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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진회 탈출기-경찰관의 따뜻한 말 한마디

천마리학 2012. 1. 17. 23:05

 

 우리는 모두 자식을 키우는 부모들이다. 물론 나는 할머니라서 손주들을 돌보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마다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잠시 위험에 빠져있을 때, 부모나, 부모아닌 다른 어른들 모두가 그들을 구해줘야 한다.

경찰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폭력써클인 일진회를 빠져나올 수 있었던 민수의 이야기가 곧

우리 가족들의 이야기이며,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따뜻한 한마디… 그날 이후 난 ‘일진’이 아니다
류인하·남지원 기자 acha@kyunghyang.com

 

ㆍ고1 승현 · 중3 민수의 일진 탈출기

승현이(17·고1·가명)는 한때 ‘잘나가는’ 일진이었다. 학교보다는 당구장에서 노는 경우가 더 많았다.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짓은 다했다. 새벽에 술을 마신 상태에서 차를 훔쳐 달리다 사고를 내고 도망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승현이는 다른 일진 4명과 당구장에서 또래에게 8만원을 뺏은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승현이는 ‘경찰서에 잡혀가는 게 한두 번도 아니니 이제 내 인생은 끝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장에 갇혔다가 소년원에 넘어가는 꿈도 꿨다. 하지만 조사를 맡은 담당 경찰관은 “지금 많이 무섭고 힘들지?”라고 말을 붙였다. 혼부터 낼 줄 알았지만 “괜찮으냐”는 따뜻한 한마디에 승현이는 마음 한구석이 흔들렸다. 경찰은 “너희에게 주어진 기회가 얼마나 많은데 벌써부터 이런 데 와서 좋을 게 있느냐”며 “한 번만 더 걸리면 네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이 남는다”고 타일렀다. 경찰은 “다시는 나쁜 짓 안 한다고 약속하라”며 돌려보냈다. 승현이는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12일 오후 경기도의 한 공원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 중인 한 유명 아웃도어 점퍼를 입은 청소년들이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평소 승현이에게 경찰은 악마 같은 존재였다. 자신을 벌레 취급했다고 한다. 그러나 경찰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승현이의 생각이 변했다. 승현이는 “그때 처음으로 ‘이렇게 살면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서를 나온 승현이는 어머니에게 부탁해 애들에게 뜯어온 돈을 다 갚았다. 평소 자신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피하던 아이들이 승현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승현이는 일진에서 나왔다. ‘삥’뜯기(돈 갈취) 대신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해서 돈을 모았다. 시간당 5000원을 받지만 자신에게 필요한 돈을 직접 해결한다. 승현이는 아직 담배와 술을 끊지 못한 게 제일 걸린다고 했다.

민수(16·중3·가명)도 학교에서는 제법 센 축에 속하는 일진 중 한명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삥 뜯기에 재미를 붙였다. 처음엔 “빌려달라”는 식으로 시작한 삥 뜯기는 폭력으로 이어졌다. 중3 때 결국 문제가 됐다. 학교에서는 부모님을 불렀다. 그동안 뜯어온 돈을 물어주고 사회봉사활동도 했다.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민수는 당시 선생님이 했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호통 대신 “앞으로 안 그러면 된다. 지금 있었던 일은 잊어버려라. 앞으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민수는 이후 일진들과 연락을 끊었다. 선생님은 민수에게 “멋있다”며 대견해했다. 민수는 “이제야 인정받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으쓱해한다.

정부는 학교폭력이 사회문제가 되자 가해 학생을 강제로 전학보내고 생활기록부에 남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폭력 학생을 범죄자로 몰아 피해 학생과 격리하겠다는 취지다. 일진에서 벗어난 승현이는 “일진이 된 뒤 선생님들은 화장실에서 담배냄새가 난다거나 도난사고가 나면 저를 지목했다”면서 “누군가 ‘너 그러지 말라’고 다정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더 일찍 반성했을지도 몰라요”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