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월 2월13일(월)-지각 School Bus. 복수표시 s와 ‘正’자 998 Celsius 2C°~-4°C, 9:00am 현재 -2°C, Clean.
스쿨버스가 늦게 왔다. 기다리는 동안 시에나 엄마는 피곤하다면서 시에나를 데리고 들어가버렸다. 파사(Parsa) 엄마가 전화를 해서 15분 후에 온다고 알려주었다. 그동안 린과 파사랑 어울려 태그게임을 신나게 하며 논 아리가 슬며시 할머니 귀에 대고 말한다. “할머니, I don't want go to school." 할머니가 못 알아들은 척 하자 다시 말했다. “할머니, I want to go to the home with 할머니.” 아리의 마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안되지.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이따가 저녁때 집에 돌아오면 그때 또 할머니랑 놀면 되지. 그렇지?” 저도 학교에 안 간다는 것이 썩 좋지 않은 것을 알기 때문에 슬며시 수긍하고 만다. 8시 15분에 와야 할 스쿨버스가 9시 10분에 왔다.
오후에 아리를 픽업하면서 해가 조금 있어서 운동장에서 잠시 사방치기를 하며 놀았다. 벌써 해가 길어진 것이 느껴진다. “와, 데이터임! Still Day Time!” 요사이는 아리가 운동장에 나올 때마다 외치는 소리다. 겨울동안이어서 데이케어의 룸 5에서 나오면 운동장은 늘 어둑어둑하고, 춥고, 눈이 쌓여있고··· 그래서 늘 돌아가는 길을 서둘렀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간혹 밝은 대낮의 기운이 있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그때마다 아리는 환호한다. 그리고 텅빈 운동장에서 할머니와 함께 잠시 게임을 하거나 사방치기를 하며 놀다가 출발하곤 했다. 오늘도 마찬가지. 운동장에서 주운 짤막한 막대기를 던져 1, 2, 3, 4, 5, 6, 7, 8, 9, 까지의 칸 중에서 떨어지는 칸까지 간다. 숫자가 많을수록 이기는 것이다. 할머니와 아리가 번갈아가며 이기고 지고 한다. 아리는 언제나 그렇듯, 자기가 지면 규칙을 자기 마음대로 바꾸어 댄다. 또 할머니가 지는 횟수가 많으면 할머니가 이기게 하려고 일부러 가까이 던지기도 하고 규칙을 할머니에게 유리하도록 변경해주기도 한다. 말하자면 ‘보스턴 트렁크 백’이다. 녀석. 제법이라니까!^*^ 놀이를 마치고 도리와 엄마를 만나러 도리 데이케어로 가는데 엄마와 도리가 벌써 리치몬드 스트리트의 사거리에 도착해 있다. 평소에는 아리와 할머니가 도리의 데에케어에 먼저 도착, 도리와 놀면 엄마가 도착하곤 하는데 아리가 운동장에서 잠시 노는 날엔 길에서 만난다.
그런데 도리가 아프다고 한다. 하루 종일 저기압이었고, 먹는 것도 별로 먹지 않고 잠도 평소처럼 자지 않고 시들시들, 선생님 품에서 보냈다고 한다. “아리야, 지금은 도리가 아프니까 귀찮게 하지말자!” “도리! 도리!” 평소처럼 도리의 이름을 큰소리로 불러대며 프라스틱 커버가 쳐진 스크롤러 안을 들여다보며 소란을 떠는 아리에게 엄마가 당부했다. 도리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저 오빠를 멀건히 바라본다. 할머니가 들여다보았다. “도리야, 우리 이쁜 도리, 아파?” 도리가 몸을 움칠거리며 반가워하는 기색이지만 평소처럼 맹렬하진 않다. 아침 찬바람에 감기가 든 걸까? 그래도 아리보다 낫다. 아리는 처음에 데이케어에 다니기 시작했을 때 감기도 몇 번 앓았고, 중이염 증상도 있었다. 겨울철에 시작해서 적응이 어려웠던 것이다. 또 데이케어도 다르다. 아마 아리가 다니던 소위 좋다는 데이케어인 ‘키즈 & 컴파니’나 ‘휴런 데이케어’였다면 당장 전화해서 아이를 데려가라 했을 것이다. 아리 때 그랬으니까.
