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3-2012년

996-양말 던지기, Cars 2의 보트, Valentine Day의 친구이름들.

천마리학 2013. 3. 14. 00:48

 

 

 

*2012211()-양말 던지기, Cars 2의 보트, Valentine Day의 친구이름들.

996

Celsius 08C°~-9°C, 9:00am 현재 -10°C, Cloudy.

 

9am 현재 창밖에는 눈보라가 치고 있는데 컴퓨터의 일기예보에는 Cloudy로 나타나있다. 시간 따라 달라지는 예보이기도 하지만, 평소에 곧잘 틀리는 바라서 적어두긴 하지만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

어제 저녁에 샤워를 하고 1145분에 할머니 혼자서 할머니방 침대에 누웠다. 할머니 혼자, 할머니 침대에서 자는 일이 오랜만의 일이다. 주말이라서 어제 저녁에 아빠가 할머니 대신 숙제도 하고, 놀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 깊은 잠에 빠져있는데, 아리가 할머니~’하고 부르는 소리에 번쩍 잠이 깨었다. 할머니 귀는 왜 이렇게 아리, 도리 소리에 예민한지. 좀 무뎠으면 좋으련만. 자정이 지날 무렵이었다.

 

 

 

 

 

 

할머니, 빨리 오세요오~”

그래 알았어, 내려간다아~”

다리를 절룩이며 내려갔지만 아리는 이내 잠이 드는 기색이어서 잠깐 다둑거려주고 다시 올라오는데 발코니 창이 뿌옇다.

다시 또 아리가 불렀다. 새벽 310.

할머니이, 빨리 오세요오~”

그런데 이번엔 반복해서 불러댄다. 다시 내려갔다. 발코니 창이 여전히 뿌옇다. 잠간 살펴보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발코니에 쌓인 눈이 평평하지 않게 이리저리 몰려있는 걸 보니 바람이 부는 모양이다. 아리 옆에 가서 누웠다. 아리가 깨어서 기다렸던지 팔을 뻗어오며 안긴다.

다둑다둑, 아리는 이내 잠이 들었지만 할머니는 영 잠이 오지 않는다. 이 생각 저 생각. 특히 어제 온 주포동생의 통장번호 알려달라는 메일생각이 떠올랐다. 그럭저럭 아침 6시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는데, 7시에 깨곤 말았다. 휴우~

 

 

 

 

 

아리가 이층의 할머니방 창틀 위에 신으려던 양말뭉치를 올려놓고 소리친다.

할머니, 이것 보세요.”

아래층 거실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보고 있는데 아리가 아래로 떨어트린다.

그것이 빌미가 되어 양말놀이가 시작 되었다.

양말을 2층의 할머니방 침대 위에 서서 아래층 거실로 던진다. 도리가 올려다보며 떨어진 양말을 줍는다. 소파 위에 떨어지도록 겨냥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적극적인 아리가 그냥 넘어갈 리가 없다. ‘ I will right back!' 하고는 잽싸게 내려가더니 아예 양말과 팬티를 함께 넣어놓은 상자를 들고 올라온 것. 익살스런 아리 특유의 몸짓으로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현을 한다. 팬티를 모조리 한쪽으로 제치고 양말만 꺼내어 침대 위에 모아놓고 할머니와 또 레이스를 하잔다. 거실 바닥에 멀리 떨어지도록 하기. 하하하하하하··· 한 동안 왁자하게 보냈다.

 

 

 

 

 

도리는 한 손으로 전화기를 들어 뒤통수에 대고 하이’. 그런가 하면 옆걸음으로 가기도 하고 빙빙 돌기도 한다. 오빠 방에 들어가려다 거절당하고 울면서 구원을 청하는 표정으로 할머니를 바라본다. 오빠가 따로 제쳐놓은 차들을 모아담은 상자가 도리 몫이다. 도리는 그것으로 할머니와 함께 놀면 풀어지기도 한다. 또 여전히 오빠 책상에 앉아 연필을 들고 종이에 그어댄다.

