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3-2012년

986-스스로 하기, 프렌치토스트, 화장실은 오피스

천마리학 2013. 2. 23. 14:32

 

 

*2012127()-스스로 하기, 프렌치토스트, 화장실은 오피스

986

Celsius 3C°~-3°C, 9:00am 현재 1°C, Snow.

 

비가 조금씩 내려서 우산을 들고 나갔다.

오늘은 학교가 PH-day로 쉬는 날. 그래서 스쿨버스도 오지 않는다. 데이케어에만 간다.

엄마, 도리, 아이, 모두 함께 걸어서 갔다.

처음엔 비, 점점 싸락눈으로 바뀌더니 나중엔 사뿐사뿐 내리는 눈송이로 변했다.

아리가 겉옷의 지퍼를 올리다가 물려서 고치느라고 애를 먹었다. 고쳐주면서 그런 것에 전혀 개념 없는 아리에게 또 설명을 한다. 쇠귀에 경 읽기가 되겠지만.

백팩도 직접 매게 하고, 우산도 직접 펼치고, 들고 가게 했다.

눈 내리는 길을 걸어 돌아오는 길이 기분 좋았다.

 

 

 

 

 도리 데이케어에는 온통 다 도리가 모델이다.

 

 

 

금요일에서 저녁식탁이 한결 여유롭다.

시간의 제약이 없는 주말의 시작, 언제나 이 시간만 같으면 좋겠다.

아리는 숙제도 없으니 그저 놀기만 하면 된다.

도리도 여전히 방실방실, 꺄아악꺄아약!

커다란 엑서소서를 밀고 거실 안을 돌아다녀 모두를 웃겼다. 그동안은 제게 맞는 워커(waker)를 밀고 다녔다. 때때로 의자를 밀고 다니기도 했다. 오늘 데이케어에서도 도리보다 조금 위 또래들에게 밀고 다니는 기구를 주었더니 도리도 그걸 달라고 떼를 써서 그것을 주었다고 한다. 제게 맞는 워커를 물리고 기어이 그걸 하더라는 것. 도리는 성격이 적극적이다.

 

 

 

 

 

 

 

도리는 수시로 변덕이다. 전체적인 분위기보다는 제 분위기를 분명하게 탄다. 제가 하고자하는 일이 시작되면 다른 누가 얼러주고 말을 걸어도 싫어한다.

도리, 윙크! 윙크!”

벌써 며칠 째 할머니가 시연을 하며 가르치고 있는데 아직도 윙크를 하지 못한다.

만세! 만세!···”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거나, ‘반짝반짝을 하거나, ‘빵긋빵긋을 하면 제법 따라하며 신이 난다. 그런데 아리가 도리를 안으려고 하니까 조금 전까지도 아리와 박자를 맞추고 눈을 맞추고 놀이상대를 하던 태도는 간곳이 없고, 귀찮다는 듯, 분위기 깨지 말라는 듯, 용을 쓰며 밀어낸다. 아리 역시 분위기 파악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 도리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아리는 계속 도리를 하이췌어에서 끌어내려고 하자 도리가 울음을 터트리며 아리의 얼굴을 할퀸다. 엄마가 개입되고서야 잠잠해졌다.

 

 

 

 

 

 

아리야, 도리가 지금 여기서 놀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알았지?”

할머니도 아리의 머쓱해진 입장을 달래느라 한 마디 한다.

하긴, 분위기 파악 못하는 건 아리 도리 마찬가지지^*^

저녁식사를 마친 후 아리와 도리는 아빠와 도란도란. 아리방으로 할머니방으로 오르내리며 도란거린다. 엄마가 설거지를 하고, 할머니는 시집의 서평을 붙인다. 이것도 주말의 여유로움이다.

 

 

 

 

설거지를 마친 엄마는 도리를 재우려 데리고 들어가고, 할머니는 아리와 함께 잠자리에 들 준비. 어디서 잘까? 물었더니 업스테얼(할머니방)에서 자겠다고 한다. 그러더니 헝그리. 물을 마셨으니 그냥 자자고 해도 소용이 없다. 뭐 먹을까? 씨리얼 앤 베이글. 할머니를 앞세우고 저는 할머니 뒤에서 숨는 자세로 계단을 내려온다.

후렌치 토스트, 할머니?”

식탁으로 와서 베이글을 토스트하려고 순간 아리의 주문이 바뀌었다. 아리가 요즘 프렌치토스트를 좋아한다. 할머니가 달걀을 풀고, 팬을 올리고··· 준비하는 동안 아리는

“ I don't know how make french toast.”

하면서 가까이 와서 들여다본다.

“ I love 할머니, 할머니 make french toast is best!”

 

 

 

 

 

 

재잘재잘, 도란도란, 온갖 아양을 떤다. 마음이 흐뭇한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면 할머니도 피로가 싹 가신다.

, 프렌치토스트? 어게인.”

아빠가 지나가면서 한 마디 던진다.

프렌치토스트 2쪽을 거의 다 먹을 때 엄마가 내려왔다.

엄마도 한 입 주세요.”

아리가 조각 한 개를 골라 엄마 입에 넣어준다.

우리 아래층에서 자자.”

끄덕끄덕.

입 닦고 와야지, 아리 오피스에 가서.”

오피스1층에 있는 아리의 화장실을 말한다.

아리가 언젠가 제 화장실을 아리 오피스라고 표현하는 바람에 2층에 있는 할머니의 화장실은 할머니 오피스가 되었다.

 

 

 

 

 

아리가 혼자서 들어가 놀기도 하고, 또 때로는 아빠가 이른 새벽에 출근 전의 시간에 내려와 아래층에서 자는 할머니와 아리에게 전기불빛으로 방해하지 않으려고 아리 화장실에 들어가 책을 읽기도 하고, 면도도 하고 샤워도 한다. 이층에 있는 아빠의 오피스를 사용하면 도리를 깨우게 될까봐서다. 어쩌다 할머니가 할머니 방에서 잘 때도 깊은 밤이나 새벽이면 조심조심 아래층으로 내려와 아리 화장실을 이용하고, 거기서 책도 읽는다.

우리집엔 엄마아빠의 화장실과 할머니 화장실, 아리의 화장실이 각각, 3개나 있지만 도리와 아리 때문에 밤 시간이면 사용이 자유롭지 못하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이렇게 여러 가지로 주의와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어른이다!

아리는 잽싸게 화장실로 가서 대충 물로 헹구고 얼른 제방으로 들어가 이불속으로 들어가 누워버린다. 아리가 샤방샤방’(이 닦기)도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