또 아기가 불편해서 보채면 그저 하이췌어에 앉혀놓고 오며 가며 한 마디 씩 하는 정도. 모든 것이 규칙, 규칙, 규칙을 내세우는 데는 부모가 더 이상 할 말이 없이 순응해야만 했다. 그런데 지금 도리의 데이케어는 낮 동안에 도리가 부대끼는 기색이 보이자 선생님 손에서 안 떨어지려고 하는 도리를 안아서 다둑거려주고, 또 엄마가 갔을 때도 도리가 열도 좀 있어서 부대끼고 잠도 잘 안자고 먹는 것도 시원찮았다고 말 해주었다. 정말 다르다. 소위 일급이라고 하며 매월 최고의 케어비용을 받으면서도 온통 규칙, 규칙, 인간미라곤 전혀 없이 행여 책임 짓게 될 것만을 염려하는 것이 너무 보이는 것이 정말 싫었었다. 그래도 엄마는 젊기도 하고 착해서 그저 그런가 하면서 어느 정도는 순응하고 양보하는 태도였지만 할머니는 불만이 많았다. 할머니는 양육전문가는 아니다. 그렇지만 아기를 보살피는 것은 인간적인 따뜻함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규칙에 너무 잘 따르는 엄마까지 미울 정도였다. 결국 아리의 데이케어를 바꾼 것은 물론 집에서 가까운 점과 엄마가 출퇴근하는 거리에 있는 것 등을 감안하긴 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그 규칙이라는 냉혹함에 아리가 기죽어가고 눈치봐야하는 것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 도리가 아픈 것을 계기로도 잘 드러난다. 걸핏하면 부모에게 연락하여 데려가라고 하는 전의 명성 있는 데이케어와는 달리 온종일 자기들이 안고 보살펴주고, 돌아올 때도 내일 보내지 말라는 말도 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다만 오늘의 상태를 자세히 알려주기만 했다.
돌아오면서 엄마와 할머니는 그런 모든 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금 다니는 도리의 데이케어 선생님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그리고 잘 선택했다는 의견에 공감했다. 어쨋거나 도리가 아파서 걱정이다. 돌아와서도 별로 먹지도 않고··· 칭얼대다가 엄마 품에 안겨서 일찍 자러 올라갔다. “도리야, 잘 자고 내일 아침 다 나아서 만나자!” 다른 날의 바이바이! 와는 다르게 할머니도 아리도 모두 도리가 빨리 낫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도리가 올라 간 뒤 할머니가 홈워크를 하려고 챙겼더니 두 가지가 나온다. 지난 금요일을 돌려주지 않은 것이다. 토요일에 아빠와 함께 하게 했었는데···시원찮다. 체크도 하지 않은 상태여서 다시 한 번 시켰다. 아리는 내키지 않아하면서도 할머니의 말에 억지로 했다. 하기 싫은 공부라서 알파벳을 보고 읽도록 강조하지만 대충 그림을 보고 눈치로 읽는다.
<The City> The streets. The cars. The buses. The stores. The big buildings. The people. The noise.
금요일 분을 다시 하려고 하니 아빠와 했다고 주장하며 하지 않으려다가 마지못해 하면서 한 번만 읽겠다는 것이다. 노우, 다섯 번! 할머니의 주장으로 통과!
<Setting the table> The fork. The spoon. The knife. The plate. The bowl. The glass. The cup. The napkin.
하기 싫은 마음을 붙잡느라고 시시때때로 순간 마다 온갖 이야기를 끼워 넣는 것이 힘이 들긴 하지만 아리의 머리 속에 단어가 들어가긴 정말 어렵다. 그래도 아리가 단수와 복수 구별은 익숙하게 한다. 여러 번 ‘스(s) 발음을 강조한 결과이다. 한 개 일 땐? 노 에스. 그리고 두 개 이상일 땐? 에스, 하고 가르치고 반복하고, 발음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면 지적하고···.
