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수필방

악성배째라이스트들

천마리학 2019. 3. 9. 06:46



 

악성 배째라이스트들 權 千 鶴

시인 /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얼마 전 배째라이즘이란 제목의 칼럼을 발표한 후 독자들의 반응이 평소와 좀 달랐다. 1) 그냥 공감한다가 아니라 전적으로, 100% 공감한다 2) 기발한 시각에 눈이 번쩍 뜨였다 3) 좋은 배째라이스만 거론하고 있다였다약간씩 톤은 다랐지만의견을 나누는 중에 모두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그것은 상식을 벗어난 잦은 사회현상에 집단피로감을 갖고 있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그래서 오늘은 악성 배째라이스트들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최대의 악성 배째라이스트는 김정은이다.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그의 신년사 중 한 구절이다긍정을 부정으로다시 부정으로가정법 긍정으로 다소 꼬긴 했어도 그다지 위험하게 들리진 않는다그러나 어마무시한 배째라이즘이 말없음표 안에 들어있음을 간파할 수 있다그동안 한반도 비핵화에서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비핵화를 거쳐 쌍궤병행’... 으로 끊임없이 노림수를 써온 그가 미국의 대북경제제재를 풀라는 협박성 막무가내다여차하면 한 번 붙어보자나도 핵 있다어쩔래배째라!이다그 말 속에 당사자인 남한이라는 이름은 빠졌지만 그것은 우리나라를 만만하게 보고 있다는 뜻도 된다미국보다 더 애가 닳는 것은 우리나라다심지어 북한에 억류되었다가 돌아와 사망한 웜비어의 유가족에게 5억 달러 배상을 명령한 미국 법원이 북한 당국에게 우송한 판결문도 반송하면서까지 막무가내로 버티고 있다, “북한은 우리가 대형 우리에서 키우는 미친개라고 한 중국 퇴역장교의 말이 아니더라도 뻔히 짐작될 만큼 겪어왔고지금도 그놈의 핵에 목줄 조임을 당하고 있다그의 안중에도 없어 보이는 남한속앓이만 크다.






눈을 안으로 돌려도 악성 배째라이스트들이 너무 많다드루킹막말유명앵커... 그들이 생산해내는 뉴스만으로도 관심을 넘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그 중에 전통칠공예를 방패삼고도시재생이니 박물관이니 하는 그럴듯한 문화용어를 끌어대며 항구도시 목포를 쥐락펴락정치권을 들었다놓았다 맹활약 중인 손혜원이다그동안 신물 나게 보아온 부정부패의 꼬라지가 어제오늘일은 아닌데그 맥을 잇듯차명(借名)의 부동산 투기문화를 빙자한 권력남용듣고 싶지 않은 가족사까지 질펀하게 펼쳐지고 있어 막장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그 배째라이즘은 얼마나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있기에 가능할까 궁금하다.

또 있다이곳 토론토에 와서 사고 친 예천군의회 의원나리들이다사퇴 요구에도 배째라버티다가 결국 미국의 로펌으로부터 500만 달러의 고액소송을 당했으니 갈 데까지 간 셈이 되고 말았다처음부터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고 분수를 지켰더라면 좋았을 걸그 잘난 의원이라는 권위로 배째라버티다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게 커져버렸다.





악성 배째라이스트들에겐 모든 사람에게 적용하는 상식양심도 없다선량하게최소한 사람답게국민답게 살고자 하는 양식(良識있는 사람들을 비웃듯 박박 우겨대며 똥배짱을 부리고요리조리 구정물을 일으킨다.

배째라이즘은 사람만이 아니라 제도나 조직에도 해당된다부도덕이 부도덕을 낳듯악성배째라이즘 조직이나 제도가 악성배째라이스트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거대조직일수록 폐해의 파장이 크다국가조직도 마찬가지다이를테면 안보불안국고낭비민생파탄지경경제불황일자리 소멸국제외교실패... 등 나라살림이 파국지경이라고들 걱정을 지나 아우성을 치는데 꿈쩍도 않고 밀고 나가는 막무가내야말로 거대시스템의 배째라이즘이다최소한 수렴이라도 해야 할 텐데몰라서인지알고도 모른 척 하는 건지안 들리는지안 들리는 척 하는 건지실시간 소통이 만개한 이 시대에 좌우간 불통 배째라이다아무리 우국충청이 넘쳐 충언을 해도 듣지 않고 묵살해버리는 막무가내오히려 권력을 버무린 독선 때문에 통합은커녕 계속 찢어지고만 있으니 절반의 국민들은 죄 없이 불안하기만 하다반쪽 귀라도 열고 들어보는 배려가 절실하다가까운 주변에서도 심심찮다남의 돈 떼먹고도 배째라남의 뒤통수치고도 배째라상식을 어기고도 배째라... 크든 작든 그들악성 배째라이스트들은 내일을 꿈꾸는 사람들이 마음에 힘겹게 켜든 불빛을 꺼지게 하고 믿었던 약속에 재를 뿌리며 우리의 미래를 빼앗아간다.

봄은 성큼성큼 다가오는데 모두들 희망고문으로 지쳐가고 있으니 아무리 입춘방(立春榜)을 써 붙인다고 봄이 올까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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