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48-Ari는 아빠와 외출, Dori는 잠꾸러기

천마리학 2011. 2. 9. 20:50

 

 

 

 

*2010년 12월 31일(금)-Ari는 아빠와 외출, Dori는 잠꾸러기

 

 

오늘은 마지막 날.

계획했던 일을 마무리 못한 채여서 마음이 무거워.

수정 중인 <등대섬> 원고를 새벽 두시가 넘도록 작업하고 있었지만 그 뿐, 다 끝내지 못했거든.

그 무렵에 아리가 깨어나서 할머니를 불러대니까 아리 방으로 내려갈 수밖에.

아리가 집에 있으면 할머니는 정말 꼼짝 못한다. 단 1분도 쉴 틈이 없어. 할머니가 할 일을 전혀 하지 못하니 속으로는 애가 타지만 어쩌겠니?

 

늘 할머니는 불면 때문에 애를 먹는데 사실은 아리가 가장 큰 이유이지. 아리가 자정 무렵이나 서너 시 무렵이면 꼭 깨어서 할머니를 찾으니까 할머니가 겨우 든 잠을 설칠 수밖에. 한번 깨어나면 다시는 잠이 들지 못 해서 늘 쩔쩔 매지. 오전에만 커피를 두 잔씩 마시며 겨우겨우 견디고 힘들어서 다른 일은 전혀 할 수가 없고. 그런 와중에도 아리는 함께 놀자고 떼를 쓰니 어떤 땐 그야말로 죽을 지경이란다.

그래도 그렇게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단다. 더 늙고 힘들어지면 그것도 못할 테니까. 다만 할머니의 일을 못 한다는 게 가장 안타까워. 할머니의 일이란 게 뭐겠니. 글 쓰는 것과 책 읽는 거지.

 

그래도 오늘은 모처럼 오전 9시경까지 잘 수가 있었어. 참 드문 일인데, 이른 아침 6시경에 든 잠이 9시경까지 깊게 잤나봐. 아리가 깨어나서 꾸물대는 바람에 일어났는데, 오랜만에 정신이 개운한 걸 느꼈거든.

아, 매일 이렇게 잠에서 깨어났을 때 개운한 기분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리는 오후에 아빠랑 함께 토론토 시청 앞 광장에 있는 스케이트장에 다녀왔어.

볼이 빨갛게 되고 기분이 아주 상기되어서 묻더구나. 아주 재미있었다면서.

“할머니, 할머니 스케이트 탈 줄 알아요?”

자기는 탈줄을 몰랐지만 스케이트도 신고, 재미있었다고.

그래서 다음에 할머니랑 또 가자고 약속했지.

 

 

도리는 왠일인지 어제 밤에는 유난히 잠을 자지 않아서 달래느라고 아빠가 애를 먹었단다. 자정 무렵에도 우는 소리가 나더니 세 시 경에 다시 깨어 잠을 들지 않고 계속 울어대니까 아빠가 안고 1층으로 내려온 것을 할머니는 아리 방에서 다 들었단다.

그때까지 할머니도 잠이 들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오늘 보니까 양쪽 뺨에 땀띠 같은 것이 두 세 개씩 볼긋볼긋 돋아났어. 간밤에 방이 더워서였을까?

요즘은 도리가 눈에 띄게 먹는 양이 늘어났고, 고개를 이기는 힘이나 다리 힘이 많이 강해진 것을 알 수 있지.

 

 

 

 

 

 

 

 

배고프지 않고 잠 안 잘 때는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펴보며 놀고,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움직이고, 물체가 움직이는 대로 따라서 시선을 돌리고 하지.

“도리야, 까꿍!”

하고 어르면 가끔씩 기분 좋은 표정으로 화답하듯 옹아리를 하기도 해.

아유, 귀여운 우리 도리!

 

스위스의 가족들은 스잔 할머니네 집에 모여 연말 송년파티를 하고, 아빠 친구들은 챨리 아저씨네 집에서 송년파티를 하고 있었어.

스카잎으로 서로서로 인사를 나누었지.

우리는 엄마가 가족 축하식탁을 준비했지.

 

할머니 컴퓨터로 아리가 좋아하는 미키마우스, 고우스트 등의 프로그램들을 한참 보다가 잘 시간이 되어서 내려갔는데, 언제나처럼 잠드는 건 아빠랑 한다고.

 

 

 

 

 

 

이제 한 해가 오늘 밤으로 마감이다.

새해가 되면 더 건강하고 더 많이 웃자꾸나. 우리 모두!

할머니도 오늘은 아리가 도리를 안고 있는 사진에 할머니가 쓴 시 <서설, -새해아침에 쓴 편지>를 붙여 써서 새해인사카드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보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