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09-하와이다섯째 날-미경이모와 알라모아나 쇼핑센터까지

천마리학 2011. 5. 28. 00:55

 

 

 

*2011년 3월 30일(수)-다섯째 날-미경이모와 알라 모아나(Ala Moana) 쇼핑센터까지.

 

 

 

엄마가 8시50분에 나가고 돌아오는 12시 30분 사이의 시간에 미경이와 함께 유모차를 밀고 바닷가로 나갔다. 태평양의 드넓은 바다, 아름다운 빛깔이 시야를 가득 채울 뿐만 아니라 깨끗하고 고운 햇빛이 눈을 찌른다.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너무나 신기해요. 언제 또 다시 만나게 될까요?”

미경이가 여러 번 신기해했다. 그래도 할머니는 우리를 만나겠다고 한국에서 하와이까지 와준 미경이가 대견하고 감사할 뿐이다.

“다음엔 다른 곳에서 만나는 걸 꿈꿔라. 아직도 우리가 발 디뎌봐야 할 곳이 너무나 많다. 알았지?”

미경이가 끄덕였다.

누군가 할머니에게 인사를 해오는 사람이 있었다. 이 남자가 누구지? 어디서 본듯하긴 한데… 문인모임에설까? 아니면? 짧은 시간에 통밥을 굴리면서, “실례지만 누, 구, 시죠?”했더니 “비행기에서…”한다. 이런 데서 까지 아는 사람이 있다니! 미경이가 놀랐다.

 

 

 

 

 

 

아하! LA 공항에서 Honolulu 로 오는 비행기의 앞좌석에 앉았던 남자. 도리가 비행기에서 보채어서 안고 일어서서 잠시 어르는데, 앞좌석의 남자가 펼쳐들고 있는 책의 페이지, 한글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혼잣말처럼 “오, 한글, 반갑다!” 하고 한마디 했더니 그 소리에 되돌아본 남자.

“아기가 방해가 되죠?”

“아닙니다.”

알고보니 미시사가에 사는 사람으로 호놀룰루에서 회사일 관련 회의가 있어서 가고 있다고. 아내가 먼저 가 있다고. 짤막하게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때 스친 한글 활자를 통하여 얼핏 할머니의 눈에 박힌 ‘미국경제의 ……’ ‘세계적 경제 상황…’ 그리고 알 수 없는 도표들을 미루어 학문분야이든, 실무이든 꽤 전문적인 직종에 근무하는 엘리뜨 같다는 짐작을 했었다.

아내가 상가를 돌아보고 있다고 하며 도리는 잘 있느냐고 묻는다. 바이바이 할 때 까지 토론토로 돌아가면 연락하자는 말이 뱅뱅거렸지만 그만 둔 채 헤어졌다.

점심시간을 아끼기 위해서 일본레스토랑에서 사왔다. 점심을 먹고 간 엄마가 오후의 3시경에 오늘 스케줄을 마치고 돌아왔다.

했다. 함께 나가서 주위를 돌아보기로 했다. 사실상 엄마는 컨퍼런스에 참석하느라고 제대로 구경할 기회가 없었다.

 

 

 

 

 

 

깜찍하고 앙징맞은 청동의 조각상들, 전설을 표현해놓은 조각상, 각기 특징을 살린 고급 상점들,

라군(lagoon), 잘 꾸며놓은 정원사이의 길을 따라가면서 구경할 꺼리가 많다.

아프리카 펭귄, 플라밍고, 거북이, 송어, 앵무새…

아쉽게도 엄마는 수영도 금물, 그저 태평양 물결에 발을 담가보는 정도로 만족해야했다. 다음 아기. 그러니까 도리의 동생을 낳기 위한 몸조심이다.

미경이가 카드 키를 분실하여서 저녁에 엄마가 데스크에 말하고 다시 받아왔다.

도리는 울다가도 자극을 주면 멈추는 바람에 울기만 하면 미경이가 잽싸게 유모차에 태워 밖으로 나가 쏘다니다가 오곤 한다.

엄마는 저녁시간을 이용한 토의를 위한 미팅을 10층에서 하기로 해서, 오후 6시에 나가고 할머니와 미경이는 산책에 나섰다.

할레 고아 호텔(Hale Koa Hotel)까지 돌아보면서 주변경관에 취했다. 어두워져서야 돌아왔는데, 치킨을 사와서 발코니에서 맥주를 마셨다.

다행히 도리가 잘 자주어서 고맙다. 어린 것이. 저도 피곤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