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 20일(토)-아리의 이불낙서, 엄마의 예민 깔끔병, 보글보글 지글지글 840. 31도~21도, Clear.
아빠가 집에 있어서 오전에 아리는 아빠랑 함께 수영장에 다녀왔다.
오후 3시경, 갤러리아에서 음식물 배달이 왔는데 배달원이 바뀌었는지, 콘도 입구에서 파킹을 어떻게 하느냐는 전화를 두 번이나 하더니 결국 세 번째는 도와 달라고 해서 아빠가 내려갔다. 아빠가 내려간 후에도 한참을 시간이 걸려 함께 물건상자들을 들고 올라왔는데 배달원이 영어도 통하지 않고, 솜씨도 좋지 않았다고 귀띰을 했다. 그런데 돌아간 뒤에 정리하다보니 젖은 식품들이 모두 흘러서 젖어있고 뒤죽박죽, 생선회도 내용물이 흐트러져있고 3개 주문한 무가 2개였다.
그런데 문제는 아리에게서 터졌다. 배달원을 도우려고 아빠가 내려간 사이, 그 전에 엄마아빠 방에서 줄곧 아빠랑 함께 놀고 있었던 아리가 아빠가 내려오자 따라 내려오더니 함께 가겠다고 하는 걸, 금방 오니까 가지 말라고 달래었는데, 아빠가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 사이 아리가 다시 이층으로 올라가더니 엄마아빠 이불을 뒤집어쓰고 ‘몬스터’라고 하면서 계단을 내려왔다. 가끔 아리는 그런 놀이를 즐긴다. 위험하니까 이불을 가져다 놓으라고 엄마가 말했지만 들을 리 없다. 이불을 쓰고 현관 쪽으로 가더니 혼자서 조용하다. 아빠가 오면 놀래켜 줄 작정인 모양이었다. 할머니와 엄마는 식탁에 앉아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다. 엄마는 컴, 할머니는 독서.
그런데 할머니가 이불속에서 조용한 아리가 수상하다면서 엄마더러 가보게 했다. 엄마가 다가가서 ‘뭐하니?’ 하면서 이불을 들친 엄마가 소리쳤다.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아리?” 아리가 마루바닥과 이불자락에 볼펜으로 낙서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엄마가 하지 말라고, 얼른 이불을 이층으로 갖다 놓으라고··· 큰소리로 나무라고 하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하지만 아리는 다시 이불을 뒤집어쓴 채 침묵. 화장실에서 나온 엄마가 다시 들췄다. 그 순간, “아리, 너 왜 엄마 말을 안 듣는 거야?”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며 화를 냈다. 아리도 놀라 말없이 올려다보았고, 할머니도 놀라 식탁에 그대로 앉아서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가 싫어하는 짓을 왜 자꾸 하는 거야? 왜 엄마 말을 안 듣는 거야?” 처음 들어보는 고함도 그렇고, 뒤에서 보고 있는 엄마의 어깨가 들먹이는 걸 보니 엄마가 정말 화를 참지 못하는 것이 역력했다. 할머니의 입장에선 엄마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저 말없이 보고만 있었다. 아리도 엄마도 모두 걱정 되었다. 엄마가 화를 참지 못하여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고 아리는 기가 죽어서 침묵이다가 이불을 다시 끌고 이층으로 옮겨놓고 내려왔지만 여전히 침울하다. 놀라고 침울한 모습으로 제방으로, 현관 옆 창고로··· 살금살금 할머니 눈치를 보면서 오간다. 침묵인 채, 그저 바라보다가 팔을 벌려 오라고 했지만 오지 않고 다시 제 방으로 들어가더니 바닥에 놓여있는 캐터필러에 얼굴을 묻고 짧게 울더니 다시 일어나 어슬렁어슬렁··· 집안분위기가 썰렁한 채로 계속되고 있을 때 배달원과 함께 아빠가 들어왔다. 엄마는 여전히 화장실에.
배달원에게 사인을 해서 돌려보내고, 물건을 정리하면서 아빠는 분위기의 심상찮음을 느끼면서 할머니와 아리를 살피고 있었다. 잠시 후에 엄마가 나와 여전히 가라앉은 기분으로 함께 물건정리를 하였다.
