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49-아리의 놀기 본능

천마리학 2011. 9. 24. 00:52

 

 

 

*2011년 5월 13일(금)-아리의 놀기 본능

 

 

 

 

오늘아침엔 유니온 역 쪽으로 갔다. 항상 그렇듯이 세인트 죠지 역에서 내려 길로 나왔을 때 길가에 줄 늘어 선 신문, 광고지 등의 함을 차례로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내용물을 나름대로 조사한다.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신문이 있으면 꺼낸다.

“오, 할머니, 히어 유 알.”

할머니에겐 필요도 없는 홍보지이지만 그래도 아리는 거의 매일 아침 그렇게 한다.

할머니가 언제나 서브웨이 역에서 엄마를 위해서 ‘메트로’를 한 부씩 챙기는 것을 보고 시작된 일이다.

“고마워.”

할머니는 필요는 없지만 받아서 말아 쥔다.

휴론스쿨까지 걸어가는 동안 아리가 길가 잔디밭에서 또 민들레 꽃 한 송이를 꺾었다.

처음엔 미스 백스터선생님에게 준다고 하면서 꽃을 꺾었었다. 또 그 전에는 도나나 웬선생님에게 준다고 꺾었었다. 복도에서 만나 미스 백스터에게 ‘하이, 미스 백스터!’하고는 꽃을 내밀면 미스 백스터는 ‘땡큐, 마이 프랜드!’하고 받는다.

그러나 요즘은 꽃을 꺾지 말라고 주의를 주기 시작했다. 생명존중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에서다.

 

 

 

친구들이 돌아가고 없으니 볼을 독차지했습니다.

그래도 심심해하지 않고 놀기를 시도하는 아리.

못말리는 놀기본능.

할머니만 괜히 돌아가자고 아리를 조른답니다.

할머니가 기워준 무릎이 보이죠?

아리는 그런건 상관없습니다.

그저 놀기만 하면 됩니다.

오히려 '어썸!(멋있어!)' 하거나 '쿠!울(멋져!)' 한답니다.

그래서 아리가 더욱 고맙고 기특하답니다.

^*^

 

 

 

 

제 엄마가 어렸을 적 일이 생각난다.

독산독 약수터에 가는 길에 길 가에 핀 개나리, 제 딴에는 엄마에게 주고싶어서 꽃가지를 꺾어서 신나게 달려왔었다.

“엄마아~” 하고 내미는 아이에게 야단을 쳤다.

“꽃이 아프겠어? 안 아프겠어? 너도 손가락을 자르면 좋겠니?”

아이가 무렴해서 울상이었고, 순간적으로 앗차! 내가 잘못했구나 싶었다. 그 일이 내내 마음에 걸려 아이 기르면서 늘 말 한마디도 주의를 하게 됐다.

아리에게 다시 그런 교육을 시키면서···

그래서 두어 번 꺾지 말라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 또 꺾었다.

“에이~ 아리! 꽃이 아플까 안 아플까?”

아리도 알아듣고 머쓱해하지만 고집이 센 아리는 할머니의 말엔 전혀 반응을 안보인다. 안보이는 척 하더니 이내 길가에 버린다.

“왜 버려?”

“I don`t need it."

"봐, 그러니까 꺾지 말아야겠지?"

“뚜뚜뚜 알따따따!”

염치없으니까 아리 특유의 몸짓인 손동작을 하면서 얼버무린다. 녀석!

 

 

 

거꾸로 아리!

볼을 미끄럼틀에서 거꾸로 밀어올리고 있습니다.

장난꾸러기 아리!

 

 

 

 

할머니가 토론토 대학의 로버츠 도서관에서 J 형과 만나 신문을 받고 이야기를 하고··· 그러다가 픽업하러 갔더니 복도에서 아리와 미스 백스터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에 앞서 에릭의 엄마가 에릭을 끌고 가는 것을 저만큼 스쳐 봤다.

“할머니, 캔 아이 플레이 위즈 마진 아웃 사이드?”

미스 백스터가 ‘아리, 그램마가 오셨다!’고 하자 할머니를 발견한 아리가 쏜살같이 달여와 하는 말이다.

오늘은 마진의 엄마가 와 있었는데 바닥에 음식을 담아온 스티로폴이 펼쳐져 있었다.

“오, 그래, 그래.”

할머니가 그렇게 대답하는 걸 듣고 아리는 좋아라 마진에게 다시 뛰어가는데, 미스 백스터가 할머니에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

“You`re going to eat?”