놀 때나 먹을 때나 정말 맹렬한 도리. ‘맹렬공주답다.

‘Cars 2'를 본다. 할머니를 기어이 곁에 앉아 같이 보자고 한다.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영화에 나오는 정찰보트를 며칠 전부터 관심을 갖더니 오늘은 또 말한다. 하긴 이게 서너 번 째다.

“Why don't you buy the boat for me, 할머니?”

그 말을 한국말로 해봐.”

여전히 영어로 반복하는 아리에게 할머니가 알아들을 수 없어 대답할 수 없다고 했더니 아리 역시 한국말로 할 줄 모른다는 것. 그래도 한번 시도해보라고 했더니.

할머니 보트 왜 안 사요?”

 

 

 

아하, 보트가 갖고 싶은 모양이구나. 하지만 아리가 갖고 싶다고 다 사주는 건 아니지.”

하며 조건을 걸었다. 아리가 한글공부도 계속해서 조금씩 하고, 약속도 잘 지키고 하면 사 줄 수 있다고. 대뜸 한글공부 할 테니 챕터스에 가서 보트를 사자는 것이다. 한 번 하는 것으론 안 된다. 계속해서 해야 하고 앞으로 그 약속이 지켜져야 계속해서 다른 물건도 사줄수있다. 그러니까 오늘 조금 하고, 내일도 한 다음에 날씨가 괜찮으면 챕터스에 가는 걸로 하자고 했더니 손을 내민다.

약속 손가락을 걸고, 손바닥 사인을 하고 카피를 하고 주먹도장까지 찍고 기분이 좋아지는 아리.

잠시 후 한글공부, C K 라는 익명으로 선물과 엽서를 보내며 유도했던 한글공부를 멈춘지 석달, 참 오랜만에 했다.

토끼, 강아지, 고양이, 오리.’를 놀이를 곁들여가며 5번씩 쓰게 했다.

아리의 글씨체는 영어건 한글이건 참 좋다. 처음 쓰는 글씨치고는 글씨가 좋은 아리가 흥미만 갖어주면 좋으련만. 참 어렵다.

 

 

 

 

 

 

아리가 엄마와 함께 발렌타인 데이 카드를 준비했다. 열 다섯 명의 클라스메이트들과 선생님. 그리고 할머니에게도 한 장. 지난 크리스마스 휴가 때 몬트리올에 갔을 때 피터가 준 카드다. 할머니는 오늘 존 아저씨의 요청으로 발렌타인 데이 데이트를 앞당겨서 한다. 그러므로 할머니는 발렌타인 데이에 두 남자로부터 카드와 선물을 받게 되는 셈이다.^*^

 

'Dear Parents/Guardians,>

In the event that you are planning to have your child hand out Valentine's Day cards, here is the class list:

Kellen, Doode, Audrey, Madison, Michelle, Kevin, Nael, Danielle, Midori, Selina, Desa, Julis, Edison, Raymond, DaiLe

 

 

 

 

 

그 외에 아리가 적어온 Room 5(데이케어)의 친구들

Nikki, Jullia · H, Sofia, Edison, Sienna, Nina, Rana, Benjamin,

 

할머니가 존아저씨를 만나러 나가게 되니까 엄마아빠와 아리도리도 외출. 할머니보다 먼저 집을 나섰다. 나설 때 아리가 할머니랑 함께 가자고 조르며 울었다.

달래어도 안 되어서, 할머니가 말했다.

엄마야, 아빠야, 만약에 챕터스에 가거든 아리에게 보트를 사주어라. 할머니가 주는 선물이다. 대신 앞으로 한글공부도 하고 불어공부도 하고 홈 워크 잘 한다고 해서 사주는 것이다.

