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30-2011년 4월 21일(목)-아리 데이케어, 엄마 병원.

천마리학 2011. 7. 31. 21:01

 

 

 

*2011년 4월 21일(목)-아리 데이케어, 엄마 병원.

 

 

바쁜 할머니, 간밤에도 잠을 못자서 몸이 무겁다. 간밤에 아빠가 12시 40분 경에 들어올 때도 할머니는 말똥말똥했었다.

스위스에서 토론토로 출장 온 아빠의 대학친구 윤을 만나 저녁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윤은 한국에서 스위스로 입양된 사람으로 할머니가 몇 년 전 스위스를 갔을 때도 만난 일이 있는데, 그때 이상하게 여겨진 부분이 있었다. 한국 사람이니까 오랜만에 한국 사람을 만나면 감회가 새로울 거란 생각을 했었는데 전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무반응에 무감각한 태도였다. 외모는 한국인이었지만 내면은 완전한 스위스 사람이었다. 그래서 할머니는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접어버렸다. 할머니의 생각은 할머니만의 가벼운 연민 같은 것이구나 생각했었다. 어제 저녁에 그 친구를 아빠가 만난 것이다.

아침부터 시간 계획을 해야 했다.

 

 

 

 

 

 

 

아리는 데이케어에 가는 날이므로 아침에 일찍, 늦어도 9시경에 집을 나서야 한다. 엄마의 무릎을 진단하기 위한 병원예약이 11시 30분. 칼리지 앤 베이스트리트이다.

그래서 엄마가 아리를 데이케어에 데려다 주고, 엄마의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엄마가 진료를 받는 동안 도리를 돌봐야하기 때문이다.

아리가 또 아침을 잘 먹지 않으며 이것저것 늦장을 부린다. 아침마다 치르는 행사다.

독촉하고 협박하고 달래가며… 바삐 집을 나섰는데 이번엔 유니온 역 쪽으로 가자고 한다. 지난주에 눈 오고 바람 불어 추운 날, 유니온 쪽으로 갔다가 스트릿 카가 퀸즈키까지만 가서 버스를 갈아타야 했기 때문에 혹시나 하면서도 이젠 고쳤겠지. 그러자!

그런데 웬걸, 스트릿 카가 여전히 퀸즈키까지만 운행하고 버스를 갈아타야했다. 익스히비션 쪽에서 오는 스트릿 카도 마찬가지. 애고. 캐나다의 대중교통의 불편한 점이다. 고장도 잦고 날씨가 안 좋으면 곧잘 운행이 정지되고, 노선이 바뀌곤 한다.

오늘은 버스가 오는 시간이 늦어서 15분 정도 기다려야했지만 다행히 데이케어에 가는 날이기 때문에 괜찮았다. 하긴 그저께도 똑 같아서 서둘러야 했다. 킨더가든의 시작 시간에 딱 맞춰서 입실할 수 있었다. 언제나 아리가 일등으로 가서 복도에서 기다리는데^*^

 

 

 

아리를 데려다주니 10시.

카페의 늘 그 자리에 앉아서 원고 정리를 하며 50 분가량의 시간을 사용한 후

걸어서 베이까지 갔다. 낯익은 거리지만 오랜만이라서 일부러 퀸스 파크를 관통했다. 시인 알 파울**(동상)을 만나고 싶어서다.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전에 다니던 길 중에서도 즐겨가던 코스대로 갔다. 이를테면 길옆의 공원길이라던지, 건물 마당을 통하여 분수를 지난다던지 하는 식으로.

할머니가 먼저 가서 10분쯤 기다리는데 엄마가 도리를 앞걸이로 안고 도착했다.

진료를 마치고 나서 그 근처에서 식사를 하고, 팀 호튼스에 들려 차와 커피를 마셨다.

엄마와 할머니가 거기서 헤어지기로 했다. 엄마는 집으로, 할머니는 매주 만나는 젊은 친구 ‘제이’에게 전화를 했다. 대개는 금요일에 만나니까 내일이 만나는 날이긴 하지만, 내일부터 이스터 휴가가 시작되기 때문에 괜찮으면 오늘 만나고 아니면 다음 주에 만날 작정이다.

전화를 받지 않아서 음성메모를 남기고, 엄마를 먼저 떠나게 하고 할머니만 느긋하게 앉아서 ‘크렘베리차’를 마시며 읽던 책(나츠메 소오세키의 <산시로>)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곧 ‘제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지금 기다리겠다고.

 

 

 

 

 

로버츠 도서관으로 갔다.

신문과 가위까지 빌렸다. 할머니의 시 <산수유>를 오렸다.

5시에 출발. 플레이 그라운드에서 놀고 있는 아리를 픽업했다. 백팩을 가지러 교실로 들어가는 우리를 카페에서 발견한 ‘울지마(수리포)’가 반갑게 부르는 소리를 뒤로했다. 우리가 다시 나오자 그 사이에 아리를 위한 쵸코밀크를 준비해서 적당히 식혀놓고 기다렸다. 정말 고맙다.

쿠키도 한 봉지 준다.

수리포는 어제도 할머니가 카페에 앉아서 뭔가를 읽고 쓰는 것 같으니까 학생이냐고 물었었다.

아니라고 하니까 꼬치꼬치 묻는다. 라이터라고 했더니 신문에 쓰느냐고. 그렇다고…

수리포는 한국음식을 좋아하고 한국드라마를 좋아하는데, 그의 딸들은 특히 대장금을 좋아한다고.

마침 배가 고픈 시간이지만 언제나 수피포가 밀크나 쿠키 등 먹을 것을 주기 때문에 매우 고맙다.

즐거운 휴일 보내라는 인사를 하고 헤어져 우리는 세인트 죠지 역으로 가기 위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평소와는 달리, 주차장 쪽 밖으로 나와 1층의 역구내로 들어갔다. 엄마가 부탁한 토큰을 사기 위해서였다.

 

 

 

 

 

 

엄마를 위해 메트로 한 부 가방에 넣고.

“하이, 아리!”

그런데 스트릿 카 안에서 누군가 아는 체를 했다.

메튜의 엄마(중국인)였다. 지난 3월 어느 날부터 메튜가 보이지 않았었다. 알고 보니 미시사가로 이사 가서 옮겼다고 한다. 오늘은 메튜 엄마가 스파다이나 스트릿에 있는 헤어사롱에 머리를 손질하려 가는 길이라고 했다.

메튜 안부도 전하고 데이케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다.

도나 선생님을 지나치게 엄격해서 딱딱하지만, 웬 선생님(중국인)은 좋지 않느냐고 하기에 할머니가 “낫 배드. 벗 쉬 이즈 베리 카인드 투 차이니즈 췰드런 온리!” 했더니 고래를 끄덕이며 의미 있는 웃음을 보였다.

밤 9시가 되면 언제나 할머니는 스스로의 잠과 아리의 잠 때문에 침대행을 시도하는데 잘 안될 때가 허다하다. 아리가 익사이팅해서 자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계속 놀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