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48-아리의 프리텐딩 베이비! 힘내라 아리!

천마리학 2011. 9. 22. 03:40

 

 

 

*2011년 5월 12일(목)-아리의 프리텐딩 베이비! 힘내라 아리! 

 

 

요즘은 웬일인지 잠자리에서 아리가 자주 아기 노릇을 한다. 응애~ 응애~ 하며 아기 울음소리를 흉내 내기도 하고, 할머니의 젖을 빨기도 한다.

“할머니, Ari, pretending baby, 응! 응!

“뭐라구? 또 아리가 아기 짓을 하겠다고?”

“녜, Ari, baby when I was two."

두 살 때의 아기로 돌아가고 싶단다. 할머니는 말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제 동생 도리가 있음으로 해서 어딘지 모르게 그러고 싶을 것이다.

아무리 할머니와 엄마가 신경을 쓴다지만 어딘가 모르게 샘도 나고 공허하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그렇게 해서 심리적 안정을 취할 수 있다면 좋으리란 생각이다.

 

 

 

아리는 이상하게도 저보다 큰 아이들이 노는 것에 끼어들기를 좋아한다.

어떤 땐 모르는 큰 형들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기도 하고,

형들의 놀이에 끼어들어서 민망할 때도 있다.

오늘도 휴론스트리트의 공원에서 알렉스 선생님이 인솔해 온

모르는 형들의 축구게임에 끼어들었다.

할머니가 아무리 가자고 해도 소용이 없다.

 

 

 

 

또 밤 9시경이면 얼마동안 잊었나 싶었던 버릇도 재연한다.

“할머니, 아리 헝그리!”

어쩌면 이것도 그런 공허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 거기에 워낙 활동량이 많으니까 시원찮은 저녁식사 후에도 곧 배가 고플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아이 니드 잇 썸씽.”

뭘 먹겠느냐고 물으면 날마다 변한다. 주로 토스트, 오트밀, 쿠키, 비스킷 그러다가 요즘은 베이글이 주류다.

“어부바!”

하고 외치며 할머니를 침대에 걸터앉게 해놓고 뒤에서 업힌다.

 

 

 

이리저리 부리나케 뛰어다니는 아리.

아리에게 공이 오는 일은 그야말로 '남의 제사에 떡 얻어 먹기'다.

그런데도 아리는 형들을 따라, 볼을 따라  죽어라 뛰는 모습을 보면

다칠까 염려되는 마음을 넘어서 애처롭기까지 하다.

 

 

 

 

 

아리를 업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짤막한 시간, 그 시간에도 할머니는 사랑을 느낀다. 요 조그만 녀석이 할머니 등에 업혀서 쫑알쫑알, 할머니가 똥꼬를 간질이면 깔깔깔 숨넘어가게 웃으며 팔에 힘을 준다. 할머니의 목이 조여 온다. 계단에서 휘청거리기도 하지만 할머니와 아리는 그 짧은 시간에도 재미있게 장난치며 내려온다. 그 사이 아리는 마음이 환해진다. 어떤 땐 불면으로 시달리는 수면시간을 방해해서 귀찮기도 한 할머니도 이 과정을 통과하면서 환해진다. 이것이 사랑 아닌가! 소중한 시간이다

 

 

 

 

오, 아리! 킥! 조심!

이게 웬 떡! 드리어 아리에게 볼이 왔다.

아리의 원을 풀 절호의 챤스!

할머니가 흥분된다.

형들도 아리를 한팀으로 봐준다. 하도 따라다니며 합류하니까^*^

지켜보는 할머니의 마음이 더욱 다급하다. 

킥! 아리! 아리! 킥! 킥!

 

 

 

 

 

오늘 저녁에도 마찬 가지. 베이글을 먹겠단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말했다.

“어쩌면 베이글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그럼 뭘 먹을까?”

“I want bagle."

또 고집이 나온다. 식성이 순탄치는 않은 아리여서 고집이 나오면 한참을 달래야한다.

“오, 여기 베이글이 한 개 남았구나”

아리가 좋아서 방긋.

“말랑말랑 먹을 거야? 토스트 할까?”

늘 ‘말랑말랑’이라고 표현하면서 생 베이글을 즐기는 편인 아리가 웬일로 오늘은 토스트를 하겠단다.

“넛델라(nutella)할까? 아니면 이대로 먹을 거야?”

끄덕끄덕한다.

 

 

 

중요한 순간!

정말 같은 팀원으로 보이는 아리.

지금 아주 중요한 포지션에서 주멤버들과 맞섰다.

오, 아리! 힘내라!

다칠까 염려되고, 안쓰럽고 애처롭고, 대견하고 듬직하고...

할머니의 마음이 복잡하다.

 

 

 

 

 

 

베이글 접시를 식탁위에 얹고 잠시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 나오는 사이 아리가 쟁판을 꺼내 들고 층계를 오른다. 올라가서 침대 위에서 먹겠다는 뜻이다.

“할머니, 올 어프 넛델라!”

침대위에 앉자마자 넛델라를 바르지 않았다고 짜증이다. 이그!

“할머니가 물었을 때 그냥 먹겠다고 했잖아?”

다시 내려오는데

“미안해 할머니!”

 

 

 

 

지치지도 않고 여전히 볼을 향해 뛰어다니는 아리.

뛰고 또 뛰는 모습을 보며 할머니는 보이는 응원만이 아니라

마음 속 응원까지 한다.

아리야! 고맙구나! 건강하게 잘 자라서!

 

 

 

 

그 말에 할머니가 미안해서 넛델라를 가지고 올라와 발라주면서

“우리, 비디오 보면서 먹을까?”

아리가 깜짝 반가워하면서 잽싸게 기어가서 티브이 스위치를 켜고 온다.

온 얼굴에 만족감이 가득하다. 그 모습에 할머니도 만족하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카드나라 여왕이 설치는 장면이다. 할머니도 좋아하고 아리도 좋아하는 부분이다.

거뜬히 먹고 나서 또 할머니의 젖을 잠시 빨고···, 그리고 자장가를 불러 재웠다.

 

 

 

 

운동장 끝까지 볼을 따라가는 아리.

다른 아이들이 놓쳐버린 볼도 아리는 끝까지 쫒아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 아리를 생각하면 애처롭지만

한편으로 얼마나 대견한지 모른다.

아리야!

모든 일은 그렇게 수고로운 일까지 할수 있어야 성공하는 거란다.

그러니 지금 우리 아리가 아주 잘 하고 있는 거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