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37-안과와 손가락에 침 바른 건 할머니 탓?

천마리학 2011. 8. 18. 02:27

 

 

 

*2011년 4월 27일(수)-안과와 손가락에 침 바른 건 할머니 탓? 

 

 

 

아리와 할머니의 안과진료 때문에 엄마랑 도리까지 함께 서둘러 나섰다.

에글링턴. 예약시간 9시 45분.

진료목적은,

할머니는 외출 시 왼쪽 눈에 눈물이 나는 것과 오른쪽 눈꺼풀 눈썹 사이에 가끔 조그만 것이 돋아나는 것.

아리 역시 왼쪽 눈에 가끔 눈물이 나고, 충혈 되며 눈꼽 같은 것이 끼는 것.

할머니가 먼저 진료를 받으면서 일부러 겁 많은 아리의 마음을 누그려뜨리려고 할머니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재미있는 듯 너스레를 떨며 받았다. 그런데 아리의 진료가 시작되어 시력검사 할 때까지는 좋았다. 왼쪽 눈에 먼저 약물을 넣었는데 넣는 순간 질겁을 하더니 끝내 거부하여 오른 쪽 눈은 약물을 넣지 못한 채 진료를 계속했다.

진료 결과는 모두 정상.

할머니는 눈이 건강하고 좋은데, 다만 나이 들어 일어나는 현상으로 안구건조증이 있음. 그러므로 인공눈물을 수시로 넣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인공눈물 1병을 주었다. Systane. 눈꺼풀에 나는 것 역시 마찬가지. 꼭 원하면 성형외과에 갈것. 하지만 필요 없다.

아리역시 이상이 없고, 가끔 눈물이 나고, 가끔 눈꼽이 끼고 충혈 되는 것은 아이들에게 흔히 있는 현상으로 청결하게 하는 것이 필요할 뿐.

둘 다 정상이라는 점에 엄마가 매우 기분 좋아했다.

 

 

 

 

 

 

2층의 훗 코트에서 점심을 먹고, 주변을 둘러보며 아이쇼핑을 하고나서, 서브웨이를 타고, 스파다이나 스테이션에서 엄마와 헤어져 킨더가든으로 갔다.

할머니는 오리지 빌딩의 카페에서 바다연작시 원고 정리를 하고, <산시로>를 조금 읽고 아리를 픽업했다. 픽업한 후 근처의 놀이터에서 놀기로 했다. 킨더가든의 시간에 그렇게 놀고도 아직도 더 놀고 싶어 하는 아리 때문이다. 정말 아리는 에너지 덩어리다. 그럼에도 먹는 것이 소홀해서 그게 가장 마음에 걸리는 문제가 되곤 한다.

근처 놀이터로 가자고 하니까 시무룩했던 아리가 갑자기 환해졌다. 녀석!

언제나 그렇듯, 막상 놀이터에 가면 아는 친구가 없는 아리가 항상 놀이상대를 구하느라 측은해보이기까지 한다. 아리는 특히 다른 아이들과 노는 방식이 다르다. 가장 좋아하는 놀이가 ‘태그’게임이다. 달리기.

그네, 자전거, 시이소오, 미끄럼틀 등엔 별로 관심이 없다. 한 번씩 스치듯 하고나면 그뿐. 안 돼 보여서 할머니가 상대해주어도 마찬가지다. 할머니가 상대해서 태그게임을 해줄 때만 신이난다. 하지만 할머니가 감당하기 어려워 잠간만에 끝나버리곤 한다.

 

 

 

 

 

 

 

 

오늘도 같이 놀 친구를 찾아보느라 두리번거리며 눈치를 보면서 뛰고 달리는 아리를 지켜보고 있는데, 미끄럼틀 위로 올라간 아리가 곁에 있는 아리에게 “웟 유어 네임?”하고 묻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두어 마디 대화가 오가더니 “아이 노우 유. 유알 제이든!” 하는 것이다. 지켜보면서 제이든 비슷하단 생각을 했지만 모르는 제이든의 태도가 이상했다. 제이든이 아리를 몰라보다니. 제이든이 아리를 그렇게 좋아해서 플레이 데이트까지 요청하여 주말이면 집근처나 하버프론트의 놀이터에서 놀곤 했는데. 근래에 휴가와 기타 바쁜 스케줄로 잠시 만나지 못한 시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그럴 수가 있나? 그렇거나 말거나 어느 사이 한데 어울려 내려오고 뛰고 달리면서 노는 아리 입에서 제이든, 제이든하고 부르는 것이 들렸다.

