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45-진짜친구의 자격으로 하버프론트에서 할머니도 데굴데굴

천마리학 2011. 9. 5. 20:59

 

 

 

*2011년 5월 4일(수)-'진짜친구'의 자격으로 하버프론트에서 할머니도 데굴데굴

 

 

 

킨더가든에서 픽업한 후 아리는 또 메진과 태그게임을 하려고 든다. 할머니가 하버프론트에 갈 것인지 메진과 놀 것인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잠시 생각하더니, 아니 대뜸 메진과 놀겠다고 하기에 “그럼 하버프론트에는 안 가는 거야. 알았지?” 했더니 마음이 바뀌었다. 메진에게 하버프론트에 가야하기 때문에 놀 수 없다고 하더니 같이 가자고 했다. 메진의 할머니가 아리와 어울리려고 하는 메진을 말리는 중에 잽싸게 아리를 독촉하며 손을 끌고 나와 버렸다. 교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달리기를 시도했더니 아리는 금새 잊는다.

 

 

 

 

봄에 도착하자마자, 잔디밭에 도착하자 마자

아리는 딩군다.

봄 속으로 들어가 봄도 만나고, 잔디도 만나고...

아리는 지금 봄냄새를 들어마시고 있다.

 

 

 

 

 

오랜만에 하버프론트에 갔다. 뜻밖에도 사람들이 북적대었다. 유람선들을 타는 사람들이 많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많고··· 하버프론트에는 어느 새 봄이 만발하고 있어 새로웠다.

“아리가 더 어렸을 적에 여기 왔었는데, 기억하니?”

끄덕끄덕.

정말 기억이나 할까?

 

건너다보이는 쪽을 가리키며 저기 잔디 보이지? 저기서 아리 어렸을 때 할머니랑 와서 놀았는데, 기억하니?“

끄덕끄덕.

“갈매기도 있고 오리도 있고···”

아리가 초코쿠키 가루를 던지자 비들기들이 발아래 모였다.

 

 

 

새촉으로 가지를 늘어뜨리기 시작한 수양버들.

푸릇푸릇 돋아난 봄꽃나무들.

아리를 눈부시게 하는 햇볕이

새 잎 위에서도  햇볕은 더욱 눈부셨다. 

 

 

 

 

“할머니, 아리 눈 아프. 눈 부셔!”

햇볕이 밝은 쪽으로 걸어가는데 아리가 눈이 부시어서 그늘이 있는 쪽으로 되돌아가자고 한다.

벤치에 앉아 토스트를 먹고, 벤치 뒤에 있는 자판기를 가리키며 거기 있는 초코밀크를 먹겠다고 한다. 억지로 달래어서 물을 먹게 했다.

“초코밀크는 아리가 스트롱해지는 걸 방해하거든. 왜냐하면 너무 달아서.”

“와이?”

“초코밀크 달지? 달아? 안 달아?”

“달아.”

“그러니까. 알았지?”

어렵게 포기한 아리가 시들해지면서 건너다보이는 잔디를 가리키며 가자고 한다.

“리멤버? 아리 앤 할머니, 홴 아이 워스 베이비. 위아 플레이.”

훗훗.

갔다.

 

 

 

딩굴다보니 통로인 나뭇바닥까지 갔다.

그래도 상관없다.

더 신이 난다.

하하하... 깔깔깔...

천지에 온통 웃음소리 가득하다.

 

 

 

 

잔디위에서 구르는 아리. 할머니에게도 강요한다. 백팩을 나무 아래 놓고 구르라는 것이다. 혼자 놀기 심심한 것이다. 할 수 없이 백팩을 벗어 나무아래 놓았다. 그리고 할머니도 굴렀다. 위에서 아래쪽으로. 세 번쯤 구르고 나서 일어나는 순간, 콘도와 하늘이 빙글빙글, 욱~ 토악질까지 났다. 그런데도 아리는 깔깔거리며 신이 나서 소리친다.

“할머니, 런! 런! 런! 할머니! 런! 런!”

이런 점이 힘들다. 할머니를 제 또래로 알고 저와 함께 행동하기를 바라는 아리!

아리와 눈높이를 맞추는 일, 그게 '진짜친구'의 자격이 아니겠는가!^*^

 

 

 

 

딩굴고 또 딩굴고...

화단에서 깨어나는 새싹들도 깨어난다.

하늘을 보며 웃는 아리의 웃음소리는 할머니에게도 풀들에게도 보약이다.

 

 

 

 

돌아오는 길에 배들이 정박해있는 부분에 작년에 길을 넓히고 고친 곳에 이르렀다.

곡선으로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고, 그 경계부분에 미끄럼을 탈 수 있도록 되어있다. 나무 바닥이다. 아리는 역시 조심장이다. 가장 높은 쪽으로는 가지 않고 낮은 쪽과 중간 정도의 높이길로만 간다. 미끄럼도 타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떤 8,9세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오더니 오자마자 미끄럼을 익숙하게 탔다. 이미 여러 번 와서 즐기는 모양이었다. 그것을 보고서야 아리는 미끄럼을 조심조심 해보고 싶어 했다. 할머니가 부추켰다.

