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44-발음 ‘ㄹ’ , ‘아리할머니’ 안 할래, 하버프론트, 우크렐레연주.

천마리학 2011. 9. 3. 21:12

 

 

 

*2011년 5월 3일(화)-아리의 발음 ‘ㄹ’ , ‘아리할머니’ 안 할래, 하버프론트

 

 

킹더가든이 끝나고 하버프론트에 가기로 했는데, 오는 도중에 휴론플레이그라운드 앞에서 마음이 변했다.

“할머니, 플레이 앤 하버 프론트.”

그런데 운동장으로 들어가자마자 제이든을 만났다. 그러니 더 말하면 뭘 할까. 하버프론트는 날아가 버렸다.

알렉스라고 하는 청년이 아이들과 놀아주어 참 고마웠다. 알렉스가 잠깐 쉬는 시간엔 할머니가 술래가 되어주었다. 미끄럼 틀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10분이 채 되기도 전에 숨이 헐떡여진다.

거의 5시가 될 때까지 놀았다.

제이든도 제이든이 다니는 킨더가든의 인솔교사를 따라 갔다.

아리의 아쉬우면서도 어쩔 수 없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대뜸 하버프론트! 한다. 녀석, 그런 건 잊지도 않고.

“유티 도서관!”

 

 

지난번 하와이 여행의 추억이 떠오르나보다.

우크렐레를 꺼내들고 나서는 아리!

 

 

 

 

블루어 스트리트에 들어서면서 저만큼 보이는 토론토대학의 로버츠 도서관 건물을 가리키며, 한 마디 했더니, 당장 또 마음이 바뀐 아리가 한 마디 한다.

“오우, 엄마 유티! 랫츠 고우!”

“정말?” 끄덕끄덕이다.

“좋아. 그럼 오늘은 유티도서관에 가고 하버프론트는 다음에 가는 거다.” 끄덕끄덕. 그러나 토를 한 마디 단다.

“아리 써스티, 초컬릿 밀크! 유노우? 이층, 초컬릿 밀크 있어.”

2층 foot court의 자판기에서 지난번에도 사먹었던 기억을 챙긴다.

“안돼. 너, 지난번에도 초컬릿 밀크 샀다가 야키! 하다면서 안먹었잖아.”

“나우, 하양 밀크. 아이 원트 와잇 밀크! 오케이?”

“약속이다!”

했지만 막상 가서는 또 실패다. 스타벅스에서 동전까지 바꿔서 하얀 밀크를 샀는데 맛을 보더니 야키! 하면 안 먹는다.

그러고는 의자를 소리 나게 밀어대어서 다른 사람들 공부하는데 방해가 되면 안된다고 말렸더니 계속 한다. 그러면서 다시 초컬릿 밀크를 사달라고 한다. 안된다고 해도, 맛을 다시 보면 야키! 아닐 수도 있으니까 시도해보자고 한다. 요 집요한 녀석.

 

 

 

 

무슨노래부터 시작할까? 할머니?

너 좋아하는 노래.

무슨 노래?

많잖아, 다운 바이 더 베이랑, 아이 라이크 잇 바나나랑!

 

 

 

할머니가 화가 나서

“할머니 이제 아리 할머니 안 할 거다. 지금부터 헤어져서 따로 가자.”

했더니 금새 울먹이며 미안해~ 할머니, 한다.

늘 미안하다고 말로만 하고, 말을 안 들으니까 이젠 할머니도 싫다. 했더니. 말 들어! 하면 매달린다.

다른 때와는 달리 강하게 혼을 낼 작정으로 시간을 끌었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와서 자, 여기서 헤어지자. 너 혼자 가거라. 할머닌 다른 데로 가겠다. 했더니 울며 매달린다. 어디로 가겠느냐고 묻는다. 알렉산더 집에 가서 알렉산더 할머니하면서 살 거라고 했더니, 알렉산더네 집을 할머니가 모르지 않느냐고 한다. 못들은 척 했더니 꼬불꼬불 꺾어져서 할머니는 알렉산더의 집을 못 찾을 거라고 한다. 그럼 리오에 집으로 가지. 했더니 리오는 할머니가 있다고 한다. 그럼 제이든네 집으로 가지 했더니 눈을 깜빡거리더니 더욱 격하게 울며 매달린다.

“할머니, 아이 러브 유, 유알 마이 베스트 프렌다, 아리 할머니 손자, 나우, 아리 말 들어, 할머니 아이 러브 유···”

큰소리로 운다. 그제야 정말 그럴 거냐고 확인, 약속까지 하고서야 허그를 했다.

 

 

 

 

오, 예!

다운 바이 더 베이!

