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의 수필방

금 간 요강단지 조심해서 다루자

천마리학 2013. 3. 3. 01:35

 

 

 

금 간 요강단지 조심해서 다루자

-충격, 도겐우의 퍼포먼스 영상

 

 

 

이럴 수가!

222일 이메일로 날아온 youtube 동영상 안내메일을 보고나서 잠시 말을 잃어버렸다.

방금 사라진 영상속의 장면은 아직도 그대로 눈시울에 남아있고, 그가 하던 말소리까지 귀바퀴에서 맴돈다.

 

처음 만들어진 것이 어느 귀퉁이엔가 2011, 12 로 되어있는 것을 보니 그때 만들어진 모양이다. youtube에 업로드 된 것은 jan 20, 2012 로 되어있었다. 처음엔 그냥 한국어로만 만든 국내용이었다가 나중에 영어자막까지 넣어서 유투브로 올려 국제용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국내용이라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 하물며 국제용으로 유투부까지 올려놨으니 외국인들도 보았을 것임이 분명하다. 일어와 영어 댓글들도 올라와 있었다.

이럴 수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을까?

 

 

 

 

잠시 진정하고, 조근조근 장면을 재연해보자면,

 

#1,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으로 보이는 웃고 있는 모습의 이명박 대통령 동상 앞에 놓인 의자에 한 남자(도겐우)가 손에 종이 몇 장을 들고 앉아있다. 짙은 썬그라스를 끼고 푸른색 수의를 입고 흰 작업용 면장갑을 끼었다. 수의는 최근에 구금된 정봉주의원의 수의와 같다.

 

저는 단독 백만원에 김대중 대통령의 흉상을 만들어 준 조각가 도겐우입니다.······”

 

#2,

카메라가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 진열장을 훑어가다가 김대중 흉상에서 머물고, 클로즈 업 된다.

 

#3,

다시 처음화면으로 돌아온다.

각하 살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의자에 앉은 그가 입을 연다. 내용은 이명박 대통령의 실정(失政)에 대한 원망이었다. 들고 있던 종이로 대통령의 머리를 후려치기 시작한다. 말끝마다 그의 손이 올라 가더니 끝내는 격해졌다. 마치 초등학교 때 숙제 안한 학생을 혼내는 모습이다. 그렇게 시작된 행동은 점점 격해지면서 대사는 사라지고 음악의 볼륨이 업, 화면가득 그가 동상을 발로 차고 때리는 모습이 이어지다가 손에 든 종이를 홱 팽개치고 사라진다.

 

#4,

대형 도끼를 든 그가 다시 화면 안으로 들어온다.

사정없이 동상을 내려친다. 찌그러진 동상이 조각난다. 조각조각 난자당한 조각들을 밟아댄다. 흥분하여 설치는 그의 등에 하얀색으로 새겨진 도겐우 77’이 선명하다.

각하, 대한민국을 살려주십시오

마지막 서브타이틀이다.

 

씨근벌떡,

그래도 분이 안 풀린 듯, 흥분된 모습으로 객석을 돌아본다. 마치 할 일을 했다는 듯이, 아니 아직도 분이 덜 풀린 모습이기도 하다.

그대로 화면이 페이드 아웃, 사라진다.

 

처음 영상이 시작될 때

-오마쥬 코리아(Homage to Korea) 2011 12-라고 떴듯이,

영상이 마무리 되는 마지막 화면에

-개인적 가치추구의 수평구조 구축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떴다가 사라진다.

jan 20, 2012은 유투부에 업로드 한 날의 표시인 모양이다.

 

개인적 가치추구의 수평구조 구축, 무슨 의미일까. 헛참!

 

일본어 리플도 있고 영어리플도 있다. 속이 후련하다는 내용도 있는가하면 신랄하게 나무라는 내용도 있었다. 심지어 지방색을 들어내어 나무라는 내용도 있었다.

 

 

지금 우리가 본 동영상은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일반 영화가 아니다. 한 나라의 국민이 대통령에게 하는 전달하는 메시지, 즉 영상 편지이다. 그러나 그런 표현에 과연 박수를 보낼까? 공감할까?

이건 예술 공연이나 퍼포먼스가 아니다. 예술을 빙자하여 증오와 저주가 가득한 극단적인 화풀이다.

 

우리 모두 진정해야겠다.

멀리 떠나와 있긴 하지만 내 나라가 지금 어수선하다는 것은 다 알고 염려하는 바 크다.

그 동안 나꼼수를 비롯하여 막말과 막행동으로 인신공격과 원망과 저주가 파다해져 출렁거리는 실정을 염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리플리 증후군도 들먹여지고 마키아벨리의 군주론도 들먹여가면서 국민으로서 하면 안 될 행동을 하다니. 더구나 전 세계인이 보는 유투부에까지 올리다니. 이것은 단지 인간에 대한 예의를 벗어난 행동을 지나서 나라의 안위를 걱정해야하는 수준이다.

아무리 대통령의 정치가 마음에 안 들고 화가 나더라도 그런 방법이 용납되어선 안 된다. 임기 말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까지 한 나라의 국민이 대통령을 그렇게 매도할 수 있을까? 몸서리쳐지는 인민재판이나 일제의 만행이 떠오른다.

부디 자중해야겠다.

 

어떻게 하여 이 지경까지 됐을까? 자꾸만 혀가 차진다.

자신을 조각가 도겐우라고 했으나 진정 그가 예술에 속하는 조각가인지 조차 의심이 갔다. 순수한 우리나라 국민인지가 의심스럽다.

대한민국을 살려내는 건 이명박 대통령이 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 모두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건 우리들 자신이다. 우리의 잘못된 선택을 거울삼아 다시는 실수하지 않도록 의식을 높이고, 예술의 힘을 펼쳐서라도 국가경영에 좋은 쪽으로 나가야 진정한 예술가이다. 이런 행동은 민중을 흔들어 선동하거나, 혼란하게 만들거나, 국민들의 의식을 오염시키는 일 밖에 안 된다.

그 나라의 민주주의는 그 나라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논리부터 생각하고 부디 자중, 자중했으면 한다.

 

해외에 나와 살고 있는 우리 또한, 멀리 있다고 해서 방심하거나 방관하지 말자.

머지않아 해외동포 투표일도 있다. 적극 참여하고 깊이 통찰하며 살자. 그게 나라사랑이며 국민으로서의 도리다.

 

깨진 요강단지 위하듯 한다는 말이 있다. 금이 가서 새는 요강단지일수록 새지 않도록 더 조심조심 에워 싸가며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지도자의 잘못을 우리가 안에서 고치고 수습해야지 떠들고 나발 불어 좋을 게 없지 않은가.

우리가 뽑은 죄, 우리의 안목을 우리 스스로 탓해야지 대통령 탓만 한다고 될 일도 아니다. 물론 화나고 속상한 건 안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쳐서 국가의 체면이나 안위에 상처를 주고 민심을 선동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예술을 오용하거나 남용하지도 말자.

 

<201222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