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36-입 까다로운 아리, Chicka Chicka Boom Boom 빅베드울프

천마리학 2011. 8. 17. 00:39

 

 

 

*2011년 4월 26일(화)-입 까다로운 아리, Chicka Chicka Boom Boom 빅베드울프. 

 

 

아침부터 비가 내려서 아리는 노란 레인부츠를 신고 갔다. 노란 부츠는 사이즈가 커서 헐렁거린다. 늘 벼르면서도 아직 아리의 발에 맞는 사이즈의 부츠를 장만하지 못했다.

휴가 끝의 첫 등교일. 아리를 데려다 주고 오이지 빌딩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여전히 마무리 못한 원고작업.

오후엔 아리를 픽업한 후 도서관에 들렸다. Spadina Road Branch.

지난 주 목요일에 빌려온 DVD를 돌려주면서 작동되지 않는다고 말해줬다.

아리가 고른 새 DVD <Christmas> 와 <Brown Bear>와 책 <Chicka Chicka Boom>.

아리는 두 살 때부터 보기 시작한 <브라운 베어>를 여전히 좋아한다. 잠들기 전엔 여전히 수시로 각색되는 <빅 베드 울프> 이야기.

아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좋은 모양이다. 마치 어른들이 다 아는 춘향전이나 놀부이야기를 해마다 반복해서 상연하는 것처럼.

 

 

스파다이나 로드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아리!

 

 

 

오늘도 할머니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릴 때 아리가 직접 책을 고르게 하고, 고른 책을 할머니의 도서관 카드를 주어서 고른 책과 함께 들고 카운터로 가지고 가서 아리 스스로 빌리게 했다. 책을 빌려오면서 창구의 직원이 돌려주는 날짜를 말해준 모양이다. 돌아서면서 정확하게 말했다.

“할머니, 메이 세븐틴, 메이 세븐틴.”

배가 고프다고 해서 도서관에서 책을 펴놓고 할머니가 준비해간 간식거리를 먹게 했다. 오늘준비는 바나나와 귤 한 개씩, 쿠키, 케잌 한 조각, 토스트 한 조각이다.

겨우 바나나와 귤만 먹는다. 케잌은 오랜지 맛이라고 싫다고 한다. 토스트는 크렌베리가 박혀있어서 싫다고 한다. 크렌베리만 떼어내고 먹였다.

아리는 입이 짧다. 식성이 까다로운 편이다. 어렸을 땐 그러지 않았는데··· 그래서 걱정이다. 몸이 너무 야윈 편이다. 스키니. 본래 체질이 그럴 수도 있지만 활동량에 비해서 먹는 것이 너무 시원찮다. 토스토도 언제나 넛델라 외엔 싫어하고, 채소 중에서도 당근만 먹는다. 바나나를 덥썩 먹지 않고 껍질을 벗겨서 할머니가 먹는 시범을 보이고서야 겨우 먹는다. 먹다가도 조금이라도 멍이 들어있으면 싫다고 한다. 귤도 어쩌다 씨가 있으면 모두 뱉어낸다. 아이들이 흔히 그러기도 하지만 아리는 유난히 가리는 것 같다. 쿠키나 비스킷도 제 입에 맞는 것이 한 두 가지로 고정되어있어 그것만 먹고, 너무 단것도 좋아하지 않고 물렁물렁한 것도 야끼! 하면서 안 먹는다.

돌아오는 길에 스파다이나 역에서 스트릿 카를 기다리는 동안 배가 아프다고 했다. 고파서 아프다고 하는 것 아니니? 했더니 그렇다고 끄덕인다. 그러더니 할머니더러 스트릿 카 안에서 매직을 하라고 한다. 안된다고 했더니 계속 졸라댄다.

 

 

 

할머니가 준비한 간식으로 호밀빵 한입 먹고!

 

 

“할머니, 두 잇! 두 잇!”

울상이다. 아리가 말을 잘 안 들으니까 아무 때나 하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계속 보채다가 만다.

사실은 할머니가 비스킷을 준비하지 못해서지.^*^

“헬로우, 영 레이디! 이즈 에브리씽 오케이?”

저녁때 수실아저씨에게서 전화가 와서 한 첫말이다.

“예쓰, 수실, 벗 아이엠 낫 영 레이디!”

할머니가 그렇게 대답했더니 왜 아니냐고. 늙었다는 말을 사용하지 말라고, 자기는 늘 아직도 자신이 젊다고 생각한다고··· 훗훗, 그 뜻을 누가 모를까. 어제 보내준 커리 파우더랑, 스모서를 맛있게 먹었다고 했더니, 인도산 커리는 원래 30여종이 넘으며 영국인들이 편리대로 ‘커리’라고 불러서 이름이 그렇게 됐지만 실제 이름은 ‘크드커럼’이며, 할머니에게 보내준 것은 그 중의 한 가지로 건강에 아주 좋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스모서를 인도의 전통음식인데 프랫시한 것을 그대로 전해주려고 어제 전화를 여러 번 했다 ··· 등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끊었다.

