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시마을

아니리 춘향가

천마리학 2016. 8. 6. 06:12




 

 

아니리 춘향

-춘향 3

 


 

소문이란 본시 믿을  게 못 되는 것

어둡고 때 낀 과거를 지울 수 만 있다면 무슨 짓인들 못 할까

해서, 각색하여 퍼트린 자전적(自傳的)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될 줄이야. 요새 같으면 저작권 수입만으로도 짭짤할 텐데……

하여튼,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꼬리에 꼬리에 방울을  달고……

 

내 친구 애랑이 고 기집애

장난기가 좀 심해서  탈이긴 하지만 그래도 애교 있어 그 바닥에서 주가 올리다가 얼굴값 하느라고 <베비장전> 주연자리 따내어 영화판에 나서더니 요샌 국제영화제 진출을 노린다하고

 




천박하고 약아빠져 하는 일마다 눈총 받는 일만 골라하던 밉살댕이 추월이 고년은 눈총? ! 콧방귀로 밀어붙이고 화냥기 밑천 삼아 희번득 요사부리며 열쇠고리 쩔렁이더니 제 버릇 개 줄 리 없다고 요샛날 영동으로 옮겨 앉아서도

생긴대로 놀면서 그저 수표에 박힌 동그라미 숫자만 꿰어내느라 눈알이 시뻘겋다니 쯧쯧, 혹시 히로뽕은 안 쓰는지 몰라

아무리 그렇고 그런  판이라 해도 양심이라는 게 있어야 하거늘 이그!  정나미 떨어져

 







머리에 든 게 많아 제법 고상하게 놀던 황진이

가슴 또한 유난히 깊어 보기 드문 멋쟁이 지성인이 됐지 걘,

가야금 잘 타던 솜씨로 사내 어우러 타는 솜씨 또한 뛰어나나 송곳 같은 정에 약한 것이 흠이 되어 못 견뎌 지는 마음 원고지 칸 칸마다 꼭꼭 쟁이더니 나와는 노는 판이 달라 얄밉긴 하지만 지금도 이불 속으로 시냇물 소리 끌어들여 밤허리 적시고 가야금 줄마다 문장 풀어 얽어매고……. 가끔씩 시 낭송에도 불려 다닌다지 아마








 

또 있지 빠트려선 안 될 내 친구

요절해서 가슴 아프게 한 논개년말야 하기사, 가끔 보면 일찍 죽어 빛나는 사람들도 더러 있더라만

사주마다 개가 끼어 어려서부터 개라 불리더니 끝내는 웬수같은 왜장 새끼 물어뜯고야 말았으니 그러고도 남을 일이지

 

내 친구 중에 제일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그깟 죽고 사는 게 어디 대순가

요샛날 살아서도 죽은 목숨으로 뵈는 개뼈다귀 같은 사람들에 비하면 죽어서도 살아있는 논개가 개 같은 세상에 사람 같은 사람이지

 







남 얘기 해 놓고 내 얘기 안 할 수 없어 털어놓는 얘기지만 나 춘향이는 내세울 게 하나 없는 얼치기 반쪽 양반으로 태어날 때부터 한이더니 불우한 어린 시절 맺힌 설움만으로도  한 짐인데 출신성분 독하게 따지는 세상에서 내림기생이라니 죽고만 싶은 심정이라

어둡고  때 낀 세월을 지울 수 만 있다면 조상 묘자린들 못 팔아먹을 까

 

남 설움에 내 설움 실어 우는 사람 마음 다 한 가지로 입에서 입으로 가슴에서 가슴으로……

한 마디로 내 출세는 덩달아 춤추는 세상 덕이 반이고 나머지 반의반은 터트려 준 매스컴 덕, 터졌다 하면 와 몰리는 무리들 곧잘 따라 웃고 따라 우는 순진한 사람들 애간장 노려 도화선에 불붙이듯 살짝 건드려 준 것뿐인데 꼬리에 꼬리에 거품을 물고, 꼬리에 꼬리에 바퀴를 달고……

시끌벅적한 세상 정치 문제 노사문제 게다가 교원노조까지 들어 가뜩이나 지친 사람들에게 달짝지근한 연애얘기에 눈물 살짝 발랐지 뭐

 

친정식구 같은 우리끼리니까 하는 얘긴데 본디 찬스 포착에 강하고 연극에도 소질 있던 나 춘향이 아닌가

속으로 칼 갈며  때만 노리던 터에 운 좋게도 꽃다운 나이 때맞추어

바람기 있는 미스터 리를 만났으니 그 또한 왔다였지, 솔직히 말해서 출세 싫은 사람 있을까, 속보이는 소리 그만들 하라고 혀

 

적당히 주무르고 삶아서 신분조장부터 받아놓고 그네 줄 밀고 당기듯 사내 속 녹여내는 연출에 열정을 다 쏟아 열녀라는 덧 이름까지 이력서에 새겨 넣었으니 그게 다 속 두고 한 짓이라, 은근 슬쩍 미스터 리 뒷대 눌러가며 받아둔 문서 덕으로 일테면  난 기상출신 VIP가 된 셈이지, 이만하면 나도 이 바닥에서 썩긴 아까운 인물이라

요즘 것들은 몰라 눈에 뵈는 것밖에




 




젊은 날의 모험적인 활약으로 지금은 제법 그럴 듯한 네임벨류 지니고 살면서 한 자리 하고 있는 내 남편 이 서방에 걸 맞추느라 여가선용 삼아 사회활동도 적당히 하는데 그 중에 지난날의 행적이 적극적인 여성상으로 평가받아 여권협회에도 고문 격으로 앉아서 간간이 신문에 얼굴도 내밀고 남편의 내조도 반들반들 해내는 데 끝이 없는 게 사람의 욕심이라 살기 이만 허니 아무도 모르는 야무진 꿈 또 하나 갖게 되었으나 아직은 말하기 좀 곤란해

 

사람팔자 시간문제라고 그깟 베스트셀러 작가로 머물 순 없고 내 친정 식구 같은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인데 말야 저어……. 거시기……. 있잖아……, 하여튼 말야 내 실력쯤이면 누구처럼 무지막지하게 휘둘러서 감당 못 할 만큼 저질러놓지도 않고 촉새 마냥 낄 데 안 낄 데 마구 끼어 드러나게 미움을 사지도 않을 것이며 적당히 품위 유지해 가며 아니 기가 막히게 잘 한번 해 볼 텐데, 끝내 주게 잘 해서 요게 진짜 <춘향전> 주인공이다 하고 꽝 터트릴 텐데……

 

춘란(春蘭) 향기 한번 기차게 뿜어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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