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38-바람 불어 좋은 아침, 도리 머리다듬기와 독서법

천마리학 2011. 8. 19. 20:08

 

 

 

*2011년 4월 28일(목)-바람 불어 좋은 아침, 도리 머리다듬기와 독서법

 

 

 

오늘은 아리가 데이케어 가는 날.

오늘아침에도 역시 먹는 것 때문에 엄마와 할머니의 애를 태우는 아리, 겨우겨우 달래서 옷 입는 건 해결했지만 먹는 건 역시 문제다. 달래기도 하고, 딜을 걸기도 하고, 그러다가 화도 내고·····,

9시 20분이 되어서야 서둘러 집을 나섰는데, 콘도 문을 열고 길로 나서는 순간 분휘기가 싹 바뀌었다.

와아~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부는지 지금까지의 짜증스런 기분도 다 날아가 버리고, 그저 재미있다.

“핼프 핼프!”

바람에 날려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 없을 지경. 아리가 허풍을 떤다. 할머니도 맞장구를 친다. 바람이 걸음을 밀어 허공에 뜬 듯 빨리 걷게하기도 하고, 소비즈 옆을 지나 신호등 사거리까지 갈 때는 옆으로 날려 걷기가 힘들 정도다. 사거리엔 바람 때문인 듯, 교통경찰이 나와 있고, 두 대의 차가 복판에 멈춰있고, 수신호로 정리되고 있었다. 스트릿카 정류장까지 갈 동안 재미있었다.

 

 

 

 

혜영선생님의 손녀 나리와 함께.

4월29일, 송교수댁의 베이비씨터 파티에 참석했었다.

 

 

 

스파다이나 역에 도착할 무렵, 스트릿 카 안에서 아리보다 한 살 아래인 데이케어의 어린 친구인 벤을 만났다. 손을 잡아주고, 껴안아주고, 장난을 걸고····· 서브웨이 역의 플렛폼까지 내려가는 동안 아리가 어찌나 형 노릇을 하는지 벤의 아버지도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데이케어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칼리지 앤 스파다이나 에비뉴까지 걸어와서 코너에 있는 ‘세븐을레분’에서 아리의 TTC 티켓 30매을 구입하고 던다스까지 걸었다. 집까지 걸어올 예정이었으나 왼쪽 무릎에 통증이 와서 그만 두었다. 바람 불어 갈아 앉은 기분이 살아난 아침!

도리의 머리를 다듬어줬다. 앞이마의 몇 가닥, 양 귀 둘레의 머리카락 그리고 뒤 꼭지의 머리와, 뒤통수의 뭉개진 머리카락을 잘라내었다. 몇 가닥씩 정리했는데도 도리의 모습이 산뜻해 보인다.

엄마는 요즘 도리가 하룻밤 사이에 부쩍 큰 느낌이 든다고 말하곤 한다. 정말 도리의 요람이 작다는 느낌이 든다.

 

 

사진찍는 송교수와 지켜보는 혜영선생님

 

 

 

엄마가 버큠을 하는 동안 할머니가 도리의 ‘도리에어로빅’을 해주는데, 도리가 아주 재미있어한다. 옹알이도 하고 틀도 불어댄다. 제 몸을 만지고 맛사지하고 스트레칭 하고, 발가락부분을 간지러주면 느끼고 즐기며 좋아하는 것이 역력하다. 이층에서 엄마가 버큠을 하고 할머니는 침대 시트를 갈아 끼우는 동안 도리는 혼자 놀면서 아, 아악~ 소리를 지른다. 장난감이 제 뜻대로 안될 때도 그렇지만, 장난감과의 대화이기도 하다. 또 엄마나 할머니가 함께 놀아주다가 자리를 뜨면 바로 운다. 혼자 있기 싫다는 것이다. 우리 깜찍한 도리!

도리의 허벅지가 얼마나 오동통한지 아리 어렸을 때와는 다르다.

그래서 할머니는 도리에어로빅으로 도리 운동을 시켜주면서 ‘오동통통 도리야~ 오동통통 도리야~’ 하기도 한다.

제이든 엄마로부터 어제 저녁에 제이든이 놀이터에서 아리를 만나 놀았다고 하더라는 문자가 엄마에게 왔다. 그럼 그렇지.^*^

 

 

뛰어오르는 아리, 신기한듯 바라보는 나리.

 

 

 

오늘 저녁에도 읽을 책을 머리맡에 7권이나 가져다 놓는 아리.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고양이 꼬리의 풍선><If you give a mouse a cookie><Jesse Bear, What will you wear?><Chicka chicka Boom boom><햇님이 반짝반짝><Sharks and Wales>

이중에서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고양이 꼬리의 풍선><If you give a mouse a cookie><Jesse Bear, What will you wear?><Chicka chicka Boom boom>까지 읽었을 때 자자고 해서 멈췄다.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 나리 아빠와 엄마.

 

 

 

 

그 다음엔 불을 끄고, 할머니 목을 끌어안고, 할머니가 아리의 등이나 배를 다둑다둑, 다둑이거나 쓸어주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리는 잠이 든다. 미처 깊이 잠 들기 전에 할머니의 손동작이 멈추면 계속해달라고 한다.

<빅 베드 울프>다.

요사이 밤마다 약간씩 각색을 하긴 하지만 그래도 같은 테마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준다.

또 근래 들어서 아리의 독서법도 달라졌다.

한번은 할머니가 읽고, 그 다음엔 눈으로 읽기. 할머니는 적당한 간격으로 페이지를 넘겨주며 함께 눈으로 읽는다. 눈으로 읽히면 아리에게 생각하는 능력도 길러지고 관찰하는 능력도 길러지리라 생각해서다.

 

 

 

 

 

 

 

오늘은 또 아리에게 읽게 하기 위해서 방법을 약간 변형했다.

한 페이지씩 교대로 읽기. 아리가 잘 읽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잘 읽을까? 아리가 잘 읽을까? 아마 할머니가 잘 읽을 거야.”

하면서 아리의 경쟁심을 돋운다. 효과만점이다.

“아리! 아리. 베스트 리더!”한다.

“좋아, 해보자”

 

 

송교수와 헌이이모.

 

 

 

할머니가 <Brown bear, Brown Bear, What do you see?>의 첫 페이지를 읽었다. 두 번째 페이지를 읽으려던 아리가 갑자기 룰을 바꾼다. 자기가 먼저 첫페이지를 읽겠단다. 그래야 다섯 번째 페이지에 나오는 Blue horse 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리는 여전히 블루 홀스 마니아다.^*^

할머니가 일부러 목소리를 우그러뜨려서 읽었다. 아리가 쿡쿡 웃는다. 할머니가 잘 못 읽는다는 투다. 다음페이지를 읽으면서 아리가 아주 굵직한 목소리로 잘 읽는다.

“와, 정말 잘 읽는구나. 아리는 정말 베스트 리더야. 좋아. 이번엔 할머니도 잘 읽어볼거야. 들어봐.”

아리가 잔뜩 기대한다. 할머니는 또 이상한 목소리로 읽는다. 쿡쿡 아리의 웃음이 터진다.

그렇게 계속해나가면서 아리가 책을 읽게 된다. 할머니가 이상하게 읽을 때 마다 아리는 자신감을 얻고, ‘노우, 노우, 이티이스 낫 베스트 리더!’하면서 기분좋아한다.

자, 이러면 할머니의 아리 책 읽히기는 일단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