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927-도리의 백일파티

천마리학 2012. 11. 7. 19:40

 

 

 

*20111127()-컨그레쳐레이션 도리의 백일파티

927.

Celsius 13°~4°, 6am 현재 9°. Cloudy. 

 

오늘은 도리의 백일 파티. 사실은 3일 후인 30일이지만 멀리서 오시는 손님들을 위해서 오늘로 앞당겼다.

 

 

 

 

아침에 도리가 내려오자마자 어엄마!’ ‘따따따따···’를 반복했다. 돌 치레를 하는 모양이다.

도리가 말은 아직 못하고 걸음마도 못하지만 의사는 분명하다.

따따따따아아아’ ‘으음으음으로 모든 의사소통을 한다.

몸놀림도 의자나 물건을 잡고 서서 움직이고 앉고 서는 것도 익숙하다. 피아노 의자를 집고 서서 건반을 두드리며 신기해 한다.

, 도리 잘 했어

박수를 쳐주면 더욱 신이 나서 방긋방긋.

 

 

 

 

 

 

지우네(지우와 엄마)와 재숙이모네(S교수와 헌이, 카라), 우현이네(우현이와 엄마아빠), 양이모 내외, 존 아저씨와 어머니 모크린스키 부인, 그리고 몬트리올의 따따 쟌과 똥똥 달랏, 앙드레 아저씨.

갑자기 심장이 아프신 수실아저씨와 쌍둥이 아기를 봐야하는 임 선생님만 불참.

아침에 게스트 룸에서 묵으신 따따 쟌과 똥똥 달랏이 할머니에게 줄 선물로 장미 한 다발을 들고 오셨다. 가끔 꽃다발을 선물 해주시는 분들이다. 그런데 빨강과 노랑과 분홍이 안개꽃과 사철나무 가지와 어우러진 오늘의 장미가 유난히 싱싱하고 새롭다. 더 기분이 좋았다. 땡큐! 따따 쟌, 앤 똥똥 달랏.

 

 

 

 

채소들을 접시에 담고 식탁 준비를 하는 아빠와 앙드레의 모습을 보며 할머니는 정말 흐뭇했다. 또 엄마가 파티준비를 계속하는 동안에 앙드레 아저씨와 아빠는 떡집에 가서 떡을 찾아오면서 케잌이랑 쿠키랑도 사오셨다. 할머니는 도리와 아리를 챙겨 노는 것 뿐인데도 힘이 든다. 힘이 들면서도 일 진행을 잘 해내는 엄마나 서로 도우며 손을 맞드는 아빠와 앙드레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편해진다.

앙드레 아저씨는 엄마가 설거지를 할 때도 도왔고, 이것저것 집안일을 스스럼없이 한다.

 

 

 

 

도리에게 한국에서 미경이모가 보내준 한복을 입혔더니 얌전하게 가만히 있었다. 머리에 아얌까지 씌워주어도 벗으려고 하는 평소완 달리 잘 입고 있었다. 오늘이 제 날인 줄 아는 모양.

, 도리 프린스!”

앙드레 아저씨가 말했다.

너무 예뻐서 모두의 탄성이 터졌다.

 

 

 

 

돌잡이 순서에 여러 가지 물건들을 늘어놓아주었는데 신기하게도 신용카드와 만년필을 가장 먼저 집어 들었다. 그리고나서 룰러, 연필, ··· 할머니가 선물로 놓아준 통장이 든 봉투는 관심이 없었다. , 로또인데···! 모두 웃었다.

아리도 신용카드와 만년필을 집었는데··· 똑 같다.

엄마아빠가 열심히, 정성들여 준비한 음식들, 한식으로 김밥과 떡을 위주로 과일과 채소를 넉넉하게. 모두들 음식을 들며 즐겼다.

 

 

사진도 찍고 푸짐한 선물도 개봉.

앙드레 아저씨가 예쁜 생일 케잌을 준비했는데 모크린스티 부인께서도 우크레니언 식의 전통 케잌을 준비해오셨다.

할머니의 틱톡 게임기를 비롯해서 예쁜 옷들이 몇 벌이나 되고, 식기류셑트와 인형, 아리에겐 기탄 수학(우현이네 선물)까지 정말 유익하고 정성스러운 선물들이다. 선물과 함께 들어있는 카드들은 주신 분들이 직접 읽어주시게 했다.

재숙이모, 모크린스키 부인, 지우엄마 등.

불참하신 임 선생님은 며칠 전 카드와 함께 축하금을 보내오셨었다.

모두모두 많이많이 감사하다.

