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7(토)-한국킨더가든 끝, 가족시간, 도리의 말공부. 946. Celsius4°~-2°, 9:00am 현재 -2°. Cloudy.
오늘은 아리의 한국 킨더가든은 금년도 마지막수업. 내일부터 새해3일경까지 연말휴가에 들어가기 때문. 한약은 어제 아침으로 끝이 났는데, 오늘 아침에도 할머닌 여전히 피곤하고 힘든다. 몸이 무거우니 곧잘 짜증이 나고 움직이기 싫어지며 우울한 생각이 든다. 문득문득, 더 이상 짐이 되기 전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혼자서 조용히 사는 것이 서로에게 홀가분할지도 모른다.
지난 주 토요일부터 가족시간이 되었다. 아리를 데려다주고 근처의 Artisana Cafe에서 시간을 보내며 아리를 픽업해서 점심까지 먹으며 느긋하게 보낸다. 그동안에 가족 사이에 의논할 일도 의논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오늘은 아빠는 예약된 손가락 X-ray 를 찍고 오기로 하고 그 동안에 엄마와 할머니는 집에서의 아리의 교육에 대한 의논을 했다. 엄마는 할머니가 무섭게 화를 내니까 아리가 오히려 겁에 질려 공부를 아예 멀리할거라고 생각, 걱정이고 아직 아리 나이에 공부를 강요하는 것이 이르다는 것이었고,
할머니는 공부를 시키는 것을 집중력을 갖게 하기 위한 것이며, 지금 아리의 연령에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도 인식시켜줘야 하고, 자제력도 길러줘야 하고 또 아리가 진즉부터 ‘과잉행동’의 염려가 있는 터여서, 집중력 훈련도 시켜가며 조금은 엄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말했지만, 결국은 아무 대답없는 엄마에게 할머니 스스로 앞으로는 할머니가 큰소리로 화내는 것을 하지 않기로 하는 것으로 끝났다. (설령 할머니의 의견이 옳다한들 엄마가 받아들일 리 없다는 것을 할머니는 이미 안다. 그런 이견(異見)에 대해선 엄마는 가타부타 일체의 대답을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곤 한다. 사소한 일에는 이유를 꼭 댄다. 한 번도 할머니 이견에 대해서 토를 달지 않는 일이 없다. 엄마의 방법은 묵묵부답이거나 토 다는 일이다. 그때마다 할머니의 심정은 상하고 두고두고 생각할수록 자존심도 망가지는 걸 느낀 지 이미 오래. 그래서 더 이상 우기지 않는다. 스스로 자인하고 만다. 그것이 결국 할머니의 대처방법이다.) 오늘도 결국 할머니의 잘못이라는 것만 규정지은 셈이다.
그렇게 간단히 이야기를 끝내고 잠간 할머니의 새 컴퓨터 사용방법을 엄마에게 배웠다. (하지만 솔직히 이 컴퓨터를 할머니가 얼마나 사용하게 될지 모른다. 명분은 엄마가 할머니의 생일선물로 사준 것이지만 결국은 필요에 의해서 엄마아빠의 것으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지금도 할머니의 물건은 몇 가지의 옷밖엔 없다. 늘 준비할 땐 할머니를 위한 것이라고 달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면 아리 도리, 혹은 엄마가 더 사용하게 된다. 그런 것을 보면서 할머니는 할머니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과 함께 독립해서 살아야 할 필요를 느낀다. 함께 살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할머니 것이었고 할머니가 주인이었다. 물건은 물론 생활방식까지도 그렇다. 그러나 함께 여기 와서 살다보니 집부터 시작해서 모든 것이 아리도리 위주에 엄마아빠 주장 대로이다. 할머니는 사육당할 뿐 이미 짐이 되었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늙어도 자식과 합치지 말아야한다고들 하는 모양이다. 우리의 전통교육이나 효사상이 제대로 교육된 자식이라면 모를까, 현대라는 이름으로 부모세대는 묵살당하고 사육당하고 만다. 서글프다.)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내며 엄마아빠는 아리도리를 위한 책을 빌리고 아침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할머니는 긴 의자에 누워 쉬었다. 5시 경에 돌아왔다.
도리의 말이 조금 달라졌다. 물론 어른들이 하는 말은 아니고 도리식의 말이다. 아직 말을 할 줄 모르기 때문에 소리와 눈짓 그리고 몸짓으로 표현하는 소릿말이다. 모든 말이 응, 응, 응 정도의 옹알이의 진화과정이다. 요즘은 음? 음? 음? 으로 통한다. 궁금증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도리. 할머니는 처음부터 도리를 안고 이곳저곳을 다니며 도리가 손가락으로 짚어보게 해주었다. 벽에 붙은 그림이나 물건들, 무엇이든 다 만져보게 했다. 이것은 뻐꾸기 시계, 도리 장난감, 벨, 딩동댕, 피아노, 우크렐레··· 유리창에 붙은 그림들도, 벽시계도, 피아노 위에 있는 잡다한 물건들 이름을 말해주었다. 때로는 발코니로 나가 바깥 풍경들을 할머니가 가리키며 저것은 기차, 저것은 자동차··· 하기도 하고, 하늘을 보면서 갈매지, 나비, 하고 말해주기도 했다. 그러면 도리는 그 작은 눈으로 맞은 편 건물의 난간이나 지붕위에 있는 갈매기나 우리 앞을 지나 허공을 날아가는 나비나 작은 날것들을 곧잘 발견하고 손가락을 가리키며 끝까지 시선이 따라가곤 했다. 그래서 할머니만 보면 안아달라고 두 팔을 뻗곤 한다. 엄마와 있으면서도 할머니를 보면 할머니에게 오고 싶어 하는 기색이 역력할 때가 많다.
데이케어에서도 어쩌다 할머니가 먼저 가는 날이면 으레 도리를 안고 돌아다니며 벽에 붙은 그림들과 친구들의 옷장을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도리가 음! 음! 하면서 손가락으로 짚을 때마다 인형, 자동차, 토끼··· 친구 옷장, 도리 옷··· 하고 말해준다. 창밖을 보며 나뭇잎, 하늘, 집··· 하고 말해주기도 한다. 음! 음! 음! 하던 것이 요즘은 음? 음? 음? 으로 바뀌었다. 질문인 것이다. 데이케어 선생님들로부터 도리가 특별하다고, 표현을 많이 한다고 자주 듣지만. 보지 않아도 아마 그럴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한다. 아리의 식사태도도 좋지 않다. 먹으려고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것만 먹으려고 해서 엄마와 할머니의 속을 달군다. 주로 씨리얼, 오트밀, 베이글, 크랜베리 토스트 ··· 수시로 바뀐다. 채소는 당근 외에는 거의 안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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