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3-2012년

997-할머니중독, 그랑파파와 Skype통화. 맹렬공주 도리.

천마리학 2013. 3. 15. 23:37

 

 

 

*2012212()-할머니중독, 그랑파파와 Skype통화. 맹렬공주 도리. 997

Celsius -8C°~-9°C, 9:00am 현재 -10°C, Cloudy.

 

이른 아침까지 내리던 눈이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활짝 개었다.

오전에 스위스의 그랑파파와 그랑마마와 스카입통화를 했다.

아리 도리의 자라는 모습을 멀리서나마 보는 그랑파파 앤 그랑마마는 언제나 감탄사 연발이다.

도리가 짝짝꿍, 곤지곤지, 하이···

하는 모습을 보고 두분의 눈과 입이 벌어져 닫힐 줄 모른다. 그랑마마는 도리를 따라서 같이 하신다.

아리는 새로 산 보트며 레고공작품들, 쓴 글씨 등을 보여드린다.

살뤼!, ~, 짤막한 불어를 구사할 뿐인데도 그저 좋아하시고 신기해하신다. 멀리서나마 보는 손주들의 모습이 얼마나 귀하고 기쁘실까. 그 마음 할머니는 안다.

아리가 영어로 Happy Birthday to Grandpa! 노래를 불러들였다.

지난 9일이 그랑파파의 74회 생신이시다.

아리가 노래를 마치고 ‘Are you one? Are you two?'하다가 “Are you seventy?' 하고 건너 뛸 무렵엔 그랑파파의 눈시울이 젖어 눈물을 닦는 모습이었다.

우리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느라고 한 바탕 난리를 치는 동안에도 도리는 결코 빠지지 않는다. 빠지기는 커녕 맹렬공주답게 맹렬하다.

 

 

 

 

 

 

 

오후에 쇼핑 겸 도리를 재울 겸, 할머니는 집에서 쉬시게 하고 눈썰매를 타러 가자고 하는 엄마의 제안에 아리는 나가지 않겠다고 한다. 할머니와 함께 집에 있겠다는 것. 눈썰매도 싫다고 한다. 엄마가 또 실망하는 기색이다. 엄마아빠가 현관에서 기다려도 막무가내다. 할 수 없이 할머니가 함께 가겠다고 나서는데도 아리는 싫다고 한다. 함께 가서 눈썰매타고오자고 해도 아리는 그저 할머니와 함께 집에 있자고 하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엄마아빠와 도리만 외출했다.

아리는 완전 할머니중독이다. 할머니가 놀이상대가 되어주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고 편안해 한다. 할머니 곯는 것은 모른다^*^

사실 어제 오늘, 아이들이 집에 있으니까 할머니의 오른쪽 어깨가 더 아픈데도 내색할 수조차 없다.

아리와 둘이서 남자 할머니가 먼저 한글공부부터 시켰다. 어제 다섯 줄 쓰고 남은 여섯 줄을 쓰게 했다.

재미를 붙이게 하기 위하여 할머니는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 어렵다.

온갖 제스처를 다 써가면서 한다. 겉으론 쉬워 보이지만 할머니는 사실 궁리에 궁리를 해야 한다.

 

 

 

 

 

 

토끼, 고양이, 강아지, 오리.

할머니가 힌트를 주면 아리가 맞추고, 노트에 적힌 글자를 찾아내어 아래의 빈칸에 쓰게 한다.

어제에 이은 것이기 때문에 오늘의 힌트는 조금 수준이 높다.

내 친구는 갈매기랍니다.”

오리!”

아리가 바로 맟춘다.

아하, 벌써 맟췄네, 어떻게 알았을까? 와아!”

할머니가 머리를 숙이면 아리가 아하하하 신이 나서 웃으며 할머니 머리에 손가락으로 군밤을 준다.

, 쓰세요. 여긴가?”

할머니가 일부러 토끼자리를 가리킨다.

노우, 여기!”

아리가 의기양양해서 오리자리를 손가락으로 짚어낸다.

? 할머니가 틀렸네. 에이~ 아리가 더 잘 아는구나.”

