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98-조엘과 플레이 데이트, 제프리 이기기.

천마리학 2011. 4. 18. 14:06

 

 

*2011년 3월 13일(일)-조엘과 플레이 데이트, 제프리 이기기.

 

 

 

 

 

일요일이어도 아리는 스케줄이 많다. 우리 아리는 인기쨩!

휴론스쿨의 킨더가든 친구인 조엘의 엄마로부터 아리와 별도의 놀이시간을 갖게 하자는 지난 주의 요청에 의하여 오늘 조엘의 집을 방문하기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는 알렉산더와 플레이 데이트를 갖었었잖아.

아빠는 아빠대로 무라노 콘도일의 입주자 일로 바쁘고.

 

오후 2시, 아빠랑 함께 조엘의 집에 간 아리.

2시간 정도 놀게 한 다음 5시경에 돌아왔는데 아리가 화가 난 상태로 계속 아빠에게 불만을 표시하는 상태로 할머니와 엄마가 말을 걸어도 붙여주지 않았다. 영문을 알고보니 아리는 조엘과 더 놀고 싶어하는 것을 억지로 데려온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아리와 조엘은 만나자마자 얼마나 신나게, 요란하게 노는지 조엘의 엄마도 아빠도 못말릴 정도였다는 것이다.

잠시 아빠가 밖으로 나와 다른 곳에서 시간을 보낸 후 데리러 갔을 때도 여전히 열심히 놀고 있었다고 한다.

 

정말 우리 아리는 노는 선수다. 또 왠일인지 가는 곳마다 함께 놀아달라고 요청하는 엄마들이 있는 것도 특이하다.

어떻튼 아리는 놀기 선수다. 하긴 다른 아이들도 그럴지 모르는 일이지만.

 

 

 

 

 

 

또 요즘 데이케어의 친구인 리오가 아리의 우상이 되고 있다. 리오는 중국인인데, 하리보다 1살 반 위다. 데이케어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다. 평소에 살펴보면 성품도 온순해 보인다. 그런데 요즘 아리는 말끝마다 ‘리오가 그랬어’ ‘리오하고 놀았어’ 한다.

수를 헤아리면서 처음엔 ‘원 한드렛’을 가장 많은 숫자로 알며 좋아하더니 그 시기가 지나자마자 ‘투 한드렛, 원 싸운전, 원 밀리언, 원 빌리언, 인피니티··· 구글 원, 구글 투!’한다. 구글이 가장 많은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무한대’가 있다고 했더니 아니라고 우긴다. 누가 그러더냐고 물었더니 리오가 그랬다는 것이다.

다른 것들도 가끔 우기거나 새로운 지식을 말하는데, 그때마다 ‘리오가 그랬어요.’ ‘리오가 그렇게 말했어요’이다.

저보다 큰 아이가 비교적 잘 어울려주니까 좋은 모양이다.

데이케어나 킨더가든 친구들 중에서 항상 아리가 가장 나이가 어린 입장이어서 휘둘리지 않나 염려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도 별로 그런 기색이 없이 언제나 잘 어울리고 오히려 리드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예외가 있었다. 제프리다.

 

제프리 역시 중국아이인데, 성격이 까칠하고 똘똘하다. 선생님께도 의사표시를 분명히 하고 당돌할 만큼 딴지도 걸었다. 아리보다 한 살 위이기도 하지만, 중국아이들이 많다보니 그런 문제도 있다. 중국아이들 끼리 뭉친다. 리오와 제프리, 써니, 그리고 여자 아이도 두엇. 그런데 아리는 나이도 제일 어린데다 하나뿐인 한국인이다.

