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32-이스트 휴가, 할머니만 빼고 떠났다. 몬트리올 행.

천마리학 2011. 8. 4. 06:51

 

 

 

*2011년 4월 22일(금)-이스트 휴가, 할머니만 빼고 떠났다. 몬트리올 행.

 

 

 

 

오늘은 이스트기간으로 다음 월요일까지 나흘간의 휴가다. 그래서 할머니만 빼고 몬트리올에 갔다. 아리는 따따 쟌과 똥똥 달랏을 만날 기쁨에 들떠 있다. 그 대신 엄마아빠는 오히려 더 피곤해한다.

왜 할머니가 빠졌을까요?

할머니가 너무 피곤해서다. 할머니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두 주 전부터 안가겠다고 해놓은 상태다.

정말 할머니는 밀린 잔일들을 처리하면서, 그래도 정작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 할 거면서… 잠을 자거나 하다못해 흐느적 흐느적 게으름을 부려보곤 싶다. 사실 간밤에도 아침 6시 경에 시작하여 겨우 한 시간 정도 눈을 부쳤다.

아침에 아빠가 내려주는 에스프레소 한잔.

오늘 아침에도 아리가 얼마나 고시랑고시랑 아빠를 따라다니며 질문도 많고 이야기도 많은지.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할머니 눈치가 보이는지 슬며시 일어나 조심조심 기척을 숨겨가면서 방을 빠져나간다.

얼마 전부터 생긴 버릇이다.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두어 달 전쯤?

자고 일어나면 “할머니, 아이 원트 고우 엄마아빠 배드룸.” 하기 시작했다. 말없이 가기도 해서 “할머니에게 말하고 가야지.”했었다.

그러면 머쓱해져서 말하곤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인가 아래층과 엄마아빠 방을 오가며 놀다가 할머니 방으로 자러오는데, 컴 앞에 앉아있는 할머니 몰래 살짝 문을 열고 살금살금. 할머니는 놀래켜 주려는 시도를 했다. 그래서 할머니가 ‘깜짝이야!’하고 놀라주었더니 아주 재미있어했다. 그러더니 어느 새 부턴가는 할머니 방에 들어올 땐 자주 살금살금 들어온다. 할머니가 계속 모른 척하면 할머니 의자 뒤로 붙어서기도 하고, 침대위로 살금살금 올라가다가 할머니가 돌아보면 화들짝 놀라면 웃곤 한다.

그것이 계속되면서, 모든 행동이 그렇듯 조금씩 변형되기도 하는데, 요즘엔 아침에 눈만 뜨면 말할 때도 있고 할머니가 자고 있으면 말없이도 엄마아빠베드룸으로 건너가서 놀다 온다. 올 땐 또 살금살금이다.

왜 살금살금인지 이유를 모른다. 할머니 모르게 살짝 왔다가는 것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할머니하고 친하면서도 아빠를 더 좋아하는 일이 할머니에게 미안해서?

그냥 재미로?

 

 

 

 

 

 

 

가족들을 떠나보내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벌써 오후 2시다. 이젠 배가 고프다. 점심을 먹어야겠지? 지금 우리 아리 도리 그리고 엄마아빠는 킹스톤을 지났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해놓고 막상 일손을 멈춘 것은 3시가 넘어서였다. 엄마가 떠나면서 가장 걱정한 것이 바로 “잘 챙겨 드세요”였는데… 할머니의 습성이 어디 가나?^*^ 떠나기 직전에 딸기, 쌈 채소, 미역국, 닭고기 등을 일일이 지적하며 냉장고의 자리를 확인까지 시키고, 아빠는 할머니 힘 든다고 새 잼 병의 뚜껑을 따놓기까지 했는데^*^

후후후 미안! 이젠 정말 내려가자. 배고픔 느낌도 가셔버렸지만.

도리의 비교적 힘이 있는 ‘아악, 아악’ 하는 소리가 더욱 힘이 있어지고, 발놀림도 더욱 강해졌을 뿐만 아니라 그러잖아도 초롱초롱 흑진주 같은 눈빛도 강렬해졌다.

요람에 혼자 누워서 제 발길질로 매달려있는 장난감들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놀곤 하는데 오늘 아침에는 스스로의 발차기가 강해져서 요함이 흔들려 딱 딱 하는 소리를 내며 움직이자. 그 소리와 흔들림에 취해서 놀았다. 흔들리는 장난감들을 바라보면서 소리를 연신 크게 질러대었다. 손으로는 잡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또 도리용 의자에 앉혀놓았더니 제 발가락을 빨며 놀기도 한다.

같이 놀아주다가 잠시 자리를 뜨기만 해도 뜨는 순간 아앙! 하고 울어버린다. 절대로 혼자 있지 않겠다는 뜻이다.

 

 

 

 

 

 

간밤에도 세 번이나 자다 깨어서 엄마아빠를 귀찮게 했다고 한다. 그저께 밤에는 네 번 자다 깨어 노는 바람에 엄마아빠가 잠을 설쳤다고 했었다.

도리야, 오늘 몬트리올 가서도 잘 놀다 오너라. 알았지? 우리 이쁜 도리!

오후 5시경에 몬트리올에 거의 도착해간다고 전화가 오고, 잠시 후 6시 반경에 집에 도착해서 저녁식사 시작할 참이라고 전화가 왔다.

“할머니 아리예요.”

“아리가 누구지?”

“할머니 손자.”

“난 아리가 보고 싶은데...”

“바이바이!”

 

 

 

 

 

장난감을 가지고 이층에서 내려왔다는 아리의 흥분된 분위기가 충분히 느껴진다. 아빠가 바꿔주는 전화로 짤막하게 말하고 먼저 바이바이 해버린다. 요런녀석을 봤나.

도리도 보채지 않고 자다 깨다 잘 도착했다고 한다.

나의 가족과 몬트리올의 가족 모두에게 안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