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66-<아바타> 감상, 도리의 햇볕목욕

천마리학 2011. 2. 28. 04:38

 

 

 

*2011년 1월 30일(일)-영화 <아바타> 감상, 도리의 햇볕목욕

 

 

일요일.

일요일이 할머닌 더 힘 든다. 줄곧 아리와 함께 있어야 하니까.

어젠 아빠랑 함께 코리아 킨더 가든에 갔는데 아리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해서 아빠가 끝나고 난 후에 동물원에 간다는 제안을 하고서야 아리가 교실로 들어갔다고 하면서 킨더 가든이 끝난 후에 하이파크의 동물원에 다녀오느라고 평소보다 늦게 왔었다.

코리아 킨더 가든에서 아리가 가장 어린 아기에 속해서 어려운 한국말이 잘 이해되지 않으니까 흥미를 잃어가는 듯하다.

아리야, 힘들지?

하지만 한국말을 꼭 잘 할 수 있어야 해. 넌 한국 사람이니까. 알았지?

집에서도 한국말 담당인 할머니가 모든 대화를 한국말로 할 뿐만 아니라 한국어로 된 책으로 읽기도 하지만 역시 어려워한다. 할머니가 아리의 심정을 가장 잘 안다.

 

 

 

그린 몬스터 읽기. 블루 룸에서.

 

 

 

오늘은 출산 후 계속 집에만 있는 엄마를 위해 아빠가 실내걷기만 할 수 있는 쇼핑센터 외출을 제안했지만 이것저것 집안일과 도리를 돌보는 일에 바쁘고 피곤하고, 또 날씨마저 영하 15도, 체감온도는 더 낮은 날씨라서 그냥 집에 있기로 했다.

아빠가 청소를 하는 동안 할머니는 아리를 데리고 3층으로 갔다. 각각 책 한 권씩을 들고.

아리는 <Go away big green monster>, 할머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3권.

메니저 방을 지나 파티나 모임이나 당구 등의 놀이를 할 수 있는 방들이 모두 비어있었다. 작은 파티 룸으로 들어갔다. 아리가 스위치를 올리자 천정의 불빛이 옅은 파란빛이어서 ‘블루 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아리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블루여서 몹시 좋아했다.

 

 

 

할머니, 몬스터 코가 사라졌어요.

그래서 피니쉬!

 

 

 

 

아리는 진득하게 앉아서 책을 읽는 시간이 길지 못하다. 채 10분도 못 견딘다. 그저 움직이고, 뛰고, 설쳐야 한다. 그런 아리와 마주 않아서 차분히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할머니는 어렵다.

생각하면서 읽어보도록 요령을 가르치고, 권유하지만 금새 듣지 않고 지루해 한다.

“피니쉬!” 하고 책을 덮곤 하는 아리.

“아리야, 한 장씩 천천히 넘기면서 읽어봐. 큰소리로. 그리고 생각하면서, 아하, 빅 그린 몬스터의 눈이 노랗구나 하고 상상해보면서…”

소용이 없다.

“오케이”

대답은 그렇게 하고도 책장을 술렁술렁 넘기고 이내 ‘피니쉬!’하고 마지막 장을 덮는다.

할머니가 질문을 하면서 유도한다.

“그린몬스터의 눈이 무슨 색깔이지?”

해도 관심을 안가지면 할 수 없이

“What color is green monster's eyes?"

하고 말한다.

“옐로우.”

“한국말로?”

“노올랑.”

“그렇지 노랑이지?”

“노~랑.”

“그럼 그린몬스터의 머리카락이 무슨 색이지?”

책을 펼쳐보며

“보라.”

하고 대답한다.

그런 식으로 조금씩 시간을 늘여간다.

오후엔 영화 <아바타>를 두 번째 보는데 아리는 처음 볼 때보다 훨씬 이해를 잘 해서인지 장면에 따라 놀라기도 하고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긴장하기도 하고, 때로는 야아! 하고 소리치며 좋아하기도 한다.

 

 

 

도리, 아바타 안보고 뭘 보는 거야?

오빠랑 할머니처럼 집중해봐.

 

 

 

도리는 할머니를 알아보고는 꼭 크게 웃는다. 그리고 제법 옹알이가 길다. 웃음도 빅 스마일이다.

잠이 올 무렵이면 짜증을 내며 운다. 잠들기가 어려운 편이라서 ‘할머니 닮았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

“도리야, 다른 건 다 좋은데 잠 못 자는 것만은 할머니 닮지 마라. ^*^”

할머니가 다리 마사지를 해주면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다.

두 다리를 허벅지부터 조심조심, 쭉 펴게 해서 꼭꼭 쥐어주고, 무릎 쪽으로 내려와서 다시 한 번 펴주면서 꼭꼭 쥐어주고, 발로 내려와서 꼭꼭 쥐어준다.

발바닥을 시험 삼아 살짝살짝 눌러주면 간지러움을 느끼는지 움칠하기도 한다.

그렇게 안고 놀아주다가 배고픈 듯 하여 짜놓은 엄마젖을 먹였더니 단숨에 100cc를 먹는다. 먹고 나서도 옹알이는 계속되었다. 잠이 들려는 것 같아서 이층으로 올라가 요람에 뉘었더니 눈이 오히려 초롱초롱해졌다. 마침 창가에 햇볕이 좋아서 창가 쪽에 햇볕을 등 대고 뉘어놓고 햇볕 목욕을 시켰다. 내내 방싯방싯 웃으며 옹알이를 한다. 옹알이를 하면서 팔 다리를 더 많이 흔들 때는 마치, 할머니하고 놀고 싶어요. 일으켜 세워 주세요 하는 것과 같다. 고개짓도 해가면서 하는 옹알이 폼이 마치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다.

 

 

도리야, 할머니 이쁘지?

녜, 하지만 내가 더 이쁜데...

 

 

 

“도리야, 할머니 이쁘지?

“옹알옹알” 뒤에서 엄마가 웃는다.

“도리야, 할머니 노래 좋아한다고?”

“옹알옹알”

“도리야, 할머니 사랑한다고? 할머니도 도리를 사랑하지.”

“옹알옹알”

“도리야, 아리 오빠가 지금 열심히 기차놀이를 하고 있거든. 너도 같이 놀고 싶지?”

그러면 곁에서 놀고 있던 아리가 와서 도리의 볼에 뽀뽀를 한다.

“도리야, 오빠가 왔네, 오빠, 뽀뽀, 오빠, 나도 빨리 커서 오빠랑 같이 놀고 싶어.”

“옹알옹알” 아리를 쳐다본다.

“오빠, 빨리 커서 오빠랑 손잡고 다니고 싶어.”

아리가 도리의 작은 손을 쥐어보고는 다시 놀이에 빠진다.

할머니는 그렇게 끊임없이 도리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