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3-2012년

983-카이로프락터, 도리 픽업까지

천마리학 2013. 2. 15. 08:39

 

 

 

*2012124()-카이로프락터, 도리 픽업까지

983

Celsius 3C°~-2°C, 9:00am 현재 2°C, Rain.

 

아침 7, 자명종이 울었다.

간밤에 할머니 책상 위의 고장 난 자명종을 손을 보아 내려와서 머리맡에 놓고 잤더니 효과가 있었다. 아리가 손을 대어 고장이 난 것이다. 접촉 불량인 모양이다.

어제 밤에 관절염 약도 먹고 또 아빠가 주는 진통제도 먹고, 아침까지 비교적 잘 잤다. 어떤 것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다 효과가 있었겠지. 아침에 거뜬해졌고, 살 것 같다. 아침 식탁에서 엄마가 진통제 한 알을 물 한 컵과 함께 챙겨주면서 아빠가 한 개 더 먹으라고 진통제를 엄마에게 일러놓고 출근했다고 한다.

비가 내리는 아침, 마침 스쿨버스 타러 갈 때는 내리지 않았다.

몸이 거뜬해지니 기분도 거뜬해져서 오전에 로바츠 도서관에 신문 정리 하러 갈 계획을 엄마는 그만두라고 했다. 쉬는 김에 더 쉬라고. 갈까 말까 망서림이 많아 갈등하다가 오늘은 단순히 카이로프락터에만 다녀오기로 결정. 출발하기 전까지, 1140분까지 컴 작업을 시작했다. <문학마실>에 보낼 단편 <오이소박이>를 수정 시작하였다.

 

 

 

 

 

카이로프락터에 다녀온 240분부터 저녁식사 준비, 오늘의 주제는 배추다. 늘 하는 일이지만 배추를 벗길 때마다 느끼는 경이로움, 꽉 짜여진 스크람을 시로 쓰겠다고 벼른 지가 벌써 서너 해 전이면서도 아직도 못쓰고 오늘 또 다시 감탄한다. , 이 게으름. 이 무능!

배추의 스크람과 비트의 붉은색이 나를 감동시킨 것은 토론토에 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식사준비로 반찬을 준비하느라고 배추를 벗기다가 감동하였고, 이곳에서 처음 알게 되고 먹기 시작한 비트의 그 붉은 색은 변영로의 강낭콩처럼, 혹은 심 나를 감동시켰다. 강낭콩보다 더 진한 느낌, 피 같은 그러면서도 고운 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면서 시간만 흘려보냈다. 빨리 해야지!

배추를 데쳐서 배추 된장국, 배추나물을 만들고, 상추 겉절이 준비를 해놓고, 식탁 세팅을 마치고나니 어림없이 440, 곧바로 나갔다.

힘은 들지만 걸어서 아리의 학교까지 가는 20여분이 그나마 꾸준히 할 수 있는 걷기 운동이다. 어디든 매이지 않으면 규칙적인 일을 지속하지 못하는 인내심부족. 그게 나의 큰 결점 중의 하나이다.

아리와 함께 도리 데이케어에 도착하니 선생님에게 안겨 놀고 있던 도리가 선생님의 어깨 너머로 할머닐르 발견하자 화들짝, 반가워하며 오려고 아! ! 소리를 치며 팔을 휘젓는다. 영문을 모르고 도리를 달래려고만 하던 선생님은 늦게야 알아채고 웃는다.

 

 

 

 

 

 

도리야, 오늘도 잘 놀았어?”

덥썩 안기는 도리, 눈물겹다. 할머니의 가슴에서 뿌듯함이 치밀어오른다. 날마다 만나고 함께 살면서도 수시로, 시시때때로 아리와 도리를 보면서 가슴에 벅차오르는 반가움, 고마움, 신기함, 행복함··· 등의 감정이 늘 뒤엉켜 몸과 마음을 달군다. 그래서 수시로 눈물겹다. , 할머니 바보!

도리야, 집에 가서 맘마도 먹고, 엄마도 만나고 놀자

맘마? 맘마?”

도리는 맘마, 그 한 마디밖에 못한다. 이 시간이면 늘 배가 고픈 모양이다.

그래, 맘마, 할머니가 맘마 가져왔지

어느 새 도리는 할머니의 맘마를 기다린다.

할머니가 백팩에서 쿠키를 꺼내는 동안 숨을 헐떡이며 할머니의 손동작 하나하나를 낱낱이 눈여겨보며 기다린다.

할머니, 훗 주세요.”

아리도 돌아서서 달라고 한다.

도리 순에 한 개 쥐어주고 겉옷을 입히고 안고 밖의 교실로 나와서 할머니와 아리가 신을 신는 동안 잠시 무릎에 세우고 논다. 신을 다 신었어도 놀기를 원해서 10여분 놀았다. 할머니의 허리도 쉴겸.

 

 

 

 

 

 

 

스트롤러를 밀고 오면서 앞받이에 쿠키를 놓아주면 도리가 야곰야곰 잘도 먹는다. 아리는 할 블록 가서 한 개씩, 룰이다.

아리는 수시로 재잘대고, 재잘 대다가 멈추면 할머니에게 이야기해달라고 청한다. 청하는 것이 아니라 강요다.^*^

오늘은 카이로프락터에 다녀오는 동안 어떤 사람이 할머니에게 우산을 달라고 한 이야기를 내내 했다. 물론 다 지어낸 이야기다. 아리가 우산을 안 받으려고도 하고 또 스쿠터를 왜 안 가져왔느냐고 해서 비가 와서 안 가져 왔다고 했기 때문에 그 두 가지를 다 이해시키려고 꾸며낸 이야기다. 아리, 요걸 몰랐지! ^*^

할머니의 이야기와 아리의 재잘거림, 장난치며 웃는 소리를 내다가 가끔 잠도 드는 도리,

아리와 도리, 그리고 할머니, 우리 셋이서 걸어 돌아오는 밤길이 힘은 들지만 따숩기만 하다.

저녁세수하면서 지난 주 화요일에 부르튼 할머니의 입술 딱지가 드디어 떼어냈다. 덜 아문 상처부위는 아직도 남아있지만 그래도 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