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시-육십 고개 중반에서 * 權 千 鶴

천마리학 2016. 9. 8. 06:23

 

 

 

 

              

 

                    육십 고개 중반에서 * 權 千 鶴

 

 

 

        생애 첫 황사가 오려나보다

        사방 분간 없이 달리던 오르막을 지나, 중년 이후의 헛헛하던,

        숨 가쁘게 점 하나 찍으며 지나가버린 좌표 위에,

        심심하고 재미없을,

        초로의 길목 어디쯤에서 문득 건너다보이는 무미건조한 생애,

        생애에 대한 첫 우울증이,

        한 생애를 걸고 던지는 주사위는 늘 헛방이더니

        중국땅덩이와 몽골의 고비사막을 말려버린 건조현상만큼이나

        거대한 북서풍에 실려 강하게 몰아칠 조짐이다

 

 

        약해진 호흡기와 안구건조증과 활자를 뒤엉키게 하는 만성결막염,

        온갖 퇴행성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육십 고개 중반에게

        오죽하면 인공눈물 처방을 내릴까

 

 

        활엽수의 숨구멍조차 막아버리는 황사가

        미세먼지로 차 있을 콧구멍 속의 비염과

        오래 숨어 엿듣던 천식도 들추어낼 것이고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바람조차도 무섭던

        그 날의 증거들이 모두 자리를 찾아 앉고 나서야 순해질 귀

 

 

        귀가 순해지기도 전에

        아무래도 생애 첫 황사가 오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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