“웥유어 네임?”

할머니가 제이든이 가까이 온 틈을 이용하여 물었다. 머뭇거렸다.

“웨어리즈 유어 맘?”

제이든의 대답이 없어서 반복해서 물었더니 곁에서 본 아리가 할머니의 의중을 파악하고 제이든에게 대산 물었다. 제이든이 아리에게 대답했다. 그 대답을 아리가 할머니에게 큰소리로 말해줬다.

“할머니, 제이든즈 맘 에트 홈. 앤 제이든 아빠 픽 힘 업!”

제이든이 확실하다. 아이들의 기억력이 그런건가보다.

 

 

 

 

 

 

 

어찌됐건 아리가 좋아하는 놀이짝을 만나 신나는 시간을 보내게 돼서 다행이다. 비가 후두둑 내리기 시작했다. 모두들 흩어져갔다. 제이든이 아리에게 ‘바이바이’를 하며 같은 데이케어 아이들의 행렬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제이든은 근처의 몬테소리 데이케어에 다닌다.

할머니도 아리를 재촉했지만 여전히 더 놀고 싶은 아리는 맨 나중까지 텅빈 놀이터에 남아서 꾸무적 거리다가 빗방울을 맞으며 꼴찌로 놀이터를 떠났다. 후드를 씌우고 백팩을 할머니가 든 채 비를 맞으며 스파다이나 에비뉴 쪽으로 걷는데 목이 마르다고 해서 백팩에서 사과 쥬스를 꺼내어 주었더니 그걸 마시면서 이번엔 라이브러리로 가자는 것이다.

안된다고 했다. 아침부터 일기예보는 온종일 비가 내린고 오후엔 천둥번개까지 동반한다고 했는데 오전 내내 날씨가 맑아서 우산을 챙기지 않았고,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참에 이렇게 오후 5시경이 되어서야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아리는 다시 도서관에 가자고 하는 것이다. 못 말리는 우리 아리. 하지만 겨우 달래서 스파다이나 역으로 왔다. 스트릿카를 타고 오는데 정말 앞이 안보일정도로 비가 퍼부었다. 그제서야 아리의 마음이 진정되었다.

다행히 우리가 브램너 블러버드에서 내릴 무렵에 빗줄기가 약해지고 햇빛이 조금 밝아졌다. 스비즈의 매장 안을 통하여 돌아왔다.

 

 

 

 

 

저녁에 거실에서 엄마와 함께 앉아 책을 읽고 있었는데, 이층에서 할머니가 작업하다 들으니까 뭔지는 모르지만 아리가 하는 행동에 대해서 엄마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했고, 아리는 엄마말을 듣지 않고 계속 하는 모양, 엄마가 누가 그러더냐? 물으니까 아리가 할머니!라고 대답했다. 엄마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일까?

알고 보니, 아리가 책장을 넘기면서 손가락에 침을 바른 것이다. 그걸 제지하니까 할머니가 그렇게 했다고 한 것이다.

맞다. 할머니가 아리에게 책을 읽어줄 때만다 책장을 넘기는데 손가락이 건조해서 침을 발랐더니 그걸 보고 아리가 따라 한 것이다. 이그! 잘 된 것은 지 탓이고 못된 것은 조상 탓이라더니. 애들 보는 데는 찬물도 못 마시겠다.!^*^

자러 올라와서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주면서 할머니가 손가락에 침을 바른 것에 대한 설명을 해주었다. 아리는 그저 재미있어 할 뿐 고치려 드는 태도가 아니다. 요런 장난꾸러기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