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59-데이케어 결석, 도리의 앙칼진 짜증.

천마리학 2011. 2. 16. 20:15

 

 

 

 

*2011년 1월 18일(화)-데이케어 결석, 도리의 앙칼진 짜증.

 

 

 

 

오늘은 아리를 데이케어에 보내지 않았다. 보내지 않은 것보다는 가기 싫어하기도 해서다.

간밤, 한밤중에 아리에게 열이 있었다. 걱정이 되어 계속 지켜보았는데, 새벽녘이 되면서부터 열이 내리고 아침나절에는 정상이 되었지만, 아침 7시가 조금 넘어서 눈을 뜬 아리가 아직도 피곤하다면서 더 자기를 원했다.

간밤의 일도 생각이 나고 또 요즘은 아리가 데이케어에 좀 시큰둥해 하는 기미도 엿보이던 차라서 이래저래 하루 쉬게 하는 게 낫겠다싶어 보내지 않기로 한 것이다.

한편으론 아리가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매우 즐기고 만족해한다. 그래서 언듯, 데이케어에 안 가고 할머니하고 놀겠다고 한다. 이크, 큰일이다 싶어 유도하느라고 잔꾀를 쓴다.

“데이케어에 안 가면 친구들하고도 못 놀고, 또 데이케어에 있는 장난감도 못가지고 놀잖아.” 했더니, 이게 웬말!

“우리 집에 있는 장난감이 많잖아. 그걸로 놀면 되지.”하는 것이다. 마치 혹 떼려다 혹 붙인 기분이다.

“킨더 가든에도 못가고 선생님들도 못 만나잖아. 그러니까 할머니하고는 데이케어 다녀온 후에 놀면 되지. 또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밖에 나가기도 하고. 그렇지?”

했더니,

“할머니, 아이 해브 언 아이디어.”하더니 눈을 반짝반짝.

“씩스 데이, 플레이 위즈 할머니, 앤 덴, 앤 덴, 세븐 데이 아이 고우 투 더 데이케어. 오케이?”

하고 되레 할머니를 설득하려든다.

그것으로 마치는 게 아니었다. 오늘이 할머니하고 논 하루이니까 내일이 이틀째라는 말까지 한다. 그래서 내일 데이케어에 안가겠다는 것이다.

 

 

 

 

 

 

 

오, 아리!

도리는 아침나절에 엄마가 깨끗하게 닦아주어서 말끔한 얼굴이다. 며칠 전에 도리의 얼굴에 돋았던 자잘한 땀띠 같은 것들도 사라졌다.

엄마가 내린 결론은 도리는 지방이 많아서 자주 닦아줘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젖 먹으면서도 자꾸만 칭얼대는 것은 잠은 오고 젖은 넘치게 분비가 되니까 제대로 다 먹을 수가 없어 짜증을 내는 것 같다고 한다.

그 외에도 우리가 도리에 대해서 짐작되는 몇 가지가 있다.

도리는 응까를 할 때 칭얼대는데, 그것은 응까 할 때 배가 아픈 모양이라고 추측한다. 할머니 왈, 이름 하여 똥배!

그런 도리가 요 이삼 일 전부터 또 다른 짓을 보인다.

엄마 젖을 먹다가 앙칼지게 운다.

처음엔 잠은 오고, 젖을 빨아야겠고… 그래서 부리는 짜증이겠거니 하고 짐작하고 단정했지만, 이건 조금 다르다. 젖을 잘 먹다가 갑자기 울어 제치는데 울음소리가 훨씬 앙칼지다.

할머니는 농담 삼아 “고 녀석 성깔 한번 맹랑하구나!” 하고 말하면서 번갈아 돌보지만, 엄마는 은근히 걱정이다.

지난 주 부터 엄마가 복용하기 시작한 한약 탓이 아닌가해서다.

 

 

 

 

 

 

한약 때문에 젖의 성분변화가 생겨 혹시 배가 아픈가하고.

그것에 대한 할머니 의견은 그건 아닌 것 같다. 만약 그렇다면 젖을 먹지 않을 때도 몸이 안 좋아서 울어야하는데, 그렇지 않고 젖을 먹다가 울어대니까.

