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93-스즈키 음악학원과 알렉산더와 플레잉데이트.

천마리학 2011. 4. 10. 22:47

 

 

 

*2011년 3월 5일(토)-스즈키 음악학원과 알렉산더와 플레잉데이트.

 

 

 

 

오늘은 매우 바쁜 날이다. 밤사이 내린 비가 온종일 이어졌다.

스즈키 음악학원에 현장교육을 보기위한 첫방문, 그리고 알렉산더네 집에 가기. 모두가 블루어 선상에 있어서 그참에 코리아 타운의 식품점에도 가고, 엄마와 할머니도 오랜만에 미장원에 가기로 했다. 그래서 코리아 킨더가든에는 가는 일은 접었다.

 

늦은 아침으로 할머니가 좋아하는 프렌치 토스트를 엄마가 준비했다. 엄마아빠가 아침식사 당번이 되는 주말이니까^*^

 

12시 15분의 스즈끼음악학원의 예약시간을 맞춰 아빠차로 온가족의 외출이 시작되었다. 실습은 7살짜리의 첼로교실이었다. 4살 때부터 시작했고, 며칠 전에 학원범위의 발표회를 가졌다고 했다.

아리에게 음악을 전공하는 연주자가 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리에게 내재되어있는 음감을 발견해주자는 의도이다. 시작된 지 10분이나 지났을까? 아리의 자세가 흐트러졌다. 지루하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대답했다. 허리를 펴고 똑바로 앉는 것이 벌써 지겨운 모양이다. 20분이 채 안되어서 교실을 나왔다.

 

 

 

 

 

스즈키 음악학원입니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안에서 들려오는 악기소리에 박자를 맞춰봅니다.

오늘은 첼로연주를 구경하고 왔답니다.

 

 

 

 

 

 

그동안 도리를 태우고 주변을 돌던 아빠가 시간 맞춰서 왔다. 가볍게 재미있었느냐, 악기 이름이 뭐냐, 정도의 질문만 하게 했다. 그런데 아리는 악기의 이름조차도 몰랐다. 엄마가 첼로라고 알려줬는데도 몇 마디 대화를 건너서 다시 물어보니 역시 몰랐다. 관심은 온통 알렉산더네 집에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평소의 태도를 미루어보면 산만한 아리가 긴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것도 이유다. 그 또래의 아이들이 다 그렇겠지만, 혹은 아리가 심할 수도 있다.

 

 

누가 뭐라던, 아무리 좋은 교육이 있다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4살짜리 아이인 아리에게 맞춰야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앞으로 아리의 입에서 음악이나 연주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전엔 아무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도록 했다. 연주하고 싶어 한다거나 음악이야기를 물어오기 전엔 대개 부모의 강요나 욕심이기 때문이다.

 

 

 

 

 

 

스즈키 음악학원이라구요?

그게 뭔데요?

 

 

 

 

 

 

코리아 타운으로 가는 동안에도 아리는 계속 알렉산더네 집에 가자고 했다. 약속시간이 2시 30분이니까 그 안에 점심을 먹고 가자고 설득했지만 순순하진 않았다. 많은 비는 아니지만 계속 내리고 있었다. 할머니의 후배시인의 가게도 닫혀있어서 그냥 지나쳤다. 만날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만 했다.

식사도중에도 아리는 잘 안 먹고, 도리는 자꾸만 보챈다. 엄마아빠가 번갈아 안고 달래느라고 식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아리마저 안 먹겠다고 해서 애를 먹는다. 아빠는 갈비, 엄마는 쇠고기돌솥비빔밥, 할머니는 닭고기 돌솥비빔밥, 그런데 갑자기 할머니는 맵게 먹고 싶어져서 평소엔 먹지 않던 고추장소스를 듬뿍, 집에서 먹는 것보다 훨씬 짜고 매웠다. 아무래도 할머니 속에 스트레스가 있구나하고 생각했다. 할머니가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엄마로부터 도리를 받아 안았다.

도리는 쉽게 그치지 않아서 결국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밖으로 나왔다. 비를 맞지 않게 문 가까이 서서 거리구경을 시키며 달랬다. 그제야 그쳤다. 식당에 들락거리는 사람들과 오가는 사람들이 도리를 보며 귀엽다고 하고 웃으며 지나치기도 한다.

 

 

 

 

 

2시10문경. 식당 앞에서 아리와 아빠, 그리고 할머니와 엄마, 도리가 헤어졌다. 아빠와 아리는 차로 알렉산더네 집으로 가고, 엄마 할머니 도리는 미장원으로. 할머니도 오랜만에 펌을 했고, 짧게 자르기만 하려던 엄마도 마음이 변하여 세팅펌을 했다. 미장원에서도 도리는 쥐꼬리만큼 자다가 깨어나서는 줄곧 울며 보챘다. 할머니와 엄마가 교대로 봐야했다. 쉽게 그치지 않았다. 미장원의 약 냄새 나는 실내공기와 가운들을 닿지 않게 하려니 더욱 힘들었다. 엄마의 고생이 많다.

5시경에 끝난다고 엄마가 아빠에게 전화를 했더니 아빠는 아리와 알렉산더가 정말 얼마나 잘 노는지 멈추게 할 일이 걱정이라고 하더란다.

시간 맞춰서 아빠와 아리가 미장원으로 왔다.

 

 

 

 

 

아하, 음악학원이라구요?

음악이요?

저도 음악을 좋아한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할머니가 작사작곡한 노래, <도리야>를!

 

 

 

 

 

 

도리는 그때도 여전히 할머니나 엄마의 손을 떠나면 울어대었다. 아빠가 왔을 때도 마찬가지. 아빠차지가 되었다. 엄마의 머리를 마무리 하는 동안에 도리가 응까를 해서 아빠는 도리의 기저귀를 갈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할머니가 준비한 비빔밥으로 저녁을 먹고 나서 영화 ‘마다가스카(Madagascar)’를 보는데 또 한바탕 웃음소동이 났다. 아리가 ‘메더거스커’라고 할머니의 발음을 자꾸만 틀렸다고 고쳐주기 때문이었다.

“메더가스타?”

“노우, 개스커”

아리가 앞부분의 ‘마다’ 발음이 약해서 뒤만 들린다.

“개스카?”

“노우, 개스커!”

“카”

아빠가 끝 발음이 ‘카’라고 고쳐줘도 아리는 기어이 자기 식 발음으로 우긴다.

그렇게 우기고, 반복하다보니 나중엔 할머니의 혀가 얽히기 시작해서 온 식구들이 웃음바다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매다가스, 마다가스, 마다개서카, 마 다 개 ····”

영화를 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할머니는 졸음이 와서 일찍 올라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