할머니는 오이와 부추를 버무려 김치를 담고, 조림고추와 멸치를 섞어 볶음을 하고, 어제 챠이나타운에서 사온 한국형 가지를 슴슴하게 졸이고, 일부는 납작납작하게 썰어서 간을 해두었다. 도리를 재우고 내려온 엄마가 미안해하면서 돕겠다고 나섰다. 오랜만에 간 한 가지와 쫑쫑 썬 부추로 오랜 만에 전을 부쳤다. 그 사이 아리는 쓰레기 버리러 내려가는 아빠를 따라 나가더니 소식이 없다. 5시 경, 음식 만들기가 끝나고, 발코니로 나가보았더니 2층의 정원에서 아리와 아빠가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아리야~” 벽 뒤에 숨어 있던 아빠가 먼저 할머니와 눈을 맞추고 손을 흔들었다.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를 들은 아리가 잔디밭에서 올려다보더니 할머니더러 내려오라고 했다.
발코니에 식탁을 차리자고 할머니가 제안했다. 생선회와 부침개, 먹다 남은 약밥··· 부침개는 생선회를 먹지 않는 아리를 위한 것이다. 식탁을 다 차려놓고 기다려도 아빠와 아리가 오지 않아서 할머니가 3층으로 내려갔지만 없었다. 엑서사이즈 룸을 통과해서 밖으로 나가 중앙입구로 돌아오는데 저만큼 소비즈에서 나와 길을 건너는 아빠와 아리를 발견했다. 아빠의 손짓으로 할머니를 발견하고 달려온 아리와 현관문에서 만났는데 아리의 손에 복권용지와 함께 $5짜리 지폐한 장이 들려있었다. 무슨 돈이냐고 물었더니 소비즈의 아줌마가 주었다고 하면서 연필로 여기저기 표시를 한 복권용지를 들어보였다. 응? 아빠와 아리가 복권을 해서 $20를 받았다고 한다. 평소에도 할머니와 외출에서 돌아올 때나 쇼핑을 하러 소비즈에 갔을 때 아리는 늘 복권코너에서 그 용지와 노란 연필을 꺼내어 낙서를 하긴 하지만 그냥 그뿐, 할머니는 그게 복권용지라는 것 밖에는 자세히 알지 못한다.
기분도 풀리고··· 아리가 배가 고팠는지 부침개를 많이 먹었고, 하이췌어에 앉힌 도리 역시 잘 받아먹었다. 건이 편에 건 아빠가 보내온 소주도 곁들였다. 자기도 와인을 달라고 하는 아리에게 소주색깔과 같은 물로 하자고 유도했다. 소주로, 아리는 맑은 물로 쌍떼! 부라보! 발코니의 식사는 즐거웠다. 일찍 식사를 끝낸 도리를 돗자리에 앉히고 어른들이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는 동안 아리는 도리를 어루며 오빠 노릇을 잘 했다. 디저트는 체리. “할머니, 이게 뭐지?” 아리가 두 손을 허공에서 쥐었다 폈다하면서 할머니에게 물었다. “잼잼잼?” “아니.” “보글보글, 지글지글···” “아, 스톱! 아이 노우, 아이 윌 두, 바이 마이 셀프!” 아리가 생각났다면서 고만하라고 소리쳤다. 아리는 자주 그렇게 한다. 한국말이 어려워선지 잊어버린 것을 할머니에게 다시 묻기도 하고, 알려주면 혼자 하겠다고 제지하곤 한다.
보글보글 짝짝, 지글지글 짝짝, 보글 짝, 지글 짝, 보글지글 짝, 짝.
그때부터 도리에게 보글보글을 해보이기도 하고, 도리의 두팔을 들어서 시키기도 한다. 도리가 방글방글 웃으며 오빠 하는대로 응한다. 아리는 할머니부터 시작해서 아빠, 엄마, 앉은 순서대로 돌아가며 하게 한다. 할머니는 일부러 틀려주면 아리는 호탕한 웃음이 터트린다.
보글보글보글 짝짝짝, 지그르지글보근 짝짝짝, 보그르 보그르 짝, 지그르지르르 짝짝짝, 보그르보르르지그르지그르짝짝,
아리는 왓하하하하! 할머니 틀렸어! 왓하하하하! 빠르게 하기를 시합도 한다. 아빠도 가끔 틀려주는데, 엄마가 제일 잘 한다.
아리아리 짝짝, 도리도리 짝짝, 아리짝, 도리짝, 아리도리 짝짝,
아리가 매우 재미있어한다.
할머니는 힘든 엄마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안쓰럽고 미안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가족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우리 가족이 감사하고, 소중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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