마진 엄마가 마진에게 먹이려고 애를 썼지만 안 먹고 아리와 놀겠다고 떼를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보나마나 아리도 우리 할머니가 오면 함께 운동장에서 놀자고 부추켰을 것이고, 가려는 것을 막기까지 했을 것이다. 아리는 마진 엄마에게까지 그렇게 졸라서 어른들이 지금 할머니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하나 둘 돌아가기 시작하여 운동장이 한산해지고 있습니다.

아리의 놀이단짝인 마진이랑 에릭도 돌아가버렸습니다.

낯선 아이들 속에 섞여서 여전히 놀고있는 아리.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놀다가 문득 할머니를 바라보며 말을 겁니다.

친한 친구들이 없으니 약간 멋쩍은 모양입니다.

 

 

 

 

운동장으로 나가서 놀기 시작하면서 아리의 놀기에 대한 본능이 살아났다.

누구도 말리지 못하는 아리의 놀기 본능!

사이사이 배고프지 않느냐고 물어도 노우!

그래도 마진은 음식을 조금이라도 먹었는데 아리는 전혀 먹지 않아서 할머니는 안달인데 아리는 전혀 관심이 없다.

처음엔 할머니가 술래(It) 역할을 하면서 아리와 마진을 뒤쫓았다. 놀이기구 위로 도망 다니는 두 녀석을 놀이기구 사이로 쫓아다니면서 밑에서 겁주면 두 녀석이 이리저리 도망 다닌다. 그것도 한 20분 하고나서 할머니가 지쳤다. 그늘로 돌아와 쉬고 있었다.

에릭이 없으니 어떻게 해서 JK 아이들까지 어울렸다. 저보다 최소한 두 살 이상이 많은 아이들에게 휩싸여 아리와 마진이 놀이상대가 되다보니 자연 놀림대상이 되고 있었다. 그렇거나말거나 아리는 그저 열심히 뛰고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따라다니고. 뒤쫓기고, 뒤쫓고···

 

 

 

 

포크레인 작동을 시도해봅니다.

평소에 포크레인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노는 걸 보고 호기심에 잠시 만져보는 정도입니다.

 

 

 

어느 순간 놀이의 형태가 바뀌어 큰 아이들이 아리와 마진을 향하여 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마주칠 때마다 괴성에 가까운 큰 소리를 질러대고 아리와 마진은 그때마다 달아나곤 했다. 아리가 두 귀를 막고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포착됐다. 그리고 큰 아이들을 향해서 무슨 말인가를 하고 있는 것이 자주 눈에 뛰었다. 그러다가 놀이 도중 한번 ‘할머니 핼프! 핼프!’ 하면서 할머니를 향해서 달려오더니.

“할머니, 아리 귀 아파. 빅 샤우팅.”

하면서 큰 아이들을 가리켰다. 순간적으로 할머니가 영어를 잘 한다면 이럴 때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짧은 순간에도 뭐라고 말해 줘야 하나 궁리했다.

 

 

 

아리에겐 막간 놀이에 불과한 포크레인.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오늘은 왠일로 조금 오랜 시간동안 포크레인 작동에 몰두합니다.

포크레인 작동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Don`t shout to him!”

할머니가 운동장의 아이들을 향해서 소리 질렀다. 아이들이 힐끗거리며 보았다. 아리는 다시 뛰어가서 어울렸다. 그런데 운동장에 온통 괴성 같은 아이들의 소리가 가득 찼다. 멀찍이 보고 있던 고학년 선생님이 다가와서 큰 아이들을 제지시켰다. 그래도 여전히 계속하자 결국 선생님이 모두 들어가도록 명령했다.

아리는 마진과 둘이서만 노는 것이 아무래도 재미가 덜 한 모양이다. 배고프지 않느냐고 묻는 할머니에게 배고프지 않다고 하면서 에릭이 왜 없느냐고 묻는다. 에릭 엄마와 가는 걸 봤다고 했더니 잠시 시무룩한 표정이다. 그래도 여전히 놀고, 놀고, 놀고···

신고 있던 레인부츠를 벗고, 양말로만 놀았다. 아리가 하니 마진도 따라 했다. 마진 엄마가 난감해 하는 것이 보였다. 아이들이 거의 다 돌아가고, 마진마저도 돌아갔다.

 

 

 

 

아이들이 다 돌아간 텅 빈 운동장.

