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월 2월9일(목)-스쿨버스와 아리의 좌석 앉기 994 Celsius 5C°~-2°C, 9:00am 현재 -3°C, Clear.
스쿨버스 타느라고 한바탕 난리를 쳤다. 5시에 잠이 깨어서도 좀 더 잘 욕심으로 누워 뒤척거리다가 6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있었다. 운동을 하면서도 아리가 깰까 봐서 조마조마, 화장실에서 다리운동을 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허리와 배 운동을 하고 있는데, “할!” 7시 20분경, 아리가 부른다. 그때부터 양말 신게 하고, 옷 먼저 입기 작전, “게임 볼까? 안 볼까?” 이건 순전히 아리를 완전히 깨우기 위해 유도하는 작전인데 어김없이 아리가 걸려든다. 요즘 컴퓨터의 You Tube 나 TV로 ‘카 게임보기’나 ‘카 게임 놀이’에 푹 빠졌으니까. 게임 이란 소리에 끄덕끄덕, 눈을 부비며 일어난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지. “먼저 양말 신고, 바지 입고, 티셔츠도 입고. 그리고 카 게임 보기!” 이렇게 억지로 끝내어 아리를 책상 앞에 앉혔다. “우리 이쁜 아리, 오늘 아침엔 뭘 먹을까?” “씨리얼.” “밥을 먹으면 좋을텐데··· 할머니가 밥을 맛있게 비벼줄까? 어때?” 고개를 가로 젓는다. “오케이, 할머니가 내려가서 씨리얼 준비하고, 아리야, 내려오너라 하고 부르면 보던 것 라스트 원으로 끝내고 내려오는 거야. 알았지?” 끄덕끄덕.
씨리얼을 조금 남겨놓은 상태에서 아리가 갑자기 현관으로 가더니 부추를 갈아신으면서 하는 말, 처음 있는 일이다. “할머니, too late!” 흠, 8시 5분밖에 안됐는데···, 요 녀석 봐라. 할머닌 척 보면 알지. 씨리얼을 남기는 것을 핑계삼기 위한 수작인 걸 할머니가 모를 줄 알고? 회심의미소가 떠오른다. “아하, 아리가 씨리얼 고만 먹으려고 그러는구나. 그렇지?” 아리가 씨익 웃는다. “괜찮아, 아직 시간이 있으니까 씨리얼 남은 건 할머니가 먹을 테니까 방에 들어가서 잠간 카 게임하고 놀아.” “얏호!” 아리가 잽싸게 부추를 벗고 방문 앞으로 한달음에 뛰어가면서 지르는 환호성이다. “아, 잠깐. 그런데 놀기 전에 한 가지. 샤방샤방. 아리 어제도 배가 아프다고 했잖아. 그리고 오늘 아침 피피 할 때도 피피가 노란색이었잖아. 뱃속에 점(jerm)이 많아서 그렇다고 했지? 그러니까 이도 잘 닦고 손도 잘 씻고 해야하거든. 자, 놀기 전에 얼른 아리 오피스에 가서 샤방샤방부터.” 에이~ 하며 마지못해 화장실로 들어간다. “소 리나게 해야 해. 할머니가 어제도 말했지? 거품이 다크이면 안된다고. 라이트여야 해. 알았지? 오이 먹는 소리가 나야 해.” 아리가 칫솔질을 할 때 치약을 묻혀 입에 넣자마다 뱉어내거나 칫솔을 움직이지 않고 팔을 움직인다. 금방 뱉어낸 거품은 치약색깔 그대로 진한 초록이다. 그래서 늘 많이 문지른 후 뱉으면 색이 옅어지는 것을 보여주고 그렇게 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또 팔을 움직이지 말고 손을 움직여 칫솔이 이를 닦는 소리가 샤방샤방, 오이 먹는 소리가 나야 된다고도 가르쳤다. 항상 가르치는 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해도 해도 안 듣고 반복반복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아리는 할머니가 말하는 뜻을 다 알아듣는다. “녜에~” 아리는 영낙 없는 코 뀐 소다.^*^
방에서 카 놀이를 하고 있는데 도리 역시 빠질 리가 없다. 할머니에게 한 손을 잡고 걸어들어가서 동참. 아리가 겁을 내고 사전방지를 하느라고 길을 막고 다른 차를 주고··· 겨우 끼어 놀았다. 그런데, 거실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소리. “이십분이예요.” 그때부터 ‘빨리빨리’ 불이 났다. 거실로 나와보니 22분.(우리집 거실 시계는 10분 빠르다. 그래도 20분에는 서둘러 나가야 한다. 스쿨버스가 오는 정식 시간은 15분, 우리의 20분은 정식시간 10분이다.) “아리야, 쟈켓, 부추, 백팩!” 할머니는 소리치며 겉옷을 입고 운동화 끈을 맬 시간이 없어 뒤터진 슈즈를 신고 복도를 뛰어 엘리베이터에 도착하는 순간. 아차! 열쇠! “아리, 먼저 내려가” 막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할머니가 돌아서는데 어느 새 아리가 뒤따라와 앞장서서 집으로 뛴다. 키를 가지고 다시 숨을 헐떡이며 내려갔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기다. “스쿨버스 갔을 테니까 오늘은 걸어서 가자.”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말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 콘도 밖으로 나오는 순간, 건너편 소비즈 앞으로 걸어가는 Siena의 모습이 보인다. 어? 계단을 내려서서 다시 보니 거기 아이들이 있다. 어? “할머니, we don't late!” 정말 블램너 블루버드 큰길에서 신호등에 걸려 멈췄던 스쿨버스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와, 행운이다!
