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943-아리의 공부태도에 버럭!

천마리학 2012. 12. 5. 05:33

 

 

 

*20111214()-아리의 공부태도에 버럭!

943.

Celsius6°~5°, 10:00am 현재 4°. Fog.

 

간밤에 다리와 허리가 아파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9시경에 아리와 함께 잠이 들었다가 잠이 불편하여 깨어보니 11. 그때부터 이층으로 올라와 캐나다 문학 5호를 읽다가 자정을 넘기고 결국 컴퓨터를 켰다. 포스코 명예회장인 박태준씨가 84세로, 폐질환으로 별세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젊은 시절, 막연히 외모만으로 좋아했던 박태준회장에 대한 감회가 떠올랐다. 마지막 길엔 변변한 집 한 채도 없었고, 병원비마저 자식들이 부담할 정도였고, 재산, 주식, 차 등 본인 명의로 된 재산이 아무것도 없다고 발표했다. 심지어 2000년 국무총리에서 물러날 때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하사받은 돈으로 구입한 집마저 사회에 환원해버린 상태였다. 그분의 맑은 눈빛을 보고 좋아했는데, 그 맑은 눈빛만큼 청빈하게 산 그분에게 헌사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21매짜리 <배신하지 않아서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써서 주간 부동산의 남촌에게 보내고, 블로그에 올렸다.

 

 

 

 

 

 

그렇게 밤을 새우고 아침 615, 그때부터 아리 곁에 누워 잠깐, 7시까지 눈을 붙였더니 피곤함이 말할 수 없다. 억지로 일어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아리를 준비시켜 스쿨버스를 태워 보내고 모처럼 느긋하게 쉬고자 했다. 쉬는 일도 습관이 안되어 어렵다. 다시 컴 앞에 앉았다. 피곤한 상태인 채로.! 못 말려!

날씨는 따뜻하다.

 

아리의 공부태도 때문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공부를 하기 싫어 한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할머니는 속상하다. ?

할머니는 엄마가 어렸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공부를 싫어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 아이 가르치는 포부다. 화를 내서도 안 되고, 두려움보다는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가르치는 방법을 써야하고, 놀이처럼 하는 공부,··· 누구나 갖고 있는 아이 교육방법에 대해서 이론이야 왜 없고 왜 모를까. 누구에게 빠질세라 많이들 알지만 그것을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 실제에 들어가서는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노력을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엄마 어렸을 때도 매를 잡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었다. 당시만 해도 요즘처럼 채벌이 크게 문제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교육적 체벌을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어있던 시절이지만 할머니는 엄마에게 절대로 매를 대지 않고 공부시키려고 노력했었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며 한 설명 또 하고 또 하고··· 아이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이해되게 하기까진 무지한 인내심이 필요했었다. 온갖 물건들을 다 동원하고, 마치 연극배우처럼 온갖 몸짓과 동작, 거기다 놀이형식까지 취하면서 꾹꾹 눌러참아야 했다. 그래서 자식을 직접 가르치기 어렵다고들 하지 않는가. 그런데 지금은 자식이 아니라 손자다. 그저 예쁘고 그저 소중한데, 오냐오냐 뜻만 받아주다가 그르치기 십상이다. 오류에 빠지지 않으려고 늘 주의하고 신경 쓰는 부분이다. 그러나 어렵다.

 

 

 

 

 

 

오늘도 한글 쓰기를 시도했다. 읽는 정도로 끝내려고 하는 아리에게 공부에 염증을 갖지 않게 하려고 잠시 쉬엄쉬엄하다보니 쓰지 않은 것이 벌써 열흘도 넘은 것 같다. 더 이상 멈추면 안 될 것 같아서 오늘 시도한 것인데 역시 하지 않으려고 한다.

아리는 벌써 엄마아빠와 할머니를 구분하여 이용하기에 이르렀다. 하긴 진즉부터 시작된 일이긴 하지만.

할머니가 숙제나 쓰기 공부하기를 하려고 하면 싫다고 피하고 조금 강도를 높이면 슬쩍 엄마아빠에게고 간다. 엄마아빠는 대피처이다. 공부로부터의 대피처. 아리가 엄마아빠에게로 가면 할머니는 스톱, 오히려 할머니가 엄마아빠의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에 이른다. 그렇게 하여 공부습관의 맥이 끊어지고, 길들이려고 했던 생활습관의 반복이 끊어진다. 속이 상한다.

<사랑하는 우리 할머니>

오늘 문장이다.

 

 

 

 

엄마와 이야기 하며 놀고 있는 아리에게 쓰기공부를 유도하면서 반기지 않는 아리에게 뭘 쓸까?’ 물어가며 아리가 결정한 문장이다. 오후 6시가 넘었다. 곧 아빠가 오고, 저녁식사를 해야 하고, 하고나면 놀려고 하는데다 몸도 느른해져서 숙제를 할 겨를도 없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저녁식사 전에 숙제를 마쳐놓기로 작정하고 유도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

할머니가 노트에 줄을 그어놓은 칸수와 맞다.

사 랑 하 는 우 리 할 머 니

쓰면서도 아리는 자음 모음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다. 얼마 전 시도할 때까지도 알았던 것을 모두 까먹어버렸다. 그러고도 가까이 있는 엄마와 말을 주고 받고, 도리의 하는 짓을 상관하고··· 할머니가 아무리 불러도, 집중하라고 해도 그저 대충대충, 노트 위에 장난질을 친다.

