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3-2012년

982-레고맞추기의 아리 고집, 매직! 할머니 아픈 허리

천마리학 2013. 2. 12. 07:48

 

 

 

*2012123()-레고맞추기의 아리 고집, 매직! 할머니 아픈 허리

982

Celsius 6C°~1°C, 9:00am 현재 3°C, Rain.

 

할머니는 죽을 맛이다. 어제 오후, 하이파크에서 돌아와 함께 마신 핫 초컬릿 한 잔이 이렇게 말썽을 부릴 줄이야. 마시면서도 내심 불안했다. 혹시 불면증이 돋으면 어쩔까 하고. 아니나 다를까. 밤새 한숨도 못 잤다. 하도 잠이 오지 아서 자정 무렵에 땀이 나도록 운동까지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러잖아도 어제 저녁 아리의 레고 만들기 고집 때문에 잠드는 시간을 늦추기까지 하면서 방바닥에 앉아서 레고 찾아주기를 했었다. 희미한 시력 때문에 돋보기까지 끼고 했지만 시야가 자꾸만 흐려서 얼굴도 찡그려지고 몸도 불편했다. 관절염이 있는 무릎과 허리를 구부리고 레고를 뒤적여가며 찾아내는 일이 얼마나 힘이 드는 지, 남의 일이라면 돈다발을 주어도 하지 않을 일이다. 책을 펼쳐놓고 그림대로 맞추는 과정에서도 아리는 고집이 여간 아니다. 할머니는 찾아주기, 아리는 그림대로 맞추기, 공동 합작이다. 왼쪽무릎을 폈다 오므렸다, 허리를 잠시 펴기도 하면서 자세를 수시로 바꿔보지만 풀리지 않아 끙끙대면서 했다. 아리의 고집본능! 누가 멈추게 할까!

그래도 멈출 생각이 없는 아리를 달래가며 9시가 넘어설 무렵, 이대로 두었다가 내일 하자, 내일도 할머니가 같이 놀아 주마,··· 책과 레고들을 한쪽으로 밀어놓고, 약속에 약속을 거듭하고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까지 뜬눈으로 보내고 나니 머리가 띵~ 어질어질하다.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스쿨버스를 타러 나갔다가 우산을 가지러 되 와야 했다. 3층의 라나 아버지도 마찬가지.

모두 떠나보내고 나서도 힘이 든다. 힘이 들면서도 잠은 오지 않는다. 조름이라도 쏟아지면 좋을 텐데. 늘 그게 문제다. ! ! !

메일을 대충 정리하고, 일부러 머리를 지쳐 쓰러지게 하고 싶어서 풀다 만 스도쿠를 잠시 들여다 보고··· 그러다가··· 겨우 한 시간 남짓 잠이 든 것 같다. 깨어보니 12. 배도 고프고 지치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점심은 적당히 먹고··· <시인시각>을 읽고··· 2012년 겨울호 목차의 신작시 코너에 권천학-나비환생 외 1이 나와 있음을 확인하고. 다른 작품들을 검색하여 읽는데 머리가 명쾌하지 않은 상태라서 눈이 흐릿하고 얼굴이 자꾸만 찡그려짐을 스스로 느낀다.

겸하여 카메라의 이미지들을 정리하고··· 아리 픽업시간이 되어 집을 나섰지만 정말 걷기가 힘 든다.

아리는 여전히 달린다. 할머니가 아프다고 했더니 아리도! 하면서 말을 받는다. 배가 아프다고 한다. 배가 고픈 모양이다. 이때쯤이면 으레 배 아프다고 잘 한다. 얼마 전 같으면 할머니가 가방에 먹을 것을 챙겨 와서 언제나 먹게 했고, 아리도 습관처럼 할머니, 훗드.’하고 손을 내밀겠지만 요즘은 집에 돌아가서 저녁식사를 잘 하게 하려고 끊었다.

애고, 허리야! 하면 아리도 허리야! 한다. 그러다가 매직이라면서 백팩에서 도리에게 줄 선물이라고, ‘Dori, I love Dori. 라고 쓴 종이를 꺼내어 흔들고 접으며 모션을 취하더니 매직! 할머니 허리 아프지 마라! 한다. 할머니 하는 것을 보고 매직! 이면 다 되는 줄 안다. 녀석!^*^

 

 

 

 

 

 

 

자꾸만 배가 아프다고 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얼른 집에 가서 저녁을 맛있게 냠냠 먹자! 하고 달래다가 언뜻 할머니의 포켓에 롤리팝 한 개가 있는 것을 기억해냈다. 이번엔 할머니가 매직을 걸었다.

