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3-2012년

999-‘맹렬공주’가 아프다. 미안한 Happy Valentine Day!

천마리학 2013. 3. 24. 10:34

 

 

 

*2012214()-‘맹렬공주가 아프다. 미안한 Happy Valentine Day!

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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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종일 가느다란 진눈개비가 내렸다.

아침에 엄마품에 안겨 내려온 우리집 맹렬공주 도리가 여전히 새들새들, 조용하다. 평소와는 달리 조용하고, 나지막하게 칭얼대며 보채는 소리를 낸다. 감기 기운인 듯. 밤사이 해열제를 먹여서 잠이 들긴 했는데 아침이 되니까 또 다시 열이 오르는 듯 해서 약을 먹일까 말까 한다면서 엄마가 걱정이다. 할머니를 보더니 반가워하면서 안겨온다. 보대끼는 기색이 역력하다. 볼이 발갛다. 이마를 짚어보니 미열이 느껴진다. 몸이 따끈하다. , 우리 맹렬공주 도리, 아프지 말아야할 텐데···

데이케어에 보내지 말까?도 했지만 그래도 괜찮아질 것 같다면서 보내자고 한다.

오늘은 할머니도 도서관에도 가고 카이로프락터에도 가야하는 날이다. 할머니 역시 간밤에 새벽 1시에 깨어 줄곧 잠을 자지 못해서 몸이 무겁고, 도리 보살핌에 늘 잠이 부족한 엄마 역시 간밤엔 더욱 더 신경 쓰느라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

도리를 데이케어에 보내는 대신 할머니가 대기 상태여야 하니까. 도서관 가는 것을 포기하고 카이로 프락터에만 다녀오기로.

전 데이케어 같으면 아이가 열이 있으면 아예 오지 말라고 하는데 그러지 않는 것 만으로도 고마운데, 만약의 사태를 위해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왕관을 쓰고 즐거운 아리와 도리. 아리의 바지는 할머니가 여러번 거듭 기워준 것인데 벌써 또 너덜너덜하다. 아리는 왕관 쓴 거지! 그래도 좋다!

 

 

할머니는 예약신산인 120pm에 맞춰 가고 있었는데 Parliament St에서 스트리트 카가 Dundas 쪽으로 노선 변경하는 바람에 내려서 스트리트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30분 이상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아서 엄마에게 전화, Dr. Lee Kitty 에게 늦어지거나 혹시 못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해달라고 했다. 잠시 후 다시 걸려온 엄마의 전화, 늦더라도 오라고.

그 후에 버스가 와서 갔다. 아슬아슬 예약시간에 늦진 않았다.

몇 주 전부터 말하던 통역을 위한 한국학생이 와 있었다.

Peter. 한국이름 손동환.

인상이 무섭게 생겼는데 한 마디 말을 거는 순간부터 참 잘 자라준 청년이란 느낌이 확! 좋았다. Kitty 와 셋이서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복도에서 reveluation을 하는 동안 방이 나서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갈 때 팔을 잡았는데 그 순간 마치 돌덩어리를 만지는 것처럼 단단함이 느껴졌다. 바디 빌더라고 했다. 그럼 그렇지. 한국의 젊은이들이 외국에 살면서 각자 이렇게 충실하게 자기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할머니에겐 마치 친 손자나 아들처럼 고맙게 느껴진다. 카이로프락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스트릿 카를 Peter와 함께 탔다. Peter는 영스트리트에서 내렸다.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뱅쿠버로 이민 와서 지금은 자기만 공부 때문에 토론토에 와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남학생, 위로 형 한 명, 아래로 동생 한 명, 5월에 미시사가에서 열리는 바디 빌더 컴페티션이 있어 열심히 준비 중이라고. 그리고 금년 6월에 3학년 학기가 끝나면 이어서 4학년이 되어 인턴으로 어쩌면 지금 할머니가 다니는 Reverview 의 카이로프락터로 인터자격으로 현장실습 나오거나 아니면 한 학기 뒤에 오게 되거나··· 조금 이르면 금년 6월 이후, 늦으면 내년 학기 이후에 다시 만날 수 있다고. 서로 잘 하라고, 건강하라고 하며 헤어졌다.

 

 

 

 

 

 

도리는 여전히 시들거리지만 더 아프진 않은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먹는 것도 여전히 덜 먹고 엄마 젖만 먹는다. 그렇게도 씩씩하고 맹렬하던 도리가 노는 것도 시들. 더 아프지 않은 것만도 감사. 다행.

미열이 느껴지는 상태였지만 크게 부대끼지는 않았다.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

할머니가 픽업하러 교실에 도착하자마나 오늘 만든 공작품을 보여주느라고 정신없는 아리. 엄마와 도리가 길에서 기다릴테니 빨리 가자고, 얼른 집에 가서 엄마아빠랑 모두 함께 보자고 했지만 참을 수 없는 아리. 벌써 할머니가 가방에 챙겨넣은 몇 가지를 꺼내어서 보여주며 설명한다.

언제나처럼 내미는 페이퍼, “This is for you 할머니.”

대충 대답하며 서둘러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선물들을 펼쳐내 놓느라고 백팩을 뒤지고 할머니 가방에 넣은 것 까지 꺼내서 엄마에게 보이느라고 난리다.

친구들로부터 받은 카드들, 그림, 캔디, 비스킷, 초콜릿, 공작품들···, 빨간색 종이를 오려서 날개를 만들고 중심에 납작한 바를 대어 만든 나비,

“This is for you, 할머니~”

그 외에도 분홍 종이로 오린 하트, 흰 종이에 그린 그림까지, 그리고 종이로 포장된 것을 펼치며 할머니를 위한 것이라며 내미는데 곁에서 엄마가 묻는다.

 

 

 

 

엄마 것은?”

순간 무안해진 아리, 뒤적이다가 엄마에게 주는 선물이 없자, 방금 할머니를 위한 것이라고 하면서 펼친 것인데 목걸이를 엄마와 할머니 몫이라고 얼버무린다.

엄마가 섭섭해진 안색이다. 무안해하는 아리의 순간대응을 보면서 할머니도 미안하다.

그것도 할머니꺼라고 했잖아?”

엄마가 서운해서 아리에게 한 마디 한다.

아리의 대답이 걸작이다.

“This is wear sometimes 엄마, sometimes 할머니, wear together OK?”

"그래, 엄마가 목걸이가 필요해"

더 이상 채근할 수 없어 엄마가 마무리 했다.

그 때, 아빠가 퇴근해오자 아리가 소리치며 달려간다.

“Happy Valentine Day!”

다시 아빠에게 공작품들을 보이며 법석이다.

 

저녁에 할머니가 짜장밥을 준비했는데, 아리가 처음엔 안 먹으려고 하다가 나중엔 맛있다면서 잘 먹었다.

잠자기 직전에 헝그리! 하면서 먹던 밤참 먹는 습관을 멈춘 지 오늘이 사흘째.

더 이상 헝그리는 없다. 그러니까 지금 많이 먹어야해 하고 권해가면서 어렵사리 먹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