아, 그러네요. 하고 엄마도 동의하면서 엄마와 할머니는 생각을 굴리다가, 혹시 젖의 맛이 달라졌을까? 하는데 의심이 일었다.

하지만 젖의 맛이 달라졌다면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안 먹으려고 한다거나 울어야 할 텐데, 기껏 먹다가 그러니…. 어떤 땐 한 쪽 젖을 다 먹고 다른 쪽 젖을 먹다가 울기도 하니까. 어쩌면 아기들의 행태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 민감한 것인지도 모르니까 며칠 더 두고 살펴보자 하는 걸로 결론을 냈다.

“요녀석, 성깔이 칼칼해서 그런지도 모르잖아? 제 주장이 분명한 녀석이니까…”

하면서 엄마를 좀 쉬게 하려고 할머니가 감싸 안고 실내를 돌아다니며, 노래를 지어 부르며 재운다.

“도리 도리 도리야, 우리 도리야, 도리 도리 짝짝꿍, 우리 도리 짝짜꿍…”

할머니 품에 꼬옥 안겨서 잠이 들락날락 하면서,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잠이 솔찬이 들었다 싶은데도 어느 사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깨어나 살피기도 하고, 또 이마에 주름을 잡아가며 억지로 눈을 뜨기도 하며 인상을 쓴다.

그러다가 다시 어렵게 잠이 들면 잠 속에서 요정이라도 만나는지 환하게 웃으며 배냇짓을 하기도 한다.

도리가 기분 좋게 노는 시간엔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이며 주변을 살피고 가시거리에 초점이 맞춰지면 찬찬히 바라본다. 피사체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을 움직이기도 하고 빛을 따라 시선을 움직이기도 한다. 손발의 움직임이 많이 세어졌다.

아리도 잠시 잠시 도리를 얼러주기도 한다.

그러다가 도리가 방긋 웃으면 아리는 도리가 자신을 사랑한다면서 아주 좋아한다.

 

 

 

 

 

 

 

아리는 할머니가 도리를 어르면서 무심하게 “아유 우리 도리 눈이 크구나!” 하는 말에 대해서 민감하다. 무심하게 하는 그 말에 어느 새 아리는 할머니 곁에서 제 눈을 크게 뜨고 할머니에게 보이곤 한다.

“할머니, 하오 어바웃 미!”

“오, 오빠 눈이 더 크구나!”

그러면 아리가 만족해한다.

어쩌다 도리가 가까이 피사체가 다가서면 놀란 눈으로 휘둥그레지기도 하고, 두리번 거리다가 눈을 동그랗게 뜨기도 하고, 빛에 찔려서도 그러는데, 그때마다 무심코 아유, 우리 아리 눈이 크구나! 했는데 그것이 아리에겐 경쟁심을 유발시킨다는 것을 알았다.

 

 

 

 

 

 

오늘아침에도 할머니가 아리와 도리를 어르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아유, 우리 도리가 눈을 크게 떴구나.”

그랬더니 아리가 또 눈을 크게 뜨고는 포즈를 잡는다. 그래서 할머니가 찍은 카메라로 확인까지 시켜주었다.

도리를 어르면서 "아유, 쪽쪽 빠는 요 입 좀 봐라" 하다보면 어느 새 아리가 할머니의 겨드랑이 밑에서 맴돈다. 그때마다 “도리야, 오빠도 어렸을 때 너처럼 그랬단다.” 하기도 하고, 아리가 저만치에서 혼자 놀고 있을 때에도 도리를 어르거나 재우면서 하는 말을 꼭 아리를 빗대어서 한 번씩 더 해주곤 한다. 아리가 듣거나 말거나.

“도리야, 우리 도리가 참 예쁘구나. 그런데 도리야, 오빠가 너만 했을 때, 정말 예뻤단다. 아리 오빠가 얼마나 방끗 방끗 잘 웃었는지 몰라. 또 아리 오빠는 응까도 잘 했고, 방구도 뿡뿡 잘 뀌었지…”하면 안 듣는 척 저만치서 놀던 아리가 배시시 웃으며 만족해하기도 하고, 그 말을 미끼로 해서 “할머니 할머니, 아리 방구 뿌웅!” 하며 장난을 걸어오기도 한다.

또 가끔씩 아기짓을 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