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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묵-민중이 눈을 떠야 나라가 강해진다

천마리학 2016. 7. 2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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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이 눈을 떠야 나라가 강해진다

2016.07.21


인(人)과 민(民)을 굳이 구별하면 인은 지배계급의 사람을, 민은 피지배계급의 사람, 즉 일반 백성을 일컫는다고 합니다. (박기봉 역주 <논어>, 비봉출판사) 그러나 오늘날 인과 민은 둘 다 ‘일반 백성’으로 보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인과 민의 갈등, 각축, 대결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

백 가지 성 정도로 정의할 수 있었던 백성(百姓)은 인구가 늘어나고, 정치적 사상적 철학적 이념에 따라 국민 인민 공민 신민 시민 민중 등으로 명칭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 공산국가에서는 인민이라는 용어를 널리 사용하고, 민중은 억압받는 사람들을 지칭할 때 많이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민-국민주권, 국민투표, 국민연금, 국민체조, 국민가수, 국민  주택, 국민건강보험, 국민차
인민-인민공화국, 인민대회, 인민재판, 인민배우
민중-민중민주주의, 민중항쟁, 민중예술, 민중미술
시민-시민혁명(영국 명예혁명, 프랑스혁명, 미국 독립전쟁을 3대 시민혁명이라고 함)
많이 들어보고 흔히 쓰는 백성의 위상을 담은 말들입니다.

오늘날 세계 어느 나라든 위정자나 정치인들은 백성을 ‘사랑하는’ ‘친애하는’ ‘존경하는’ 국민, 아니면 ‘위대한’ 인민으로 추켜세웁니다. 그들의 속내야 어떻든 국민과 인민은 피지배계급이지만 선택권을 가진 절대 다수이기 때문입니다. 위인설관(爲人設官)은 지탄의 대상이지만, 위민봉공(爲民奉公)은 도외시할 수 없는 정치의 요체임도 분명합니다.

국민은 국가의 구성원이 되는 법적 자격을 가진 모든 사람(법률용어사전)을 뜻합니다. 또한 국민은 국가의 인적 요소로서 가지는 권리(주권)를 위임함으로써 발생하는 국가의 통치권에 복종할 의무를 가진 개개인의 집합(위키피디아 백과사전)이기도 합니다.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자연인이 국민입니다.

인민은 특정 영역에서 특별한 정치적 권한이 없는 사람(위키 백과)으로 국민과 비슷한 의미로 쓰였습니다.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 정부’를 강조한 1863년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에서의 인민(요즘은 국민으로 바뀜)은 민주주의 주체로서의 국민 또는 시민의 뜻입니다. 그것이 20세기 초반 공산주의 혁명 여파로 인민은 공산국가들의 전유물처럼 되었습니다.

공산권에서 쓰는 인민은 국가를 구성하고 역사를 발전시켜 나가는 주체로, 혁명 대상을 제외한 노동자·농민 등의 모든 사람(북한법률용어사전)을 총칭합니다. 혁명 대상은 자본가, 지주, 관료, 종교인 등 착취 분자로 이들은 인민의 범주에 포함하지 않습니다. 바로 그것이 자본주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공산주의 이론의 자가당착 출발점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갑골문자인 民의 어원을 살펴보면 눈(目:목)을 창(戈:과) 끝으로 찔러 눈을 멀게 하여 단순 노동에 부려먹은 노예를 일컫는 말이라고 합니다. 벼슬아치들이 노예로 만들 수 있는 백성에는 상민 중민 천민이 포함됩니다. 그 민이 무리를 이루면 민중(民衆)이 됩니다. 권력도 돈도 없는 무지렁이를 일컫습니다.

민중은 일반적으로 피지배계급으로서의 일반 대중(다음 백과사전)을 말합니다. 민중의 개념은 두 가지 시각으로 나뉩니다. 하나는 역사를 창조해 왔지만 역사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지배층에 의해 억압받아 온 사람들입니다. 다른 하나는 근대사회 이후 특수한 역사적 과정 속에서 억압받고 훼손된 삶을 극복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모두 사람이 만든 정의(定義)들입니다. 특히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민심을 회유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많습니다. 그중에도 무지렁이들은 세뇌· 선동의 주 대상이 되고, 포퓰리즘에 쉽게 영합합니다. 부화뇌동(附和雷同)하기 쉽습니다. 국익보다 자신들의 이익과 이해에 더 민감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결단코 개돼지가 아닌 국민입니다.

다만 국민이 눈을 부릅뜨고 깨어 있어야 인기전술에 넘어가지 않고, 국민을 호도하는 선동에 세뇌되지도 않습니다.
군사 쿠데타를 6시간 만에 제압한 터키 국민들의 외침이 귀에 쟁쟁합니다.
“국민은 강해야 합니다. 특정한 사람이 아닌 강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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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김홍묵

경북고,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대구방송 이사로 24년간 언론계종사.  ㈜청구상무,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 사무총장, ㈜화진 전무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