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67-2월 1일:‘블루 스트릿 카’ 그리고 도나와 웬선생님의 차이

천마리학 2011. 2. 28. 05:10

 

 

 

*2011년 2월 1일(화)-‘블루 스트릿 카’ 그리고 도나와 웬선생님의 차이

 

 

건널목에서 신호대기를 하고 있는데, 아리가 소리쳤다.

“블루!”

“…?…”

“할머니, 할머니, 블루! 블루 스트릿 카!”

아리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기쁨에 들뜬 소리를 친다.

퀸즈키(Queens Quey) 쪽에서 커브를 틀고 있는 스트리카의 모습이 보인다. 정말 보기 드문 블루 스트릿 카였다.

“오, 정말. 블루 스트릿 카구나.”

아리가 의기양양, 눈웃음까지 치며 신나 한다.

아리는 색깔 중에서 블루를 좋아한다.

“마이 페이브릿 칼라, 블루, 블루…”

발을 동동 구른다.

“정말 아리 좋아하는 파란 스트릿 카구나. 우리 저걸 타려면 빨리 건너가야 해.”

 

 

 

집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앞.

 

 

 

넓은 길을 건너서, 퀸즈키 방향의 스트릿 카 레일을 지나서 스파다이너 행 정류장으로 뛰다시피 갔다.

온통 블루로 칠해진 스트릿 카와 거의 동시에 정류장에 도착했다. 맨 앞에서 빨간 장갑 낀 작은 손에 어린이용 빨간 티켓을 쥐고 뒤뚱뒤뚱 승차를 한다. 겨울옷으로 완전무장한 차림이라서 뒤뚱거릴 수밖에 없다.

“헤이!”

아리가 드라이버에게 ‘하이!’ 대신 ‘헤이!’라고 말하며, 사뭇 들뜬 기분으로 네 개의 승차계단을 올라서서 티켓을 티켓박스에 넣기까지 드라이버도 웃으며 트랜스퍼 티켓을 떼어줄 준비를 하고 지켜본다.

“굿 모닝!”

아리를 향해서 인사까지 한다. 내 뒤에 선 승객들도 기다리며 내 뒤를 따라준다.

 

 

 

정류장으로 가는 길, 소비즈 앞을 지나서...

 

 

 

어린 아리가 티켓을 내며 차에 오를 때마다 드라이버들은 항상 귀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곤 한다.

아침저녁으로 승차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곳 케나다 사람들은 어린이가 있으면, 혹은 아기수레를 끄는 어머니가 있으면 두말할 것 없이 도와주고 기다려준다. 아리가 승차를 할 때마다 사람들이 언제나 내 뒤에서 천천히 기다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드라이버도 느긋하게 지켜보며 웃음을 보내곤 한다. 그때마다 버릇처럼 한국의 승차장을 생각하곤 한다. 각박하고 양보 없는 광경… 전철이건 시내버스건 한국에서의 내 경험은 유감스럽지만 그렇다.

 

 

횡단보도 앞, 이제 막 신호가 바뀌었습니다.

 

 

 

 

“Blue is his favorite color.”

블루 스트릿 카를 탄 것은 처음이다. 타고 가는 내내 아리는 온통 블루에 관한 이야기 뿐이다. 거리의 간판, 지나가는 자동차들에 이르기까지 블루를 골라내고, 스트릿 카가 정류장에 설 때마다 사이드 밀러로 보이는 파란색 몸통을 보며 ‘블루, 블루’하고 외치곤 했다.

아리는 확실하게 파란색을 좋아한다.

장난감이든 물건이든, 모든 것에서 블루가 발견되면 ‘오, 블루!’하기도 하고, 물건을 고를 때도 언제나 블루를 선택한다.

 

 

 

스트릿 카 정류장에서도 스트릿 카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아리는 흥겹습니다.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춥니다.

사람들이 쿡쿡 웃음을 터트리지만 아리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우리 아리는 레퍼기질이 농후하답니다.

할머니 생각!^*^

 

 

 

 

 

그건 그렇고,

오늘 또 한 가지 발견을 했어. 바로 도나 선생님(케네디언)과 웬 선생님(중국인)의 차이야.

요사이 할머니가 아리에게 말을 크게 하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 만나는 사람들에게 먼저 인사하고, 인사할 때도 큰 목소리로 ‘하이~’하고 데이케어 선생님들에게도 큰 목소리로 하라고. 그래야 사람들이 알아듣고 반가워한다고.

또 사람들의 질문에도 크게 대답하라고.

그래서 데이케어에 아침에 갔을 때나 저녁때 돌아올 때 선생님들에게나 친구들에게 ‘하이~,’ 혹은 ‘바이바이~’를 크게 하라고.