눈 감아라 아리, 야아아아앗!”

왓 하하하하하···”

눈을 뜬 아리가 롤리 팝을 보고 신기해 하면서 좋아 날뛴다. 그 모습이 거의 환상적이다.

함께 도리의 데이케어로 갔지만 할머니는 복도의 벤치에 앉아서 기다렸다.

집으로 걸어오는 동안에도 비가 조금씩 다시 내리기 시작해서 우산을 받지 않으려고 하는 아리의 손을 억지로 잡고 함께 받고 오는 일도 힘이 든다. 저만큼 앞서서 도리의 스트롤러를 밀고 걷는 엄마가 가끔 돌아보며 기다리곤 했다.

아리는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조랑조랑 고시랑고시랑··· 이야기가 끝이 없다. 레고 이야기며 친구들 이야기며, 아리의 페이브릿 칼러인 레드 이야기며, ··· 그중에서도 라이트닝 메퀸의 이야기를 할 때는 가장 요란하다.

라이트닝 메퀸. 넘버 나인티 퍼, 할머니, 슈욱! ! !”

힘차게 팔을 뻗으며 우산 밖으로 튕겨나가기 일쑤다. 하긴 아리에게 비 오는 게 무슨 대수일까.

 

 

 

 

 

 

저녁을 먹고 레고를 시작했다. 커다란 쟁반 두 개에 레고를 나누어 담고 책과 함께 식탁으로 왔다. 레고에 앞 서 홈 워크를 조건으로 걸고 하는데 아리가 울쌍이다. 공부는 안 하려고하고 놀이만 하려고 한다. 요즘은 레고놀이지만.

억지로 홈 워크인 읽기를 시작했지만 집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세도 좋지 않다. 계속 지적해가며 억지로 하자니 시키는 할머니도 속이 상하고 힘이 든다. 끝내 집중하지 않고 삐뚜르 앉아서 장난만 치는데 아빠가 퇴근했다. 아빠가 오자 도피처를 찾은 듯 더 반항한다. 할머니가 더 의자에 붙잡아 앉혔다. 아빠의 눈치를 본다. 할머니가 끝내 화를 냈다.

좋아, 홈워크도 안하고 공부할 때 집중하지 않으니까 레고놀이도 안해 줄거야. . 레고는 쓰레기통에 버릴 거야.”

노우!”

아리가 큰소리로 외치며 질겁을 한다.

엄마야. 이거 이따가 설거지 끝나고 쓰레기 통에 갖다 넣어버려라. 알았지?”

엄마가 녜, 하고 대답하자 아리가 더욱 발을 쿵쿵거리며 동동 울부짖는다.

 

 

 

 

 

 

 

노우! 노우! 노우!”

할머니가 레고 쟁반을 계단에 옮겨 놓았다.

아리가 더욱 드세게 울부짖었다.

망태를 오라고 해야겠군.”

아리가 숨 넘어가도록 소리치며 운다.

그럼 홈웤을 할 거야?”

학거야아아아

? 안한다고?”

학그야아아아

손을 저으며 고개까지 끄덕끄덕.

똑똑히 말해. 할 거야? 안 할 거야?”

할 거 야

정말?”

그렇게 해서 한바탕 소동이 끝이나고 눈물이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펼쳤다.

<We will see>

I see a puppies.

We see the cubs.

I see a calf.

We see the chicks.

 

 

 

 

 

 

a the 의 차이를 설명해주고 읽도록 하였다.

동물을 셀 때는 마리를 붙인다는 것.

단수 일 때는 a, 복수일 때는 s가 끝에 붙는다는 것.

s가 붙었지?

두 마리.”

아하 그렇구나. 할머닌 꼬리가 붙은 것인 줄 알았지.”

노우, You know 할머니? Why s?"

" I don't know why?"

"Because, (힘 한 번 주고) the chicks is 세 마리."

"아하, 그렇구나. 어디 한 번 세어볼까?”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아리가 의기양양이다.

“ I see the bunny. We see a calves."

할머니가 일부러 틀리게 읽는다.

"No. no, I see a bunny, We see the calf."

아리가 틀렸다고 지적하며 신이 나서 바르게 읽는다.

그러는 사이에 아리는 명랑해졌다.

얼핏 보면 간단한 일인 것 같으면서도 간단한 일이 아니고, 쉬운 것 같으면서도 쉽지가 않다. 제 엄마 아빠 눈치 보느라고 중단했던 일이다. 그래서 더욱 복잡하다.

하기야 사람 하나 길러내는 일이 쉬우면 되겠는가!

이대로 얼마나 더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지만 가능한 한 계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