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836-아리의 포켓볼, 놀이욕구, 복숭아 잘 먹는 도리, 빌리아드 룸

천마리학 2012. 5. 17. 23:27

 

 

 

*2011년 8월 18일(목)-아리의 포켓볼, 놀이욕구, 복숭아 잘 먹는 도리, 빌리아드룸.

838.

 

 

아침부터 아리는 놀아달라고 엄마와 할머니에게 놀이구걸이다. 할머니가 수면부족으로 시달리자 엄마가 더 애를 먹는다. 할 수 없이 할머니가 아리를 데리고 나섰다. 읽어줄 아리의 책과 어제 받은 펜문학 (2011,5,6월호), 전자사전, 해드폰 등을 챙겨가지고 3층의 파티룸이나 응접실 등 적당한 곳에 갈 예정으로 아리와 함께 나섰다. 아리가 마냥 좋아한다.

3층으로 내려가 ‘불루룸’(휴식공간이지만 아리와 할머니는 그곳의 전등이 연한 블루색이어서 그렇게 부른다.)을 기웃거리다가 옆에 있는 빌리아드 룸(포켓볼 룸)을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생각만 해오던 거라서·····

본관 1층의 세큐리티에 가서 빌리아드 룸을 사용하겠다고 스틱과 볼을 요청했더니 담당자인 모요(Moyo)가 물품들을 들고 앞서 빌리아드 룸으로 와서 비품과 퍼니쳐들을 체크하고 할머니의 사인을 받았다.

 

 

 

 

 

 

 

 

한 시간 쯤? 처음엔 너무나 서툴러서 홀에 넣는 것을 포기하고, 단순히 볼을 스틱으로 맞추도록 했더니 지겨워하던 태도가 바뀌어 흥미를 갖는다. 아리가 배가 고프다면서 집에 가서 빵을 가지고 다시 와서 계속하자고 했다.

다시 세큐리티에 볼과 스틱을 돌려주고 다시 모요가 와서 점검하고 할머니 사인을 받았다. 집으로 와서 점심을 먹자고하니까 빵을 싸가지고 다시 가자고 우겼다. 어렵게 달래어 엄마가 준비해놓은 닭죽을 먹는데 골프든 뭐든 잘 하려면 잘 먹어야한다고 구슬러서 다 먹게 했다. 빵을 토스트하여 넛델라를 발라 물과 함께 가지고 다시 갔다.

 

빌리아트 룸에서 볼을 치고 있는데, 아리가 점점 흥미를 느끼더니 한 시간이 넘자 피곤한지 ‘아리, 힘들어’ 하면서 쉬자고 했다. 볼을 모두 홀에 집어넣을 때까지가 한판. 그 한판을 마쳤을 때였다.

토스트를 먹는데 아리가 잘 하려면 잘 먹어야한 다는 말에 호응하며 토스트를 한 쌍 반을 먹었다. 다시 시작했을 때 아까보다 훨씬 잘 한다! 점심을 잘 먹어서 그렇구나! 하며 부추킨 결과다.

 

 

 

 

 

 

다시 시작하여 놀고 있을 때 엄마가 도리와 함께 복숭아를 간식으로 가지고 왔다. 엄마까지 함께 놀다가 마치고, 로비에 앉아 복숭아를 먹으며 쉬었다. 엄마는 아리에게 책을 읽어주고 할머니는 도리에게 복숭아를 먹여주고.

도리는 여전히 복숭아 잘 먹는다. 할머니가 이로 적당히 씹어 무르게 해서 대주면 주는 대로 쪽쪽 잘도 빨아먹는다. 한 개를 거의 다 먹었다.

 

집에 가자고 해도 아리는 2층의 정원에 가서 더 놀자고 졸라댄다. 엄마는 도리와 함께 먼저 집으로 가고 할머니와 아리가 정원으로 갔다. 가자마자 샌들을 벗어버리고 맨발로 달리고, 분수시냇물을 건너뛰고, 계단과 계단참을 오르락 내리락, 할머니에게 강요해서 숨바꼭질도 하고····· 정말 아리의 놀이본능은 아무도 못 말린다.

할머니는 책 한 줄을 읽을 수가 없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면서 할머니, 여기 봐! 시내물을 건너뛰면서 할머니 여기봐! 계단참의 내리막을 오르고 내리면서도 할머니 여기봐!··· 그저 할머니와 함께다.

 

 

 

 

 

 

 

 

돌무더기를 쌓아놓은 곳에서는 있는 큰 바윗돌 두 개를 점 찍었다. 한 개는 할머니 식탁, 한 개는 아리식탁이라고 하며, 작은 돌들을 접시라고 하고 반찬과 밥을 담아 올려놓고 밥상을 차린다. 각양각색의 돌멩이들을 골라 집어서 이건 김치, 이건 딸기, 이건 밥··· 평소에 할머니가 가끔 모양 있는 돌을 줍는 것을 보아온 아리는 돌의 무늬가 좀 특별하다 싶으면 할머니, 이거봐! 예쁘지? 하곤 한다.

바람이 서늘하고 앞 건물에 가려서 햇빛도 비치지 않아서 놀기에 좋았다. 놀다가 문득 아리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 느껴지는 순간 아리가 기둥 뒤쪽으로 가서 몸을 숨긴다. “아리, 왜 그래?” 짚이는 게 있어 물었더니 집에 가자고 했다. “왜?” 뭔가를 감추는 기색으로 “Nothing!” 한다. 표정이 걱정스러워졌다.

“피피?”

“Nothing!”

“그럼 푸푸?”

여전히 낫씽이라고 대답하는데 목소리가 꺾여있다.

 

 

 

 

 

 

 

“팬티에 푸푸 했지?”

조심스럽게, 미안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팬티 안에서 조그맣게 뭉쳐진 푸푸 덩어리 2개를 집어내고 엉덩이를 닦아주었다. “You did, my panty clean it?”

그렇다고 했더니

“My 똥꼬 too?”

그렇다고 했더니

“Thank, 할머니.”하더니 더 놀자고 했다.

요런 녀석을 봤나.^*^ 오, 지침이 없는 아리의 놀이욕구.

 

 

 

 

 

 

한참을 더 놀았다. 더 놀다가 아리가 피곤한 기색이 보여서 집에 돌아오니 아빠가 이미 퇴근해있고, 저녁식탁이 차려져있었다. 노느라고 배가 고픈지 저녁도 많이 먹는다. 오늘 저녁엔 잠도 잘 자겠지.

하긴 요 며칠 사이, k가 간 후로 잘 먹는다. 홀가분함 때문인지, 아니면 크려고 그러는지.

오늘 그린 그림은 빌리아드 룸, 커다란 건물 속에 빌리아드 룸이 있고, 빌리아드 룸의 당구대 안에 가득 동그라미들이 그려져 있었다. 올 블루펜슬로 그린 그림이지만 설명할 땐 그 볼들이 빨강, 파랑, 노랑··· 등 여러 가지 색깔의 공들이라고 했다. 덧붙여서 또 날짜 쓰는 법을 가르쳤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엄마가 도리 목욕을 시키고 있는데 몬트리올의 따따잔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스카잎 화상통화를 했다. 스위스에 있는 산드라 고모가 집에 와있어서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목욕하는 도리의 모습도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