아리가 데이케어에 흥미를 잃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지만, 무엇보다도 아리의 성격이나 행동에 더욱, 늘 관심을 갖기 때문이지.

그런데 바로 어제 할머니가 아리를 픽업하러 갔을 때였어.

“바이, 도나.”

아리가 하는 거야. 갱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다가 건너편에서 도나가 뭐라고인가 하는 말을 아리가 들었던 거야. 아마도 ‘아리, 바이·’ 했겠지. 너무 성의없이 느껴졌지.

할머니가 아리의 목소리가 작아서 그런가봐 하고  ‘다시 크게 해봐.’했더니 아리가 조금 더 크게 ‘바이, 도나’했지. 아무 반응이 없었어.

 

 

 

 

세인트 죠지 서브웨이 역의 엘리베이터 안.

레벨 2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물론 우린 갱의실에 있었고 도나는 칸막이의 너머에 있었으니까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

그러다가 옷을 다 갈아입고 데이케어를 나서면서 할머니가 문 앞에서 ‘바이 도나!’하고 크게 말하라고 했었지. 마침 혼자 있던 도나 선생님이 벽에 무엇인가를 붙이고 있었지.

그런데 그때였어.

“아리. 지금 나는 일을 하고 있고, 조금 전에 네가 말 했을 때 이미 대답했어. 이번이 세 번째야.”

하고 도나 선생님의 개성인 쌀쌀해 뵈는 태도로 정색을 하며 바라보는 거야. 아리도 물론 주춤했지만 할머니도 주춤했지. 할머니는 영어가 짧으니까 그 뜻을 대충 짐작하기도 하지만, 대꾸를 할 수가 없었어. 할머니도 평소에 선생님들과 간단한 인사 나누는 정도일 뿐, 대화가 없는 편이지만, 대개의 학부모들이 다 그렇고, 갈수록 할머니가 더욱, 특히 도나 선생님에겐 별로 말을 안 하게 됐지. 그런 건 아니지만 갈수록 그렇게 됐지.

도나 선생님의 그런 태도가 별로 곱게 보이지 않았어. 가르치는 방법이 맞지 않구나 하고 생각했지. 비록 이 일만이 아니라 다른 때도 보면 놀이를 마치고 돌아갈 때 타이디 업! 을 강조하며 웃음기 없이 명령조로 다구치 듯, 눈초리도 예리하게 하는 것을 여러 번 봤지. 꼭 아리에게만이 아니지. 과연 아이들이 좋아할까? 훈육도 좋지만 아이들의 기분과 이해력도 생각해야지. 꼭 <B사감과 러브레터>의 B사감 같은 형.

 

 

 

 

서브웨이역과 통해있는 오이지 빌딩으로 나가는 문.

아리가 할머니가 나갈수 있도록 문을 밀고 버텨주고 있습니다.

문의 탄력성이 강해서 어른들도 힘을 주어야 열린답니다.

요즘, 아직도 아리에게 버겁지만 아리는 할머니를 위해서(?).

힘자랑을 하느라고, 겨우 밀고 당길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오늘은 돌아올 때 웬선생님이 있었어. 또 큰 목소리로 말하라고 시켰지.

“바이, 웬”

웬 선생님이 웃으며 응답했어.

그리고 조금 지난 뒤, 문 앞에서 다시

“바이, 웬”

그때도 웬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다가 손을 흔들며

“바이 아리. 씨유 투머로.”

하고 응답해줬어.

아리가 주춤하며 뜨악해져서, 할머니의 눈치까지 살펴가며 나왔던 어제와는 달리. 가볍게 문을 열고 나올 수 있었지.

바로 그런 차이야.

 

 

 

 

오이지 건물안의 카페로 들어가는 문입니다. 역시 묵직합니다.

이문을 통과하면 향기로운 커피냄새가 진동하죠.

카페 앞을 지나서 데이케어로 들어가거든요.

아리가 있는 힘을 다해서 문을 버텨주고 있습니다.

오, 믿음직한 할머니 손자 아리!

 

 

 

 

 

도나 선생님의 방식과 웬 선생님의 방식.

물론 웬 선생님도 실내의 분위기를 중국식으로 이끌고 있는 거나. 중국 학부모들에겐 중국말로 반기면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을 알고 느끼니까 그 점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의 인사에 대한 반응에 있어서는 그래도 웬 선생님의 방법이 낫다고 생각해.

아이의 교육이 얼마나 어려운가, 외국에서의 아이교육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늘 생각하지. 캐네디언이나 여러 다른 나라들 아리들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데다, 게다가 요즘은 한국보다 큰 나라 중국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할머니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기정사실이지만, 할머니는 늘 그런 것이 걱정이란다.

편견과 편애까지 염려가 되기 때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