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704-할머니의 불면증과 수실아저씨

천마리학 2011. 4. 30. 09:35

 

 

 

*2011년 3월 24일(목)-할머니의 불면증과 수실아저씨

 

 

 

할머니는 또 간밤에 잠을 못자서 힘들다. 10시부터 12시까지 딱 2시간 자고 잠이 깨었을 때 퍼뜩 어제 저녁에 설거지 하고 밥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밥이 없으면 아빠가 도시락을 쌀 수 없기 때문이다.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쌀을 씻어 밥을 앉히고 있는데 젖을 짜러 내려온 엄마가 걱정 어린 핀잔이다. 또 잠 못 자면 어쩌려고 내려왔느냐고. 밥 없으면 빵이라도 쌀 거고 아빠가 알아서 할 건데··· 하지만 할머니의 마음을 그렇지 않다. 늘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면서도 가족들이 잘 먹기를 바라고, 잘 먹어주면 기분 좋고···

엄마가 또 할머니가 잠들기 어려울 거란 생각을 하기 때문에 데워 준 우유 한 컵을 마시고 올라왔지만 잠은 영영 달아나 오늘 아침까지 뜬눈. 이그!

늘 불면증으로 시달리다보니 원고정리도 해야 하고, 써야할 원고도 밀려있고, 하와이 여행준비도 해야 하는데… 원고쓰기는커녕 일상이 힘들어진다. 게다가 아리는 할머니의 시간을 온통 뺏어가고…

늘 마음속으로만 계획이 쌓여가니 몸도 마음도 피곤하고 지친다. 늘 시간이 많지 않다는 생각과 체력이 달린다는 생각으로 초조해지기까지 해서 그것조차 스트레스가 된단.

오마이! 아리야 어쩌면 좋겠니?

 

 

 

 

 

 

 

데이케어에서 돌아올 때 서브웨이의 출구를 통과하면서 그동안 두어 번 한 말임에도 아리에게 또 강조를 했다.

“아리야, 여기 지날 때 알지? 아리가 고개를 살짝 숙이면 쉬울 거야.”

“와이?”

아리는 알면서도 또 반문한다. 습관적이다.

“왜 그럴까? 씽크! 생각해봐.”

할머니도 대답을 우회적으로 돌린다. 요령이다.

“따따 쟌 이즈 뚱뚱 댄 할머니.”

뚱뚱하다는 표현을 몸짓으로 섞는 아리.

“그래, 따따 쟌이 할머니보다 뚱뚱하잖아.”

“예스. 모어 비거 댄 할머니!”

아리가 의기양양해하면서 재미있게 웃는다.

“이번 토요일에 할머니가 없는데 우리 아리 어떻게 하지?”

아리가 갑자기 슬픈 표정에 돌입한다. 그러면서 또 반문한다.

 

 

 

 

 

“와이?”

“할머니가 엄마와 하와이에 가잖아.”

드디어 아리가 울먹울먹해지면서 또 반문한다.

“와이?”

“엄마 컨퍼런스가 있잖아. 그래서 할머니랑 함께 떠나는 거야.”

“와이 할머니 떠나?”

“도리를 보살펴야잖아.”

“와이?”

“도리는 아기잖아. 대신 아리는 아빠와 함께 지내잖아. 그동안 따따 쟌도 오시고.”

아리가 이해하면서도 싫으면서도 다소 마음이 놓이는 표정이다.

“하알머니이!”

어리광섞인 말투로 할머니의 손을 꽉 잡는다. 할머니가 아무 말 없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핼머니이!”

다시 평소의 장난기 섞은 말투로 할머니를 부등켜 안으며 걸음을 막고 품을 파고든다.

“핼머니, 힐머니, 햄머니, 히머니, 해머니…”

발을 동동 구른다.

“하지만 괜찮아.”

“와이?”

 

 

도리의 손톱깎기

 

 

 

“금요일이면 아리가 아빠와 함께 하와이로 올 테니까. 그럼 할머니랑 엄마랑 다시 만나잖아.”

그제서야 아리가 환해지면서 웃는다. 이미 몇 번을 일러줘서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아리는 할머니랑 ‘다시 만난다’는 대목을 다시 듣고 싶은 것이다. 응큼한 녀석! 그래 이 맛에 할머니도 다시 말하는 거다. 그걸 몰랐지!^*^

어찌됐던 할머니 속은 여전히 편치 못하다. 실행해야 할 계획은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데 어린 녀석들 돌보는 일로 시간을 빼앗기는데다 불면증으로 시달리면서까지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 때문에.

그런데 오늘 또 수실 아저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늘 그러듯이 할머니의 전화가 없는 것에 대한 불만표시를 하면서 답답한 할머니의 영어소통을 애써가며 듣는다.

 

 

 

 

아아, 졸려! 이 잠이 할머니에게로 가면 좋을 텐데```` 

 

 

 

 

하와이로 떠나기 전에 줄게 있으니 오늘 아니면 내일 중 편리한 시간을 내라는 것. 차라리 오늘 만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오늘 아리를 픽업하러 가는 길에 샤펄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와, 수실아저씨는 또 하와이에서 쓸 새로운 타입의 선그라스 두 개와 아리에게 주는 초컬릿, 캔디, 도리와 엄마를 위한 신문기사, 그리고 할머니를 위한 비타민 D까지.

이미 엄마가 사준 멀티비타민을 먹고 있다고 했더니 그걸로는 할머니에게 부족하다는 것. 그리고 혈압기로 가서 혈압 측정까지 한다. 수실아저씨의 압축기혈압이 145, 할머니는 125, 할머니는 정상이지만 오히려 수실아저씨의 혈압이 걱정 아니냐고 했더니 며칠 전엔 127이었는데 오늘만 이상하게 그렇다는 것, 염려할 것 없다는 것. 그러면서 할머니의 건강이나 신경 쓰라고 한다. 정말 못 말리는 수실! 땡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