여전히 놀이본능이 식지않은 아리는 여전히 혼자서 놀이기구를 오르락 내리락

말릴 수 없답니다. 

 

 

 

5시.

그런데도 놀겠다고 해서 잠시 할머니가 놀이상대가 되어주었다. 마침 아리가 며칠 전의 그 농구 볼을 또 발견했다. 볼 차기를 하며 놀았다.

“배 안고파?”

“노우!”

“그럼 우리 저쪽 놀이터로 가볼까? 제이든이 있을 지 모르니까.”

그제야 눈이 반짝 하더니 배가 고프다고 한다. 토스트 한 쌍을 먹고, 놀이 도중에 와서 반통쯤 마신 물통의 물을 마저 다 마셨다. 머리카락까지 땀으로 젖어있고 땀내가 진동한다.

데이케어가 있는 건물로 들어가 물통을 채워왔다.

“우리, 저쪽 놀이터로 가볼까? 제이든이 있는지 모르잖아.”

놀이본능을 말릴 수 없어 할머니가 한 말이다. 제이든이 있을 리 없다. 그제야 아리가 운동장을 떠날 생각을 했다. 슈즈를 갈아 신겨 휴론 놀이터로 왔다.

 

 

 

아예 모래판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림 그리기에 몰두하는 아리.

아리는 아무데서나 주저 않습니다.

더러움에 대한 개념이 없답니다.

길을 가다가도 신발 속이 불편하면 그자리에 앉아서 신발을 벗어 뒤지고,

놀이터에서도 서슴없이 주저앉아버리는 아리.

모래판에서야 약과죠 ^*^

 

 

 

 

다른 아이들이 있었지만 아리는 또 쉽게 누구에겐가 끼어들어 놀기 시작했다. 시간이 오후가 되니까 막판엔 어린아이들만 남아있었는데 용케도 동갑짜리 아이에게 말을 걸어 또 놀기 시작했다. 잘 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던 그 아이엄마가 할머니에게 물어 와서 동갑이라는 것을 알았다. 6시가 넘었다. 그때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놀이터라고 하니까 웃는다. 빨리 오라는 것이다.

아리에게 가자고 했지만 그 말이 쉽게 먹힐 리 없다. 한동안 더 놀게 한 다음 거의 7시가 되어서야 운동장을 떠났다.

집에 돌아오니 이미 아빠도 와 있고 저녁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잠들기 전에 아리에게 물었다. 리오, 제이든, 에릭, 마진 중에서 누가 가장 놀기 좋은 상대냐고. 그랬더니 제이든이라고 대답했다. 누가 제일 싫은 상대냐고 물었더니 에릭이라고 대답했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에릭은 푸쉬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알만하다.

 

 

 

모래에 그림을 그리는 중.

이것도 잠시, 아리는 가만히 있는 시간이 짧습니다.

온몸으로 달리고 뛰는 운동을 좋아합니다.

익사이팅 아리!

 

 

 

코리아 킨더가든에선 누가 베스트 프랜드냐고 물었다. 베스트 프랜드가 없다고 했다. 이름을 아는 아이가 한 명도 없다. 평소에도 이상하게 생각한 점이었다. 그럼 어떤 선생님이 좋으냐고 물었다. 코리아 킨더가든의 선생님은 이름조차도 모른다고 했다. 문득, 오늘 낮에 운동장에서 놀 때 거기에 용무 있어 온 도나선생님이 운동장 가에서 누군가와 이야기 하고 있었다. 할머니와는 이미 인사를 나눈 뒤였다. 놀고 있던 아리가 쫒아오더니 그 옆에 가까이 가서 ‘하이, 도나!’하고 돌아가던 일이 생각났다. 그래도 데이케어에 오래 다니면서 또 매일 다니던 곳이어서 정이 들었구나 싶었다. ‘하이! 아리!’ 도나도 반갑게 응했다. 말하지 않았는데도, 더구나 놀다가 쫒아가서 인사하고 돌아가는 아리가 기특했다.

그래도 코리아 킨더가든에 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렇지, 우리 아리는 항상 누구와도 잘 노니까 코리아 킨더가든의 친구들과도 잘 놀아야 해. 다 좋은 친구들이잖아 하고 말해줬더니 그러겠다고 한다. 스스럼없는 우리 아리가 참 예쁘고 대견하다.

 

 

 

저 뒤에 쫒아오는 아리의 모습 보이죠?

처음보는 저보다 훨씬 큰 형에게 말을 걸어서

이렇게 또 놀기 시작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