스쿨버스를 제일 앞서서 탄 아리. 그러나 아리는 자리에 앉질 않고 우왕좌왕이다. 늘 그렇다. 할머니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차안의 광경을 살핀다. 아리의 집요한 성격에 아직은 어려서 단순하다. 한번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마음먹은 것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데, 그것이 가족들에겐 용납이 되고 이해가 되지만 제 또래들에게는 싫증을 내게 할 수도 있다. Rana 와도 그렇다. 처음에는 Rana와 사이가 좋았다. 동갑이어서 손이 잘 맞았다. 만나기만 하면 테그게임을 걸고 달리곤 했다. 그런데 달리기를 좋아하는 아리는 언제나 Rana를 제치고 이긴다. 그것이 점점 Rana를 싫증나게 했다. 지기만 하니까 싫어질 수밖에. 그러나 아리 입장에선 이기니까, 잘하니까, 좋아하는 놀이니까 자꾸만 하자고 강요하게 되고, 싫다는 반응인데도 미리 태그를 하고 장난을 건다. 그러니까 점점 아리를 멀리한다. 처음엔 스쿨버스에 타면 으레 나란히 앉곤 했는데 어느 날부터 Rana가 아리와 함께 앉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자 아리는 죽자고 Rana 곁에 앉는다. 때론 무안을 당하기도 한다. 보는 할머니 마음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또 얼마 전에 아리가 Rana의 손에 1센트짜리 동정을 여러 개 쥐어주는 것을 보았다. Rana의 마음을 사기 위해서 하는 짓이었다. 나중에 아리에게 물었다. 그 돈 어디서 났느냐고? 컴퓨터에 있는 걸 가져왔다고 대답하면서 말했다.
“I say just keep it!" “정말?” “ I say just keep it and back to me.” Rana에게 가지라고 준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다가 돌려달라고 준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오, 아리! 그래서 말해주었다. “요즘 라나가 아리를 싫어하지? 스쿨버스에서 같이 앉으려고도 하지 않고.” 끄덕끄덕 “왜 그럴까?” “ I don't know.” 그렇지, 어린 아리가 그걸 헤아릴 줄 알면 매달릴 리가 없지. “우리 아리는 테그게임과 달리기를 아주 잘 하지?” 끄덕끄덕 “그래서 라나나 다른 친구들 하고 할 때 마다 아리가 항상 이기지?” 기분좋은 표정으로 끄덕끄덕. “그런데 한 살 더 많은 케빈하고 할 땐 어때?” “ I can't win" "그때 기분이 어때?“ “안 좋 아” “그렇지? 라나나 친구들도 아리에게 항상 지니까 기분이 안 좋고 하기 싫어지는 거야.” “······”
“그러니까 아리는 앞으로 라나에게 자꾸만 달리기 하자고 하지마, 그리고 열심히 연습해. 아리는 늘 하잖아. 할머니하고도 하고. 그래서 할머니 무릎도 아팠잖아. 알지?” “하하하하하” “요 사람이! 그래도 우리 아린 늘 다른 친구들하고도 달리고 태그게임하고 하잖아.” 끄덕끄덕. “그게 바로 연습이야. 우리 아리가 달리기 잘하는 거 할머닌 알지. 그렇게 연습하다가 아리가 여섯 살이 되면, 케빈보다도 잘 할 수 있게 돼. 안 그럴까?” “그 럴 까” 아리의 서툰 한국말 대답이다. “그러니까 이젠 라나에게 같이 앉으려고도 하지마. 그냥 아리는 아리대로 혼자 앉아. 그럼 옆 자리에 다른 친구들이 와서 앉을 수도 있고, 없으면 그냥 가는 거야. 알았지?” 이렇게 설명하면서도 때로 할머니 기분이 묘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아리가 늘 버스에서 누군가의 옆자리에 앉으려고 두리번 거리는 것이 약간 줄어들었다고 생각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아리 혼자 창가에 앉아 할머니에게 손을 흔들고, 유리창 위에서 손을 마주대기도 했으니까. 그런데 어제 돌아오는 길에 린이 아리에게 내일 검을 준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냐고 하고 그냥 넘어갔는데 오늘 아침 버스를 타기 직전에 그 말을 다시 했다. “오, Rinne give me a gum today." 아리의 집요한 성격이 또 나타난다.
아슬아슬 버스에 탄 오늘 아침. 제일 먼저 버스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자리에 앉지 않고 통로에서 이사람저사람을 살피고 있다. 린을 찾은 것이다. 아이들이 다 타고, 린과 무슨 말인가를 주고받는 것이 보인다. 할머니 마음으론 아리야 자리에 앉아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밖에 있으니 어쩔 수도 없고 너무 나서서 그러기도 뭣하다. 할머니 짐작엔 린이 잊어버린 일일 수도 있다. 아리만이 기억하고 있는 일. 아리는 그런 것을 절대로 잊지 않는다. 식구들이 입을 벌릴 정도다. 다른 아이들은 이미 다 앉고 버스가 출발하는데도 앉을 자리를 정하지 못한 아리가 흔들거린다. 달리기 시작하면서 린이 누군가의 옆에 앉고, 아리가 뒤늦게 겨우 누군가의 자리에 털썩 앉는 것을 보았다. 할머니의 마음은 안타깝기만 하다.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이해시켜야하나. 어떻게 유도해야하나? 생각이 끝없이 맴돈다. 길을 걸으면서 아리와 함께 부른 노래.
Are you sleeping? Are you sleeping? Are you sleeping? Brother John? Brother John? Morning bells are ringing. Morning bells are ringing. Ding Dong Deng. Ding Dong D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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