 

 

 

 

 

 

엄마도 물론 말로는 아리, 지금 할머니가 뭐라고 하셨지? 할머니 말씀을 들어야지하지만 공염불, 그것조차 할머니는 화가 난다. ‘아리, 아리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할머니 말씀을 잘 들으면 엄마도 할머니도 행복할 텐데···’ 점입가경이다.

아리, 할머니 화를 낼까?”

할머니가 목소리에 힘들 주었지만 들은 둥 만 둥이다.

,,,,,,,,, 라고 입으로 조아리면서도 한 글자씩 짚어 물으면 전혀 모른다. '리을''l'를 조합한 . 제 이름자의 끝자인 자도 모른다. 할머니의 속이 뒤집힌다. 그런데도 아리는 옆에 있는 조그만 장난감 자동차를 집어 든다. 그 순간 할머니가 아리의 손에서 자동차를 빼앗아 거실 바닥에 동댕이쳤다.

아리!”

하고 소리쳤다. 뜻밖의 사태에 엄마도 어리둥절, 도리가 겁에 질려 짧게 울음을 터트렸다. 아리도 긴장했다.

집중! 집중하지 않으니까 하나도 모르잖아. 읽으면서 쓰라고 했지? 쓰면서도 뭐가 뭔지 모르잖아. 집중 안하니까 그렇지!”

엄마가 눌러 참는 기색을 할머니가 왜 모르랴.

아리, 니가 그러면 정말 할머니 여기 안 살 거야. 한국으로 돌아갈 거야.”

하지 않아야 할 말이다. 그런데 나와버렸다.

 

 

 

 

 

그때부터 아리가 조금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다시 썼다. 사랑하는 우리할머니, 터덕거리긴 했지만 장난치고 남은 세줄을 겨우 썼고, 다시 기억을 되살리는지 할머니의 설명을 들으며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아빠가 돌아오고 노트의 한 페이지는 다 채워지고, 피니시!하며 아리는 일어선다. 노트를 갈무리할 생각도 전혀 없다. 아빠에게 뛰어가서 이산가족 만나듯 한다. 물론 엄마아빠가 잘못하는 건 아니다. 서로 다 잘 하려고 해서, 서로가 너무나 더 잘 하려고 해서 그런 것도 안다. 하며튼, 엄마아빠가 때론 방해가 될 뿐. 그런 분위기에서 더욱 어렵다. 그런 속에서 할머니는 엄마아빠의 눈 치보기와 행여 원망을 듣지 않을까 하는 염려까지 하게 된다.

오늘, 버럭 화를 내고 나니 미안하기도 하다.

참 어 렵 다.

 

 

 

 

 

저녁식사 도중 아리가 먼저 끝내고 일어선다.

아리의 식사태도도 좋지 않다. 오늘도 밥숟가락을 떠서 고등어조각을 얹어주다가 서서히 스스로 밥을 뜨게 했다. 이건 완전히 심봉사 밥 먹는 스타일이다. 아리가 심봉사고 할머니가 청이다. !^*^

할머니가 얹어준 밥숟가락을 입에 넣은 빈 숟가락을 앞접시 위에 놓아버리고 또 장난치고 잡담하고···

숟가락을 그냥 놓지 말고 밥을 먹거든 다시 밥을 퍼서 앞접시 위에 놓아라, 그럼 할머니가 피시 얹어줄 테니.”

그걸 계속 연습 시켰다. 물론 잘 될 리 없다. 그래도 거듭 반복하니까 다 먹을 즈음에는 모르고 놓았다가 앗차, 스스로 다시 밥을 뜨며 할머니에게 보라고 가리킨다.

그렇게 밥을 다 먹고 벌떡 일어나는 아리의 팔을 잡고 눌러 앉혔다.

앉아. 엄마아빠도 할머니도 아직 다 안 먹었잖아. 먼저 일어나면 안 되는 거야. 이제 곧 다섯 살이 되잖아. 그런데 아리가 매너가 없으면 안 되겠지? 식탁에서 밥을 다 먹고도 어른들이 아직 안 끝났으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거야. 화장실이 급하거나 꼭 일어나야 할 땐 엄마아빠, 할머니, 먼저 일어나도 될까요? 하고 물어보고, 그래라 하고 답하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하고 일어나는 거야. 알겠어?”

할머니의 강요에 못 이겨 아리가 다시 앉고, 흡족한 엄마는 아빠에게 설명한다.(엄마는 아리 도리에게 좋으면 만사 제친다. 할머니도 안중에 없다)

 

 

 

 

 

 

일어나도 될 가 요 ?”

아리가 이미 몸을 반쯤 일으킨 자세로 서툴게 말한다.

밥 다 먹었어 아리?”

녜에

할머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답하는 아리.

그래 일어나거라.”

자유를 획득한 아리가 제방으로 달려간다. 흡족하게 바라보는 엄마아빠. 이그 얄미워!

(어쩌다 할머니가 소리치거나 강하게 하면 싫어하면서 아리도리에게 좋다싶으면 만사오케이인 엄마, 얄미워! 하긴 그게 에미지.)

그나저나 아리의 테이블메너도 고쳐나가야겠는데···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