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선서 * 권 천 학 -제4주기, 서해수호(西海守護)의 날에 즈음하여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 바다는 거느림이며 에워싸는 울타리다 솟구치는 힘이며 드넓은 가슴이다 길이며 마당이다 닫고 여는 문이다 대망의 포부를 품게 하는 동해 햇살 희망으로 출렁이는 남해 삶의 열정으로 갯벌터전을 일구는 서해 서해는 심장이 뛰는 왼쪽 가슴이고 왼쪽 어깨다 우뚝 솟은 장군봉 꼭대기에서 훨훨 물까마귀 날고 장산곶 북소리 들으며 규조토 넓은 가슴을 펼쳐놓은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를 거쳐 바닷바람 솔솔, 알 밴 조기들이 돌아오는 연평도, 바닷물 갈라 물길 내는 제부도, 신선이 노니는 선유도, 다문다문 섬들을 심어놓은 서쪽 마당과 울타리 아름답게 해가 지는 꽃지의 황혼이 붉고, 붉은 황혼을 품어 안아 더욱 눈부신 서해, 해가 지는 것은 해가 뜨는 것만큼이나 뜨겁다 그것은 지켜야 할 평화와 안식과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용궁이 있는 곳, 달마가 왔던 곳, 서풍이 불어오는 곳, 그 바다에서 자유수호의 이름으로 별이 된 뜨거운 혼(魂)들이 우리들 가슴 마다 마다에 심어놓은 다짐 제아무리 모진 서풍이 불어온다 해도 일상의 자유와 저녁식탁의 안식을 빼앗길 수 없다 제아무리 거센 서풍이 불어온다 해도 서쪽 울타리 더욱 든든히 하여 왼쪽 심장, 왼쪽 어깨를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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