심취, 심취, 심취!

폼생폼사! 아리!

 

 

 

그런데 허그를 하자마자 대뜸 하는 말,

“할머니, 츄라이 초컬릿 밀크 테이스트!”한다. 요런 녀석을 봤다.

안쓰러운 생각에서 풀었다.

“좋아, 그럼 소비즈에 가서 사줄게, 그 초컬릿 밀크가 니 입에 맞잖아.”

그제야 얼굴이 환해진다.

브렘너 블러버드에서 스트릿카를 내리려고 하는데 웬일인지 아리가 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등을 살짝 건드려서 내리자고 했다. 횡단보도를 건너오면서 왜 그랬냐고 물었더니, 하버프론트에 안가는 거냐고 되묻는다. 와, 우리 아리 집요함은 정말 알아줘야 해.

“다음에 가기로 했잖아. 그래서 오늘은 플레이 그라운드에서도 놀고 유티도서관에도 갔잖아. 너무 늦어서 다음에 가기로 아까 약속했잖아”

어쩔 수 없이 끌려오면서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다.

 

 

 

 

뭐, 그만한 실수가지고!

우하하하하하````

 

 

 

 

오늘 저녁엔 로드 도서관에서 빌려온 DVD를 짧게 보게 하고나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이층에 올라와서는 우크렐레를 들고 침대에 올라서서 신나게 노래를 지어부른다. 그 끝에 일찍 자자고 했더니 또 아리, 헝그리! 한다.

하긴 오늘 저녁엔 밖에서 배불리 먹고 왔으니 안 먹을 거란 예상으로 아예 안 먹었으니까 하고 내려가서 베이글과 넛델라, 우유 한 컵을 들고 올라와 먹였다.

이미 유티도서관에서 베이글을 먹었고, 소비즈에서 500미리 초컬릿을 먹었다.

노래를 마치고 유도해서 자게 했는데, 오늘은 아리가 할머니, 할머니가 아리가 되기로 했다. 그래서 할머니가 아리에게,

“할머니, 책 읽어주세요.”했다.

아리가 재미있어 웃으면서 책을 펼쳤다. 상어와 고래, 치카치카 붐붐을 읽다가 할머니가 한국노래를 부르며 따라 부르게 했다.

평소에 한국어 말하기를 즐기지 않고 부담으로 느끼던 아리가 요사이는 할머니와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한국어 단어들을 말하는 것을 보게 된다.

 

 

 

 

다시 심취하는 아리!

노래가 줄줄이!

 

 

 

 

예를 들자면,

“이 토스토는 왜 싫은 거야?”하고 물으면,

“이티이즈 딱딱, 아이 던 라이크 잇. 낫, 물렁물렁.”하며 물렁물렁을 표현하고,

“도서관에 갈까?”하면,

“예쓰, 아이 원트 웟치 디비디 모어, ``` 도서관. 한다.

그런가하면 여전히 ‘ㄹ’발음은 서툴다.

할머니와 아리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알게 된 것인데, ‘ㄹ, 리을‘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 한국 사람들이 영어를 배우면서 R 과 L 의 발음이 잘 안되는 것과 같다.

예를 들면, 코끼리 를 코낄리, 도리를 돌리, 바람을 발남, 파랑을 팔랑··· 이라고 한다.

오늘도 잠자리에 들어서 한국노래를 따라 부르게 했더니 그 표가 난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 --기달니신다

오늘은 노래를 들으면서 잠 든 아리! 잘 자거라!

 

 

 

 

무대를 층계로 옮겼다.

순전히 노래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하여.

아아 라이크 잇 바누누  바누누.....

 

 

 

많이 컸다고 생각하지만 아리는 아직도 많이 어리다.

끊임없는 보살핌이 있어야 한다. 무릇 모든 부모들이 자식들을 그렇게 키워왔고, 그로 인해서 인류의 역사도 이어졌고, 가계(家系)의 전통이 이어져 왔다.

많이 컸다고 생각하는 데도 아리는 요즘도 가끔 잠자리에 들 때 혹은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할머니의 빈 젖을 빤다.

젖을 빨면서 책을 읽어달라고도 하고, 이야기를 들려달라고도 한다.

젖을 한 동안 빨고 나서는 ‘아리 꺼!’하면서 만족한 듯 덮는다.

젖을 빠는 일을 할머니는 막지 않는다. 만약 엄마가 안다면 막을지 몰라서 할머니는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해서 아리가 정신적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면 좋은 것이다.

 

 

아이 라이크 잇 바네네 바네네...

아이 라이크 잇 바니니 바니니...

아리 라이크 잇 바너너 바너너...

와!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