 

 

 

 

보채지도 않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각각 방긋방긋 웃어주기도 잘 해서 정말 프린스다운 면모를 과시한 도리! 과연 오늘의 주인공다웠다.

누구에게나 잘 웃어 보이고, 누구에게나 귀엽게 손도 흔들고, 안기기도 해서 모두가 좋아했다. 잘 놀고, 잘 먹고. 할머니가 넣어주는 케잌과 멜론을 잘도 받아먹었다. 특히 초컬릿 케익 맛을 보더니 자꾸만 더 달라고 입을 벌려서 약밥과 멜론을 번갈아가면서 먹였다.

 

 

 

아리 역시 잘 놀고, 도리를 자랑스러워하며 수시로 도리을 안고 뽀뽀를 하는가 하면, 손님으로 온 우현(7)과 지우(7)랑 잘 어울려 놀았다. 우현이는 바닥에 엎드려서 블럭쌓기를 즐기는 편이었고, 지우는 아리와 함께 숨바꼭질, 달리기 등 익스트림한 놀이를 즐겼다. 존 아저씨가 함께 놀아주었다.

고스트 게임이라면서 할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끌어들이더니 할머닐 놓아주지 않는다. 잠시 그렇게 놀아주다가 할머니가 막 내려오려고 하는데 등 뒤에서 갑자기 아리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잽싸게 쫒아갔더니 아리가 이층의 도리 침대 뒤에 있는 엄마의 세면대에 부딪쳐서 바닥에 웅크리고 울고 있었다. 존 아저씨가 복도쪽으로 성큼 몸을 빼고 서서 멀건히 바라본다.

 

 

 

 

 

 

아리의 왼쪽 눈 주변이 금새 퍼렇게 멍이 들었다. 자지러지듯 우는 아리. 정말 속상하다. 멀건히 서있는 존 아저씨가 답답하다. 마치 어린애 같다. 존 아저씨가 그 틈새로 들어가는 걸 보고 따라 들어갔다가 그렇게 된 것.

존 아저씨는 친구가 되어 놀아주는 건 좋은데 아리에게 보호막이 되어주거나 방지해주거나 보살펴주는 것이 없다. 마치 어린애 같다. 이런 일이 그동안에도 몇 번 있었다. 속상한 일이지만 그때마다 아무 말 없이 아리만 다스릴 뿐이다. 오늘도 마찬가지, 할머니가 아리를 안고 다둑이면서도 내심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멀건히 보고만 있다. 애고, 그러려니 해야지.

역시 아리는 아이이고, 역시 노는데도 적극적이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얼음찜질을 해주었다. 잠시 후 언제 그랬냐싶게 다시 놀기 시작했다.

, 못 말리는 아리의 놀이본능!

 

 

 

 

 

 

1시부터 시작된 파티는 어른들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도리의 재롱과 아리와 친구들의 놀이로 시종 즐거운 분위기. 엄마아빠가 파티 시중을 드느라고 힘들겠지만 모두가 좋아하고 재미있는 분위기여서 힘 드는 줄 모르고 진행되었다.

할머니가 손님들을 한 명씩 소개하고 엄마가 영어로 통역을 했다. 할 때마다 박수와 웃음.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특히 할머니는 모두의 소개와 감사인사의 끝에, 가장 의미 있는 한 마디를 했다.

오늘 여러분들께서 이렇게 오셔서 축하해주신 것, 정말 감사하고 기쁩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의 축하만이 아니라 앞으로 도리가 잘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지켜줘야 하고, 그리고 잘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봐주는 일이 남아있습니다. 그것은 부탁이 아니라 명령입니다!”

 

 

 

 

 

 

 

지나고 보니 한 가지 아쉬운 점. 그것은 존 아저씨가 아이들과 방에서 놀고 있었기 때문에 소개에서 빠진 것이다.

오후 5시반경에 재숙이모네가 가장 먼저 돌아가고, 이어서 6시가 가까워져서 양이모네, 지우네, 그리고 6시 반경, 마지막으로 존 아저씨와 모크린스키 부인, 그리고 우현이네가 돌아감으로 끝이 났다. 모두들 엄마가 조금씩 싸준 떡을 들고 돌아갔다.

모두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분들이었고, 모두 즐겁게 시간을 보내어 참 좋은 분위기의 파티였다. 우리 복 많은 우리 도리! 모두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우리 도리!

모두 돌아가고 대충 정리를 한 다음, 따따 쟌과 똥똥 달랏, 똥똥 앙드레 그리고 우리 가족만의 오붓한 저녁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