정말요? 아리가 앞으로 한글공부랑 불어공부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할머니가 사주시는 거예요?”

그럼, 앞으로 약속을 잘 지키기로 했으니까, 알았지? 챕터스에 가거든 할머니가 사주는 걸로 해서 아리에게 꼭 보트를 큰걸로 사주어라. 알았지?”

그제야 아리가 풀렸다.

 

 

 

 

 

 

할머니, I like 할머니. 인 사이드 아웃 사이드 엄마아빠 좋아해하더니 조금있다가 고친다.

할머니, Everywhere I like everyone."

"그래 맞아, 그게 아리 생각이지. 좋은 생각이야. 잘 생각했다. 아리.“

보트를 사주기로 하니까 신바람이 난 아리. 동작도 빨라졌다. 할머니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복도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520, John이 청색과 노랑색 아이리스 꽃다발과 빨간색 하트 초컬릿통을 들고 왔다. 약속시간 5분전 5. 세차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시간을 어겨 얄밉긴 했지만 마음이 불쾌하진 않다. 않으려고 노력한다.

언제나처럼 음식선정이 먼저다.

 

 

 

 

 

루마니아 음식, 자장면, 살몬, 페루음식 중 고르라는 것. 존에게 되물었더니 루마니아란다. 그럼 루마니아지.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이어서 선택사항에 넣었을 것이고 차까지 가지고 왔으니. 루마니아 식당이 북쪽에 있다면서. 경영학 강의를 하는 루마니아 출신 여자교수에게 물어서 알아둔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다운스뷰(Downsview)에 있는 Restaurant Moldoba.

치킨누들슾과 하초습(Harcho-spicy soup)

Confeses Zamma(콘페시스 잠마, 몰도바식 샐러드-가지샐러드(찐가지토막위에 채썬 치즈와 소스를 토핑으로 뿌린 것과 소스 위에 토마토조각을 얹어나왔는데 맛이 있었다.)

주식으로는 루마니아식 미티싯(Miticsit-송아지소세이지와 녹두와 찐당근, 메밀을 알곡통째로 요리한것, 하트모양으로 도톰하게 썬 오이피클을 곁들인것)

마마리구스트사(Mamaligutsa-노란 옥수수떡 덩이 옆에 치즈가루과 샤워크림을 곁들인것.)

살몬스테이크(살몬토막과 밥, 양배추샐러드가 곁들여짐)

기름지지 않고 육식이 아니어서 부담없고 맛이 입에 맞았다.

 

 

 

마마리구트사는 존이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그 맛이라면서 매우 좋아했다. 나랑 같이 나누어 먹었어도 반쯤 남았다. 살몬스테이크는 양배추샐러드만 먹고 나머지는 손도 대지 않았다. 결국 도기백, 살몬스테이크는 내가, 마마리구트사는 존이 가져갔다.

배가 부른데도 역시 존은 언제나처럼 디저트를 고집. 스파다이나의 Dragon City 안에 있는 카페로 가서 이름도 모르는 디저트를 먹었다.

밀크에 ***을 섞고 붉은 파파야 조각을 띄운 것과 밀크에 팥과 비슷한 자잘한 레드 빈을 섞어 팥빙수를 생각나게 하는 것에 망고조각을 띠운 것, 조가비 모양의 그릇에 담겨나온 두 가지를 주문하여 먹고 돌아왔다.

돌아오니 9시반, 아리는 이미 자고 있었다.

보트가 들어있던 빈 상자가 식탁위에 놓여있었다.

챕터스에 보트가 없어서 토이저러스에 문닫을 시간이 임박한 시간에 가서 겨우 샀는데, 아리가 너무 행복해하더라고 엄마가 전한다. 앞으로는 한글공부만 하겠다고도 하더란다. 녀석! 내일 아침에 눈 뜨면 또 한바탕 할머니에게 자랑하겠지. 한 동안은 보트놀이에 즐거운 나날을 보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