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940-아직도 약발 있는 쎄쎄쎄, 허탈한 할머니마음.

천마리학 2012. 11. 30. 01:50

 

 

 

*20111212()-아직도 약발 있는 쎄쎄쎄, 허탈한 할머니마음.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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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경에 잠이 깬 할머니, 꾸무럭거리면서 일어날까 말까 하다가 내쳐 누워 시간을 보내다가 깜빡, 6시 반경에 눈을 떴다. 이어 도란거리는 아리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살금거리는 아빠의 기척. 출근준비에 들어가고, 아리가 통통통통 올라왔다. “할머니, 아리 다리 아파.:

살그머니 할머니 침대로 들어오면서 하는 말이다.

할머니 손을 끌어다 오른쪽 허벅지에 댄다. 자주 아프다고 하는 곳이다.

세이 할머니, 할머니 손, 약 손, (song), 할머니.”

가만히 맛사지를 해주는 할머니에게 요청한다.

 

 

 

 

 

 

쎄쎄쎄, 할머니 손이 약손이다 쎄 쎄 쎄, 우리 아리 할머니 손자 세세세, 우리 아리 착한 아리 세세세, 아리 다리 아프지 마라 쎄 쎄 쎄, 우리아리 아프지 말고 나쁜 사람 다리 아파라 쎄 쎄 쎄, 우리 아리 착한 아리 쎄 쎄 쎄, 아리다리 빨리 나아라 쎄 쎄 쎄, 할머니 손이 약손이다 쎄 쎄 쎄, ···”

그러다가 슬쩍 가사를 바꾸어본다.

다리야 나아라 쎄 쎄 쎄, 나쁜 사람만 아파라 쎄 쎄 쎄, 우리 아리 나쁜 사람 쎄 쎄 쎄, 다리야 아파···”

노우, 할머니, 아리 안 나뻐.”

녀석, 안 듣는 것 같아도 듣곤 있었군^*^

, 그래? 맞어. 우리 아리 착한 아리 쎄 쎄 쎄, 할머니 손자 우리 아리 쎄 쎄 쎄,

우리 아리 착한 아리 빨리빨리 나아라 쎄 쎄 쎄,··· ”

언젠지 모르게 슬며시 잠이 든다.

어려서부터 듣던 이 노래가 아리에겐 지금도 여전히 위안이 되는 모양이다.

도리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리 귀가 쫑끗! 놀고 싶으면 가서 놀라고 했더니 엄마 방으로 간다.

 

 

 

 

 

 

아침식탁에서 또 안 먹겠다는 아리.

엄마도 할머니도 먹으라고 권하지만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한다. 아직도 잠옷차림. 그럭저럭 8시가 가까워진다. 할머니가 양말까지 챙겨놓고 입으라고 시켜도 아리는 듣는 둥 마는 둥 꾸무럭대고, 엄마는 참을성 있게 먹어라, 먹어라 살살 달랜다.

겨우 할머니가 집어주는 달걀후라이 몇 조각 먹고, 토스토 한 조각도 채 못 먹고, 꾸무럭대기만 한다.

8시가 넘었다.

샤방샤방! 오이냄새가 나는데, 사과 냄새가 나는데 해가면서 겨우 이를 닦게 만들고 할머니가 한약 컵을 들고 먹으라고 했지만 여전히 장난만 치다가 쨍그렁, 결국 약이 담긴 컵을 깨버렸다.

나가야할 시간인 810.

양말 신어라 아무리 독촉해도 꾸물대는 아리, 할머니가 큰소리를 냈다.

스쿨버스 가버린다! 아리. 학교에 안 갈꺼야?”

안 간다고는 안한다. 여전히 꾸물거릴 뿐.

계속 화를 내면서 어쩔 수없이 옷을 입히고 양말을 고쳐 신기고··· 아리가 할머니 눈치를 살피며 할머니 잘못 했어요한다.

뭘 잘못했는데?”

“···”

잘 못 안하면 되잖아.”

“···”

시간이 촉박하여 밖으로 나가는 내내 냉정하게 했더니 기어이 할머니 손을 잡고 간다. 아쉬운 모양이다.

나가자마자 버스가 왔다.

 

 

 

 

 

 

언제까지 이런 식이 이어질까?

즤 엄마아빠가 좋은 건 막을 수 없다. 즤 엄마아빠도 아리가 반듯하게 되기를 할머니에겐 바라기만 하면서 언제나 제 엄마아빠에게 가면 느슨하게 둔다. 기껏 할머니가 조인 끈이 허무해진다. 말 한마디라도 혹은 분위기라도 동조해주면 좋겠는데, 구경하듯 하는 태도를 보면 할머니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침시간이면 옷 입어야지, 학교 갈 준비 해야지, 이 닦아야지, 정신없고 힘 드는데, 힘빠지고 허탈하다. 할머니와 엄마아빠사이에 일관성이 없으니까 아리에겐 혼선만 빚어지고 그 결과 요령만 생기게 된다. 그래서 화가 난다. 속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