 

 

 

 

 

 

 

성격이 까칠한 제프리가 아리에게 거칠게 대하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아리도 제프리에게 당하는 것이 싫어지고, 또 제프리와 리오는 늘 한 덩어리로 어울렸다. 같은 중국인이라서 부모들끼리도 그러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제프리가 아리를 힘으로 제압해버린다. 툭툭 치고, 넘어뜨리고··· 이상하게도 함께 놀다가도 꼭 아리가 지적당한다. 까칠하긴 마찬가지인 도나선생님도 그렇고 중국인인 웬선생님도 그렇다. 웬선생님이 알게 모르게 중국인 학부모와 잘 어울리고 중국인 아리들에게 부드럽다는 것이 감지되었다. 그러다보니 아리가 기가 죽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안다. 아리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집에서 함께 놀다보면 충분히 안다. 아리의 주먹질이나 발길질 그리고 몸의 힘이 강단이 있다.더구나 복식자세도 할머니가 가르쳐서 그럴듯하게 자세도 취하며 타이거, 라이온이 되곤 하는 아리다. 아직 어려서 제어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것은 그 또래의 아이들이 다 그럴 것이고, 세기는 제프리에게 지지 않는다는 것, 다만 마음으로 움츠러들다보니 그렇게 됐다는 것을 할머니는 안다.

그래서 방법을 썼다. 아리가 제프리에게 겁먹지 않고 용감하게 대들도록. 물론 선생님들의 눈도 있고 또 할머니도 어린 아이들에게 편드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안되지만 실제로 그럴 생각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양편이 다 정당한 이유와 방법을 사용하도록 해야 하는 일이 어려운 일이었지만 할머니로선 머리를 쓰는 수밖에, 어쩔 수 없었다.

 

 

 

 

 

 

함께 놀 때 터프하게 구는 제프리를 견제시키고, 용기 있게 대처하도록 아리의 입장을 살짝 살려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표나게 편을 들거나 그런 건 아니고, 자연스럽게 둘 다 똑같은 아이의 입장에서 일방적이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아리가 막상 힘으로 지는 건 아니고 다만 기가 죽어서 겁을 먹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리에겐 제프리가 그럴 때마다 아리도 힘껏 주먹으로 받아치고 발길질도 하라고 일렀다. 그러나 아리가 할머니의 말대로 행동에 옮기는 것은 쉽게 되지 않았다. 언제나 ‘겁’은 어른들도 쉽게 뛰어넘기 어려운 법이다.

그런 상태에서 직접 놀이 현장에서 제프리의 거친 행동을 맞닥드렸을 때, 제지시키고 아리의 입장을 살려주었다. 표 나게 할 수도 없어서 은근히 말로하고 말았더니 아리 또한 신사답게 그냥 물러서 있는 것이다. 그럴때 옹이 있는 아이같으면 대듬직도 한데 아리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 제프리는 끊임없이 아리를 다구쳤다. 또 걸렸다. 그래서 다시 제프리를 견제하면서 아리의 저항몸짓을 내버려뒀다. 그렇게 서너 번 겪고 났더니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아침마다 데려다 주고는 바로 나오지 않고 며칠 간을 아리의 놀이 분위기가 잡힐 때까지 지켜보게 되었다.

 

 

 

 

 

그런 어느 날 아침, 아리가 또 밀치는 제프리에게 물러서지 않고 드디어 대항하며 달려들었다. 제프리가 평소와 달리 만만찮음을 느꼈다. 아리가 우세했다. 제프리가 물러섰다. 물론 할머니는 적당한 거리에서 보고만 있었지만 그것이 아리에겐 힘이 된 것이다. 그 다음부턴 아리가 자신감을 가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몇 번 반복이 되었다. 아리는 제프리만 보면 덮어누른다. 그 후부터는 오히려 제프리가 아리를 피한다. 이젠 제프리가 아리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제프리 아빠가 있는 앞에서도, 제프리의 뒤쪽에서도 달려가 덮치고 짓누르며 장난을 건다. 제프리가 피하고 달아난다.

어느 날 아침. 데이케어에 도착하자마자 아리가 제프리에게 놀자고 제안했다.

“하이, 제프리. 플레이 위드 미?”

그러자 제프리가 어제 니가 나를 밀었기 때문에 안 놀겠다고 했다. 아리가 머쓱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리오와 어울리게 된 것이다. 리오는 형 노릇 비슷하게 하는 것 같다. 성격과 나이 탓일 것이다. 어울리면서도 리오를 덮치고 올라타고 하는 쪽은 아리다. 그러면서 친하게 되었다. 그러더니 아리는 리오의 말이라면 다 믿는 것이다.

그런 것이 자라는 모습이려니. 지켜보는 할머니는 흐뭇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