 북한에 매달려 전전긍긍하며 허물렁해진 안보가 걱정되어 그 문장이 더욱 새록새록한 판에 최근 안보의식에 대한 조사결과 또한 우울하다.

6.25를 누가 일으켰느냐는 질문에북의 남침이 79.6%이고나머지는 남한의 북침또는 미국이라고 답했다비록 적은 숫자라고 하더라도 놀라웠다.

위의 조사가 나오기 전인지난 달 어느 날내가 정기적으로 하는 어느 강의에서 똑같은 질문을 했었다질문을 던지자마자 100%가 북에서 남침한 것이라고, 6.25동란이라고, 6,25사변이라고 대답했다그래서 맞다고, ‘한국전쟁이란 표현은 세계각국의 시야로즉 타국의 시각에서 붙여진 명칭이라고우리에겐 6.25동란이나 6,25사변이라는 말이 맞다고남한의 북침도내란도쌍방과실도 아니라고한 번 더 강조했다. 100여명의 수강자 대부분이 50세 이상이었다연령층에 따라 다르다즉 전쟁을 경험한 세대와 경험하지 않은 세대는 다르다문제는 교육이다.



쿠르드민병대페쉬메르가에지원한이란쿠르드족여성훈련




또 다른 질문의 결과 역시 예상 밖이었다만약 북한이 침략전쟁을 해온다면?북한과 맞서 싸우겠다가 52,2%, 해외나 국내 안전한 곳으로 피신하겠다가 36,6%(이중 20대가 47.9%), 북한군을 환영하고 지원하겠다가 1,7%이었다맞서 싸우겠다는 사람이 겨우 반을 넘다니북한군을 환영 지원하겠다니우리나라의 안보와 장래에 대한 불안한 예측이 겹친다.


비굴한 평화가 전쟁보다는 낫다과연 그럴까?

평화는 전쟁에서 이겨서 얻어지는 것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전쟁을 준비해야하는 아이러니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새겨봐야 한다힘이 뒷받침되지 않는 평화는 제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운 협정이라 해도 결과는 허무한 종이쪽지에 불과할 뿐이다전쟁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전위태세와 정신무장을 강화하고 군사력를 든든히 해야 하는 것이 자명한 현실이다.

방위체제는 특정시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호국보훈의 달이 지났다하더라도 우리 모두가 굳건한 안보관과 안보라인을 공고히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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