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이름은 '리오 삼바'-독자 노부코로부터 장미의 이름으로-한국일보
권천학 (토론토) 시인-국제 PEN 한국본부 이사바야흐로 장미의 계절이다. 나는 수많은 시간을 건너 장미 정원에 당도했다. 옆동네 하이파크에서 벚꽃세상이 펼쳐졌다는데 나는 장미 보러 간다. 꽃 중의 꽃 장미. ‘장미는 장미인줄 모르고 나비는 자신이 나비인 줄 몰랐다. 사람들이 장미를 장미라고 부르자 장미가 붉어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나비를 나비라고 부르자 비로소 나비가 되었다. 장미는 장미가 되기 위해서 가시를 매달았고, 나비는 날기 위해서 날개를 달았다. 장미는 가시바늘을 갈고 나비는 비단날개를 짜는 밤이 이어지는 내내 단단한 비밀 매듭의 고리에 서로가 매달려 끝끝내 풀리지 않는 화두를 끌어안고 수수께끼 같은 존재의 비밀을 찾아 떠도는 떠돌이, 장미가 나비에게 젖을 물린다. 비단꽃잎을 펼쳐 마름질하던 장미는 스스로 갈아낸 바늘에 찔리기도 한다. 손끝에서 피가 돋는다. 핏물에 실 끝을 적셔가며 엮어낸 드레스 한 벌...’
이 초청장을 모든 독자들에게 띄워놓고 나는 다시 발칸으로 간다. 숲이 우거진 불면의 밤으로 간다. 향기를 만들기 위하여. 남들 다 자는 밤에 홀로 깨어 장미비단을 짜기 위하여. 가시가 있어 장미가 더욱 고혹적일 수밖에 없다. 아름다운 꽃을 지키기 위하여 가시를 더욱 예리하게 갈 수밖에 없다. 가시와 불면의 삶이었기 때문에 향기가 배어나온다. 추위와 어두운 밤, 고난과 고통이 없는 삶은 향기로울 수 없다. 고통 없는 삶을 두려워하시라. 고통이 있어 우리의 삶이 더욱 값질 수 있음이니 고난과 역경은 축복이다. 자정이 넘도록 홀로 깨어 장미비단 위에 수를 놓아가는 나의 시 한편, 나의 밤은 여전히 뜨겁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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