또 안 하려고 하거나 틀리게 말할 땐, 딸기가 몇 개지? 차가 몇 대지? 하고 숫자를 힌트로 강조하곤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리가 기발한 말을 한다. 지겨워하며 에스발음을 그냥 넘어가기에 거리에 차가 몇 대지? 하고 물었다. 그림을 보더니 ‘둘’하고 대답했다. ‘그렇지? 두 대니까···?’ 그제야 ‘스’하고 대답한다. ‘그렇지, 두 대니까 스, 생각해봐 아리, 거리에 차가 두 대만 있는 게 아니잖아. 브램너 블러버드에 차들이 많잖아, 열 대도 되고 스무 대도 되고···’ 하는데 아리가 갑자기 ‘스스스스스···’한다. 함께 웃어주면서(사실 웃을 일도 아니고, 할머닌 은근히 짜증이 날 지경이지만 아이의 교육을 위해선 함께 웃어주어야 한다. 그것이 아이 교육이다.) ‘그러니까 두 대 이상일 땐 에스를 붙여주는 것, 잊어버리면 안돼. 알았지?’했다. “할머니, 스트리트에 차가 몇 대?” 갑자기 물었다. “열 대,” “스, 스, 스, 스, 스,····” 한쪽 손가락으로 숫자를 짚어가며 헤아린다. 열 번. 스무 대면 스, 를 스무 번을 해야 한다는 것. 이런 기발함이라니!^*^ 장난이지만 기발하다. 그래서 잠시 분위기를 살리기 위하여 함께 따라해 주다가 고쳐주었다. 그걸로 또 한 바탕 웃으며 공부분위기를 녹이는 소용으로 이용했다. “열 번, 스무 번 하려면 힘들잖아. 그, 래, 서, 딱 한번만 하면 되는 거야. 알았지?”
끄덕이는 아리에게 이번엔 다시 복습. “차가 한 대 있으면?” “ The car." " 두 대 있으면?“ “The cars." "개구리가 한 마리니까?“ “The frog." “열 마리면?” 했더니 “The frogs s s s s s s s s ..." 열 마리니까 열 마리만큼 길게 해야 한다는 것. 다섯 마리면 s s s s s 하고, 일곱 마리면 s s s s s s s. 계속하다가 “Just joking, it just joking!” 한다. 이쯤에서 할머니의 인내심이 바닥날 거라는 짐작을 한 것이다.
“그, 래, 서, ?” “스!”아리가 명쾌하게 대답한다.
그 다음, 읽기를 하는데 아리는 한 번으로 끝내려고 한다. 할머니는 당연히 횟수를 늘인다. 이리 저리 절충하여 통상 다섯 번으로 한다. 그런데 아리가 늘 사용하는 체크(⌄) 표시 대신 바를 정(正) 자를 썼더니 아리가 이상하게 여긴다. 읽고 나서 설명해주겠다고 하고 한 번 읽을 때마다 획수를 늘여나갔다. 회수를 표시하는데 다섯 번을 읽어서 正자가 다 될 때 설명을 했다. 그러므로 ‘正’자 한 개는 다섯이다, 하고. 재미있어 하면서 이해하는 듯 했다. 보충하기 위하여 한 획씩 그어나가며 질문하였다. “ 一 이러면?” “한 번” “ ㅜ 이러면?” “두 번” 그렇게 계속하여 ‘正’가 마무리 되면,(컴퓨터로는 쓸 수 없다.) “다섯.” “잘 했어, 아리! 공부 끝!”
|
'육아일기3-2012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0회-할머니 보호하는 아리, 놀이중독에 빠진 아리! (0) | 2013.03.25 |
---|---|
999-‘맹렬공주’가 아프다. 미안한 Happy Valentine Day! (0) | 2013.03.24 |
997-할머니중독, 그랑파파와 Skype통화. 맹렬공주 도리. (0) | 2013.03.15 |
996-양말 던지기, Cars 2의 보트, Valentine Day의 친구이름들. (0) | 2013.03.14 |
996-양말 던지기, Cars 2의 보트, Valentine Day의 친구이름들. (0) | 2013.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