신이 난 아리가 벌써 글씨를 쓰기 시작한다.

계속 이런 식이다. 단어 한 개, 글자 한 자를 쓰게 할 때마다 색다른 아이디어를 만들어가며 진행해야하는 할머니의 머릿속은 늘 바쁘다.

그렇게 하다가도 정말 아리와 함께 깔깔, 하하 웃음을 웃기도 한다.

이 순간이 할머니는 또 좋고 고맙고 행복하게 여겨진다.

 

 

 

 

 

 

내 귀한 시간을 주는 것. 그래서 아리와 동등한 눈높이 생각높이로 함께 웃을 수 있는 것. 얼마나 다행인가.

, 타이디 업 타임!”

한글공부 마치고, 본격적으로 놀기 위하여 도리랑 놀면서 어질러진 것을 대충 정리하게 하고는 것도 수월하다. 놀기 위한 준비니까 아리는 신이 나서다.

아리가 할머니 따라 타이디 업 노래를 하며 도리장난감을 치운다.

치우는 시간, 치우는 시간, 도리의 장난감을 치우는 시간···”

할머니가 한국말로 고쳐 부른다. 아리가 서툴게 따라 부른다. 아리는 이내 잊어버리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한국말을 입에 올리게 하기 위해서다.

, 우는 시간, 치우는 시간, 도리~ 장난가암 치우는 시간···”

보트놀이를 시작하자 아리는 할머니에게 보트작동법을 설명하며 보여준다. 설명할 때 보면 아리는 카리스마가 있다. 평소에도 식구들 앞에서 제 의견을 주장할 때의 모습은 특별한 카리스마가 있다. 그뿐이 아니다. 신이나면 몸을 비틀고 흔들며 추는 몸동작이 특별하다. 그렇게 놀고 있는데 엄마아빠, 도리가 돌아왔다.

아리가 쓴 한글을 보여주며 자랑한다. 엄마아빠가 오버액션으로 놀라며 칭찬해준다.

도리는 또 할머니를 보자마자 팔을 너울너울, 안아 달라고 한다.

도리가 할머니에게 안겨 아리 노는 것을 보며 가까이 가려고하자 아리가 지레 막는다. 도리가 앙앙 소리를 지르다가 아리에게 안겨 쫒겨오면서 악악 떼를 쓰며 맹렬하게 울어댄다. 얼마나 억울할까 우리 도리!

 

 

 

 

 

 

 

할머니가 아리가 필요 없다고 따로 골라내어 담아놓은 도리용 바구니를 가져오게 하여 도리와 놀아준다. 도리가 진정하고 움마, 움마 하며 논다. 할머니와 도리가 더 재미있게 노는 것을 보고 아리가 다가와 끼어든다. 제쳐놓았던 차들을 다시 만지며 가져가려고도 한다.

할머니가 도리와 재미있게 놀면 아리가 시샘하고,

할머니가 아리를 안고 있으면 도리가 시샘하여 앙앙 소리지르고 운다. 도리의 표현이 요즘은 달라졌다. 할머니에게 다가오지 않고 그 자리에 엎드리거나 누워버린다. 떼를 쓰는 것이다.

, 도리. 이리 와.”

할머니가 손짓하면 그제야 일어나서 다가와 할머니 품에 푹 쓰러지듯 안긴다.깜찍한 우리 도리!

아이들은 그렇다.

도리는 엄마가 주는 씨리얼이나 빵을 먹다가도 가끔 안 먹겠다고 가로저으며 할머니에게 오려고 몸부림을 친다. 할 수 없이 할머니가 안고 먹이면 납죽납죽 잘도 받아먹는다. 그래서 엄마는 말한다. 도리가 먹은 것도 분위기 타는 것 같다고.

맹렬공주 도리는 가끔 아빠가 아리를 안고있는 것을 봐도 앙앙대며 다가와서 아리를 뜯어낸다. 또 엄마아빠, 할머니와 아리가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저도 같이 소리소리 지르며 따라 웃고 끼어든다. 도리는 정말 너무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