많이 망설이더니 결국 아리가 해냈다.

한번 하기 시작하니 끝이 없다. 이게 바로 아리의 특징이다.

누워서 미끄러지고, 엎드려서 미끄러지고···

 

 

 

 

이번엔 화단 가으로 굴러갔다.

한쪽으로 밀쳐놓았던 가지치기를 당한 나뭇가지들이 방패가 되어주었다.

할머니도 두어 번 돌고나서 하늘이 빙빙,

쉬면서 지켜보고 있다.

 

 

 

 

할머니는 사진을 찍고, 동영상도 찍었다.

안돌아 오겠다는 걸 다음에 또 오자고 하면서 억지로 데리고 오는데, 슈즈레스 젴 레스토랑 앞 길에 세워져있는 길막이 스테인드 스틸 기둥에 올라간다.

 

남자아이라서 다르다. 안되니까 할머니더러 손을 잡아달라고 했다. 할머니가 혼자 해보라고 하면서 지켜보았다.

아리가 기어이 해냈다.

높이야 1m가 조금 넘는 정도이지만 두께가 체 20cm 도 안되는 둥그런 원통형의 기둥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우리 아리는 나중에 마라토너가 될 거야.”

아리야 들은 둥 만 둥이지만 할머니 생각엔 틀림없이 우리 아리가 나중에 운동을 아주 잘 하고, 마라토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리야 들리니? 수선화들이 너를 따라서 웃는 소리를.

할머닌 들려.

신나게 놀고, 크게 웃는 너를 보니까 수선화들도 즐겁다는구나.

환한 수선화 얼굴들이 아리, 너를 닮았구나.

 

 

 

지금도 아리는 달리기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제 또래이긴 하지만 몇 개월씩 앞서거나 한 살 앞선 아이들을 앞선다. 태그게임을 즐기는 것도 그렇다. 처음엔 뒤져졌던 제프리나 메진을 이젠 앞지를 뿐만 아니라 두 살 더 먹은 리오와 에릭을 악착같이 뒤따르며 포기하지 않고 여전히 태그게임을 좋아한다. 아리는 틀림없이 운동을 잘하는 건강한 어른이 될 것이며, 마라토너가 될 것이다.

아리야!

몸을 위해서도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마라톤은 정말 좋은 거란다.

부라보!

 

 

 

돌아오는 길.

하버프론트의 입구 길바닥에 박힌 물고기 조형들을 따라

걷는 아리.

'지금 물고기들이 도시를 향하여 처들어가고 있단다...'

할머니의 즉석 창작동화를 들으며,

한 손엔 할머니가 스넥으로 넛델라와 피넛버터를 발라 준비해 간 토우스트를 들고.

아리는 멈추지 않는다!

 

 

 

 

집에 돌아오니 8시가 넘었다. 그래도 아직 밝다. 해가 길어졌음이 역력하다. 아빠가 벌써 퇴근하여 와서 저녁을 먹고 있었다.

“우리가 얼마나 걱정했다구요!”

우리가 현관을 들어서자 엄마 아빠가 동시에 외쳤다.

 

할머니가 올라와서 잠시 침대정리를 하고 있는데 도리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엄마가 재워놓고 내려갔고, 다른 날 같으면 지금쯤 잠이 들어야 할 시간이었다. 울음소리가 악착같아서 가봤다.

 

 

 

 

한 마리, 두 마리...

물고기의 숫자를 세고,

오, 여기! 저기! 샤크!

그 중에서 상어를 골라내느라고 여념이 없다.

지금 샤크를 확인하느라고 밟고 있다.

할머니가 수를 놓아 기워준 무릎바지.

기웠거나 말거나 상관 없다.

하긴 아리는 할머니가 기워준 바지를 더 좋아한다.

 

 

 

오, 이런!

요람에서 목이 쉰 소리로 울고 있는 도리는 뻗어 올라가서 요람의 끝부분에 머리를 대고 담요를 머리에 반쯤 뒤집어쓴 채 울고 있었다. 할머니가 안아 올렸더니 울음을 멈추고 응시하다가 비로소 안심하며 웃음을 보인다. 도리의 이마 주위에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있고, 온 몸이 뜨끈했다.

도리를 안도 창가로 가서 블라인드를 젖히며 밖을 보여주고, ‘도리송’을 잔잔하게 불러주었더니 그제야 웃음을 보이며 옹알이를 시작했다.

“오, 그래. 미안해. 혼자서 자기 싫었다고? 그래서 누군가 와주기를 바랐다고? 미안해. 도리.”

할머니 방으로 안고 와서 잠시 진정하고 놀다가 이내 보채면서 옹알이를 했다. 옹알이를 듣고 아래층에서 엄마가 올라왔다. 엄마가 안고 돌아갔다.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