사실 할머니는 수실이 말하는 내용의 반도 다 이해 못한다. 말이 많아 전화통화가 긴 수실아저씨가 부담스럽긴 해도 고마운 건 사실이다. 수실이 사준 비타민 D도 요즘 매일 아침 먹기 시작했는데, 먹을 때마다 고맙다는 생각을 하면서 좀 더 친절하게 대해줘야겠다고 마음은 먹지만 거의 되지 않는다. 전화도 한번 해보는 일이 없이 언제나 수실에게서 오는 것만 받고 있다. 그래서 수실 아저씬 할머니가 직접 전화하는 걸 받아봤으면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할머니에게 있어서 그 버릇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내 그래왔기 때문에 고쳐지기 어렵다. 그러므로 할머니의 전화받는 일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수실 미안!

 

 

 

책을 읽다가 저보다 나이가 많은 3학년짜리가 컴을 하는 걸 보고 호기심을 보이는 아리!

 

 

 

 

저녁을 먹자마자 빌려온 DVD 를 보고, 할머니방으로 올라와서도 오늘 빌려온 책을 가지고 오게 해서 읽어주었다.

책읽기를 마치고 이야기 순서로 들어갔는데, 여전히 아리가 원하는 것은 <빅 베드 울프>다. 오늘은 <치카치카 붐붐>을 방금 읽었기 때문에 할머니도 모르게 <빅베드 울프>에 <치카치카 붐붐>을 섞었다. 그랬더니 재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떤 마을에 높은 산이 있었는데, 그 산에 빅베드 울프가 살고 있었어요. 빅베드 울프는 기분이 좋거나 신이 날 때면 ‘치카치카붐붐’이라고 말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어느 날 마을로 내려와서 꿀꿀이네 집으로 갔어요. 아줌마 목소리로 변신해서 말했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치카치카붐붐!’ 꿀꿀이가 살며시 문 틈으로 내다봤어요. 그랬더니 거기에 모자를 쓰고 바구니를 머리에 인 아줌마가 서 있는 거예요. 처음 보는 아줌마라서 ‘누구세요?’하고 물었어요. 맛있는 떡을 가지고 왔어요, 치카치카붐붐! 치카치카붐붐이란 떡이 있나요? 빅베드울프가 말했어요. 치카치카붐붐이란 떡이라고? 그런 떡은 없단다 하고 대답했어요. 그때 꿀꿀이는 할머니가 해준 이야기가 생각이 났어요. 어제저녁에 할머니는 꿀꿀이에게 ‘얘야, 요즘은 저 산에 치카치카붐붐이라고 말하는 빅베드 울프가 있다는구나. 조심하거라’하고 말씀해주셨거든요. 그래서 꿀꿀이가 말했어요. 혹시 아줌마는 빅베드 울프가 아닌가요?

 

 

아리의 팻션! 오늘아침에 기어이 옷을 뒤집어입으면서 이츠 마이 스타일! 하고 외치던 아리!

 

 

 

 뭐라구? 빅베드울프가 화를 냈어요. 난 빅베드 울프가 아니란 말이야 치카치카붐붐, 어서 문 열어라 치카치카붐붐. 안 열면 문을 부수고 들어가겠다 치카치카붐붐. 꿀꿀이는 무서워졌어요. 그때 이층에서 할머니가 내려오면서 물었어요. 꿀꿀아, 왜 그러니? 아, 할머니, 문밖에 치카치카붐붐이 있어요. 치카치카붐붐이라고? 녜, 치카치카붐붐이요. 거봐라, 저 산속에 치카치카붐붐이라고 말하는 빅베드울프가 있다고 했지? 문을 열어주면 안되겠지? 자, 우리가 놀려주자. 치카치카붐붐! 치카치카붐붐! 치카치카붐붐!··· ”

9시 30분이 넘었는데도 잘 생각을 안 한다. 오히려 이야기에 재미를 붙여서 눈이 말똥말똥. 할머니의 <치카치카붐붐 빅베드 울프> 이야기가 재미있다고 하면서 계속 해달라고 조른다. 10시 가까워서야 겨우 재웠다.

 

 

 

결국 3학년짜리를 쫒아내고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아리에게 도서관직원이 게임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도서관에서 꼬마손님으로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아리입니다!

 

 

 

***Chicka Chicka Boom Boom

-by Bill Martim Jr and John Archambault

-illustrated by Lois Ehlert

멜라토닌을 먹었는데도 잠이 오지 않는다. 또 1시를 넘기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쯧!

내가 생각해도 나는 못 말리는 할머니다!

 

 

게임에 빠져있는 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