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28일(월)-세째 날-미경오고, 힐튼 호텔로 옮김
오전 10시. 엄마가 나가자마자 깨어서 보채는 도리. 짜놓은 마지막 모유 50cc를 뎁혀서 먹이는데 젖병을 물지 않으려고 해서 또 꾀를 부렸다. 따뜻하게 뎁힌 다음 도리를 얼싸덜싸 어루면서 입에 넣어주기. 잘도 빤다. ^*^ 호호, 도리, 할머니에게 속았지? 그런데 젖이 부족하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많이 짜놓게 할 것을. 평소에 젖이 충분하지만 어제도 짜놓은 것이 넘쳐서 조금 전에 버렸기 때문이다.
11시 30분에 엄마가 와서 바삐 서둘러 체크아웃하고 로비에 짐을 맡기고 나서 호텔내의 듀크 레스토랑(Duke's Restaurant)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시간에 엄마의 일행들이 도리를 안고 돌아가며 선보였다.
모두들 예쁘다고 한마디씩 했다.
오늘 오후까지 여기서 워크샵을 마친 후에 내일부터는 또 다른 컴퍼런스에 참석하기 때문에 힐튼 호텔로 옮겨야한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엄마의 워크샵이 진행되는 L 층의 라운지에서 미경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만나기 위해서 한국에서 날아온 엄마의 교원대학교 출신 극진한 후배다. 할머니가 부탁한 안양집의 자료용 비디오 테잎 20개와 된장 2봉지를 가지고 왔다. 그냥 와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고 반가운데, 늘 이렇게 마음써주는 젊은 녀석이 정말 고맙고 반갑다. 미경이도 할머니와 늘 이메일을 주고받는 젊은 친구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미경이의 짐도 우리짐을 맡긴 번호로 맡겼다.
엄마가 도리에게 젖을 먹이고 1시 30분에 다시 워크 샵 행사장으로 들어간 후, 미경과 함께 유모차를 밀며 호텔 내와 근처의 가까운 거리를 돌아다녔다. 다시 2시 30분에 다시 나와 젖을 먹이고 들어갔다. 그런데 도리가 심하게 보채고 울어서 미경이가 스트롤러를 밀고 밖으로 나갔다. 와이키키 해변. 듀크의 동상, 야자수와 반얀나무(Banyan tree)에 앉아있는 하얀 비둘기, 써핑과 수영, 모래찜을 즐기는 사람들, 일광욕을 하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다. 바다건너 일본에서는 지금도 쓰나미의 여파로 시달리고 있고 우리도 떠나올 때 방사선 문제 때문에 올까? 말까? 로 고민했었는데 와보니 그런 생각은 다 날아가고 역시 천국이고 낙원이다. 일본의 고통은 먼 이야기다. 그것이 바로 세상이고 세상살이다. 지난 2월, 강원도에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를 보고 걱정이 되어 강원도 근처에 사는 한위원과 문남아제에게 안부메일을 띄웠던. 한위원은 태국으로 골프여행 다녀왔고, 문남아재는 눈구경하러 강원도 일대를 돌아 멋진 시간 보냈다는 답을 받고 참 아연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사람은 누구나 다 자기 앞의 삶을 누리는 것이다. 흐음.
엄마가 잠시 나오겠다는 4시 30분에 맞춰 호텔로 돌아왔다. 젖을 먹이고 들어갔는데 도리는 다시 울기 시작했다. 더 강하게 앵앵대며 보챈다. 미경이가 어루면 더욱 그렇다. 낯가림을 하는 것 같다. 미경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요녀석, 어디 보자. 낯을 익히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하면 넘기며 노력하는 미경이가 공부밖에 모르는 갖 서른의 아가씨치곤 퍽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워크샵이 끝나는 6시까지 다시 거리구경을 나갔다. 폴리네시아 왕국의 마지막 공주 동상도 보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돌다가 돌아왔다. 엄마는 6시 30분에야 끝났다.
짐을 찾아 택시로 힐튼 호텔 행. 말이 호텔이지 정식 명칭은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Hilton Hawaiian Village)이다. 호텔의 새로운 개념을 맛보았다. 호텔의 경내에 루이비통, 샤넬 등등의 명품상가를 비롯, 시내에 있던 ABC수퍼마켓도 있고, 각종 중급, 고급의 레스토랑, 카페, 고급 보석상, 고급 옷가게, 전통 옷가게 등이 가득, 풀장과 바다수영장 등. 마치 최고급 별장지대, 한 개의 부자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다.
우리의 숙소는 타파빌딩(Tapa-하와이 전설에 나오는 이름)437호.
체크인 하면서 카드키와 함께 풀장 출입용 밴드도 받았다. 짐을 풀고 나와서 주변을 대충 돌아보고 나서 비취의 모래사장에 접해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가 예약을 하고 순서가 오기까지 20분 정도 기다렸다.
<Tropics Bar & Grill>에서 저녁 식사. 태평양의 일몰과 생음악 스테이지. 군데군데 어둠을 밝히는 개스등, 생음악으로 연주되는 노래소리,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즐거운 소리, 그야말로 꿈만 같다. 영화 속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왔다. 저녁을 먹는다기보다는 해지는 태평양의 일몰시간 즐기기. 태평양의 물결과 물결 위에 내리는 어둠이 되기. 꿈같은 낭만 속으로 들어가 소중한 찰나의 시간을 몸에 새겨 넣기.
포도주를 기울이며, 느긋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천천히, 벅차게… 느지막하게 식사를 마치고 ABC수퍼마켓에 들려서 아침식사용 샐러드와 식빵, 맥주 등을 사들고 와서 발코니에 앉아서 11시까지 태평양의 밤을 즐기며 맥주를 마셨다. 도저히 그냥 잠을 잘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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