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938-수영장, 할머니의 노트북

천마리학 2012. 11. 27. 07:42

 

 

 

 

*20111210()-수영장, 할머니의 노트북

938.

Celsius -1°~-4°, 9am 현재 -4°. Clear. 

 

아침 9.

모처럼 아리의 코리아킨더가든 등굣길에 엄마아빠를 따라 나섰다. 오늘은 전에 봐두었던 코리아 킨더가든 근처의 수영장에 모두 함께 가고 마음 느긋하게 즐기자는 엄마의 제안때문이었다. 식구들이, 특히 할머니가 늘 시간에 쫒겨 집에 혼자 남기를 여러 번, 그러다보니 모두 함께 즐기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아리를 데려다 준 후, 샤펄스에 들렸다. 엄마아빠가 쇼핑을 하는 동안 할머니는 혈압을 재었다.

90-53-70. 여전히 저혈압.

채소가게로 가서 채소들을 사고 나서 아리를 픽업할 때까지 느긋하게 쉬면서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아빠가 봐 둔 곳이 있다면서 오늘은 평소에 엄마아빠가 가는 스타벅스가 아닌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Artisano 라는 카페였다.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햇볕이 따사로워 더웠다.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매우 편안한 분위기. 할머니는 캐나다살이 중 좋은 것의 하나가 바로 이런 곳, 이런 분위기가 좋았다.

크로와쌍과 리필 되는 커피를 마시면서 엄마가 제안한 짤막한 가족회의.

다음 학기부터 아리를 신 선생님이 권하는 영락 교회의 어린이 한글프로그램에 보낼 것인가? 에 대한 것.

 

 

 

 

 

아빠의 의견은 혹시 어린 나이에 기독교에 빨려들게 하여 자신의 선택이 아닌 방법으로 종교를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다소 염려스럽다는 것. 그러면서 금년 학기(내년 6월까지)는 그냥 지금 다니는 코리아 킨더가든에 다니게 하고 그 다음에 봐서 결정하는 게 어떨까? 하고.

엄마의 의견은 오전에 한글공부를 하고 $100 내면 점심과 간식을 제공받고 오후 3시까지 태권도, 놀이 등 한국의 전통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게 생각된다는 것.

할머니의 의견은 엄마의 의견도 좋고, 아빠의 의견도 동의하지만, 보태자면 조기교육도 가족이 너무 부담스러우면 오래 지속하기 힘들게 되므로 너무 무리하게 하는 것을 피하자는 것.

종합적으로 금년학기까지는 코리아 킨더가든에 다니게 하고, 내년 학기에 생각해보기로 결정. ! ! !

픽업시간이 되어 아빠가 아리를 픽업하거 간 사이 엄마는 도리를 돌보며 신문을 읽고 할머니는 한국일보에서 스크랩해 간 연재소설(이원호씨의 三代)를 읽었다.

아리를 픽업한 후 그곳에서 점심까지 했다. 정말 편안하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소중한 시간의 행복이 좋아서 할머니가 점심값을 내기로 했다.

 

 

 

 

 

점심식사 후 수영장으로 갔다. Alderwood Pool.

그러나 가는 날이젯날이라고 일년에 한번 하는 수영장 청소날이라서 문을 닫고 청소 중. 이번주와 다음주 일요일까지라고 한다.

근처의 다른 수영장으로 갔다.

온 가족이 $5. 그런데 엄마가 카드를 내미니까 리셉셔니스트가 그냥 들어가라는 것, 카드결제가 귀찮다는 것. 그런데도 기분 나쁜 태도가 아니라 그냥 좀 그렇다고 하면서 기분 좋은 태도로. 후후후.

물이 할머니 발이 닿을 정도로 얕은 곳부터 안 닿는 깊은 곳까지 있어서 좋았다. 여름 이후에 오랜만에 수영을 하는 아리가 처음엔 뛰어내리는 것을 약간 무서워하더니 이내 익숙해지고, 부표판을 가지고 엄마, 아빠, 할머니를 번갈아 불러가며 번갈아 오가며 왁자하고, 도리 역시 엄마 손에, 아빠 손에, 할머니 손에 물을 즐긴다.

푸쉬! 푸쉬!

 

 

 

 

 

 

엄마가 열심이다. 그러다가 도리가 물을 차는 발질을 하자 신기해서 할머니를 불러 보인다.

할머니는 도리를 부표판에 엎드리게 해서 이리저리 밀고 다니는데 때에 따라선 발짓도 한다. 할머니가 도리를 맡는 동안에 엄마는 깊은 곳으로 가서 왕년의 수영선수 솜씨를 보인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렇게라도 할 수 있으니 좋다. 아빠도 짬짬이 깊은 곳으로 가서 수영을 한다.

수영을 즐기며 온가족이 신이 나서 웃고 소리치는 이 시간도 할머니는 너무 고맙고 행복하다. 소중하다. 가족과 함께 하는 모든 일, 모든 시간들이 다 행복하고 감사하다.

2시부터 330분까지 하는 수영장에서 마감 시간 5분전에 나왔다.

 

 

 

 

 

 

에플스토어로 갔다.

엄마가 지난봄에 사려다 만 할머니의 노트북을 사기 위해서.

아주 가볍고 얇은 최신형 애플 노트북, $1,800.

할머니, 맬도널드!”

노트북을 사고 나오는데 아리가 맥도널드에 가자고 한다.

좋아, 그럼 저녁도 할머니가 산다. ? 노트북을 샀으니까.

모두 2층에 있는 훗 코드로 갔다. 빙 둘러 있는 각 나라별 각종 음식점 사이에 맥도널드도 있었다. 아리는 역시 맥도널드에서 맥치킨, 엄마와 할머니는 그리크 식당에서 그리크 밀, 아빠는 스테이크. 그런데 도리가 얼마나 잘 먹는지.

아리의 감자튀김을 할머니가 입으로 소금기를 빨아서 먹이는데 빨기가 바쁘고, 나중에 할머니의 메뉴가 나와서 밥을 먹이는데 주는 대로 넙죽넙죽, 잘도 먹는다. , 이 행복.

농사꾼은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것과 논에 물 들어가는 것이 가장 좋다던가. 농사꾼이 아니어도 두 새끼들, 아리도리가 잘 먹으면 할머니는 왜 그렇게 좋은지··· ^*^

하루를 알차게 꽉 채웠다. 엄마아빠도 물론 할머니도 기분이 좋다.

이래서 내일, 일요일은 엄마아빠가 집에서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