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944-아리 콘서트. ‘치카차카’→샤방샤방→오이먹자

천마리학 2012. 12. 6. 07:29

 

 

 

*20111215()-아리 콘서트. ‘치카차카샤방샤방오이먹자.

 944.

Celsius13°~1°, 10:00am 현재 9°. Rain.

 

 

오늘 오후 6시에 아리의 유치원 콘서트가 있다.

엄마와 도리도 오기로 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비가 내린다.

한 이틀, 아리도 도리도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다. 할머니도 마찬가지. 낮은 기온과 흐린 날씨 탓? 어린 것들도 기압의 탓을 받나? 하다가 어린 것들이니까 연약해서 더 그러겠구나 싶다.

아리를 730분에 깨워 겨우 일으켰다. 잠결에 누워있는 자세로 양말을 신기면서 손가락으로 여기저기를 쿡쿡, 간지럼도 먹이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꾸며대면서.

할머니의 생각창고가 바닥난다.^*^

겨우 베이글 샌드위치(넛델라 발라서 두 장 맞붙인 것) 반 정도 먹고, 사과쥬스 한잔 마시고, 꼬마 당근 서너 개. 그러고나서 아리, 배불러!’.

샤방샤방하러 가라고 이르고, 가는 아리에게 하는 말.

아리, 지금 오이 먹으러 가는 거지?”

아리가 웃으며 노우

그럼 사과? 할머닌 안 주고 혼자서만 먹으려고? ~”

뒤따라가서 아리가 칫솔질을 하도록 장난을 건다.

화장실 문 앞에서 나가려는 자세를 취하다가 , 오이 냄새?’하며 다시 들어선다.

 

 

 

 

 

아리, 오이 먹었지?”

고개를 가로 젓는다. 다시 할머니가 나가려고 하면 아리가 칫솔질을 한다. 할머니는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안에서 샤방샤방하는 소리가 나는지 안 나는지 듣는 자세를 취하다가 소리가 나면 얼른 안으로 고개를 디밀며

아리, 지금 오이 먹지?”

아리는 스톱자세.

흐음, 이상하다. 오이 먹는 소리를 분명 들었는데···. 킁 킁, 이건 오이 냄새잖아. 아리 혼자 할머닌 안 주고 오리 먹은 거 맞지?”

여전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재미 있어 하는 아리.

그럼 사과?”

가로 젓기.

이상하다할머니가 고개를 갸웃, 혼잣소리처럼 하며 나와 벽 뒤에 얼굴을 숨기고 안쪽의 소리를 듣는 자세를 취하면 아리는 다시 칫솔질을 한다. 샤방샤방 소리가 나게. 그러면 할머니가 재빠르게 얼굴을 디밀고.

, 오이 먹잖아, ? 아니네. 아리가 양치질하고 있잖아

아리가 신이 나서 양치질을 한다.

 

 

 

 

 

 

요즘 아리와 할머니 사이엔 양치질을 한다는 말이 오이 먹으러 간다. 사과 먹으러 간다로 바뀌었다.

처음엔 샤방샤방이었다. 일반적으로 치카치카지만 할머니 생각엔 그 치카치카 소리가 어린 아리의 이에는 마찰력이 너무 강할 것 같아서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샤방샤방을 택했다. 그래서 양치질 하는 것이 샤방샤방 하자가 되었다.

치약은 조금만 짜게 하고, 샤각샤각 소리가 나게 위아래 방향으로 문지르게 하고, 고개는 앞으로 내민 자세를 취하고, 거품이 입 안 가득 일어났을 때 뱉고, 입안을 최소한 세 번 헹군 후에 마셔라.

끊임없이 가르치지만 안 된다. 쉬운 그 일이 아리에겐 매우 어려운 일이다. 치약이 줄줄 흘러내리고 짜고, 입에 넣자마자 빨아먹어버리기도 하고. 칫솔을 입에 넣자마자 꺼내어 수돗물에 씻어버리니 치약덩어리가 세면기에 떨어져 흘러나가기 일쑤. 제대로 칫솔질을 하지 않고 치약을 먹는 재미만 느끼는 아리. 치약도 거의 낭비가 되고 칫솔씻는 것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서 늘 할머니가 시범을 보이고 실습도 시키지만 되지 않는다. 처음엔 잘 되는 듯 하다가 제 자리 걸음이거나 더 퇴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건 꼭 칫솔질만 그런데 아니다. 공부하는 것도, 옷 입는 것도. 모든 행동들이 다 그렇다. 그래서 끊임없는 반복과 연습이 필요한데 그것이 아이는 물론 할머니에게도 어렵다.

샤방샤방이 요즘 오이 먹자로 바뀐 것은 치약에서 오이냄새가 나기 때문에 할머니가 지어 붙인 말이다.

요즘은 오히려 칫솔질 때마다 할머니가 같이 하는 이유가 있다. 얼마 전에 읽은 기사에서 4~7세 어린이들이 충치가 다른 연령의 2배나 된다는 것. 스스로 하도록 방치하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할머니가 양치시간에 다시 바짝 붙었다. 이그,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