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45:2010년 12월 26일(일-수실아저씨, 영어노래 울면안돼.

천마리학 2011. 2. 3. 06:42

 

 

 

 

*2010년 12월 26일(일)-수실아저씨 점심 초대

 

 

아리야~ 할머니 좀 도와줘!

할머닌 여전히 잠 때문에 문제야.

간밤에도 새벽 1시경, 아리가 잠이 깨어 부르는 소리에 내려간 후 잠을 한숨도 못 잤지. 이런 날들의 연속이다 보니 잠에 유난히 민감한 할머닌 거의 초죽음이지.

커피에 와인에 … 그런데도 정신이 말짱해서 수면제까지. 그러다가 겨우 오후가 되면서부터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하는 거야. 으!

할머니의 신체 사이클은 분명 저녁형이야. 저녁형 중에서도 지독한 야행성, 올빼미형!^*^

오늘도 마찬가지. 오전엔 거의 초죽음으로 정신을 못 차리겠는데… 그러나 수실아저씨를 점심에 초대했으니 어떡 허니.

온몸의 관절이 다 아프고 욱신거려. 그뿐만이 아냐. 정신도 혼미해. 힘도 없어.

이를 악물다시피해 가며 샤워도 하고, 도리도 가끔 봐주고, 주로 아리와 놀긴 하지만 정말 힘들어. 하지만 안 그럴 수 없잖아. 할머니는 아리의 ‘베스트 프랜드’니까. 도리가 태어난 후로 아리가 외로움을 탈까봐서 더 신경을 쓰다 보니 어쩔 수 없구나.

할머닌 진짜로 우리 아리가 좋아. 알지 아리?

 

 

 

 

 

 

수실 아저씨는 베지테리언이라서 김과 두부와 김치를 이용한 메뉴를 선보이기로 했단다.

엄마가 셀러리와 올리브를 비롯해서 식탁계획을 벌써 다 짜놓고 할머니와 아빠는 돕고…, 그런데 엄마가 할머니가 힘들어하는 걸 알고 올라가 준비하라고 하더구나. 사실은 그냥 침대에 쓰러지고 싶었단다.

꾹 참고 샤워를 했지만, 눈은 여전히 충혈 돼 있어서 신경 쓰였지.

12시 30분이 조금 넘어서 수실아저씨가 오셨지.

또 다시 가져온 선물, 그리고 좋은 이야기들, 인도와 불교와 문명과 역사와 사람의 삶에 대한 끊임없는 이야기들.

그러면서도 김과 김치와 두부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어.

4시경에 돌아가셨지.

그 사이 아리는 수실아저씨의 빵떡모자와 장갑을 끼고 스쿠터를 타고 식탁주위를 돌면서 관심 보여주기를 바라며 끊임없이 소리쳤지. 할머니가 사이사이 상대해서 놀아주니까 너무 좋아하면서 그때마다 웃어대며 내는 깔깔깔 소리가 너무 좋았어.

 

 

 

 

 

새벽녘에 또 두 번이나 잠자다 깨어나서 부르는 소리에 할머니가 내려갔지. 3시경과 6시경. 결국 6시경부턴 할머니도 아리 곁에 함께 누웠지.

발에 묶었던 붕대도 풀려서 다시 묵기를 두 번, 결국은 아픈 왼쪽만 양말을 신겼지.

상처가 정말 거의 다 나았어. 잠결에는 아리가 걸을 때도 절뚝거리지 않아.

봐, 아리가 ‘착한쟁이’니까 빨리 낫잖아.

할머니가 산타클로즈 할아버지에게 말했댔잖아.

아리가 많이 울지 않았다고, 또 아리가 실수로 할머니 눈을 아프게 해놓고도 할머니 미안! 했다고…

그랬더니 산타클로즈가 앞으로도 용감한지, 떼를 안 쓰는지, 착한쟁이인지 말해주면 아리의 다섯 살 되는 생일과 다음 크리스마스에도 선물을 가져오겠다고 했지.

 

 

 

 

 

 

 

어젯밤에 아리가 할머니에게 크리스마스 송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을 한국말로 해달라더구나. 그래서 오늘 새벽부터 컴퓨터 앞에 앉아서 찾았지.

정확한 제목을 모르고 다만 아리가 아빠와 함께 부를 때 두 어 소절을 들은 것 뿐이어서 찾는데 시간이 걸렸지.

‘유 베럴 유 베럴…’하기에 제목이 ‘you`d better…’ 일 줄 알았지. 그런데 아니었어.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인 것을 알아내었지.^*^

한국어로 된 것과 영어로 된 것 중에서 가사가 있고 그림이 좋은 것으로 골라서 즐겨찾기에 붙여놓고, 내려가서 아침잠에서 일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아리에게 인심 썼지. 사실은 짜증내지 않고 일어나게 하려고 유혹한 거지.

아리야, 이렇게 착한 할머니 봤니?^*^

“할머니가 아리에게 들려 줄 좋은 소식이 있지. 뭘까요?”

“말!”

망서림도 없이 말이라고 대답하는 아리. 역시 아리는 말 메니아이다.

퀴즈 문제 풀듯이 몇 번의 질문을 거치는 동안 잠이 완전히 깨어난 아리, 지금 당장 할머니 방으로 올라가서 듣자고 한다.

당근이지.

다섯 번 듣기로 약속하고 유투브를 들었지.

 

 

 

도리가 태어나는 날, 뉴욕에서 열렸던 날 있었던 경희재외동포문학상 시상식,

할머니는 도리를 맞이하느라고 참석하지 못했죠.

도리가 태어난 기념으로 할머니가 행운목 두 그루를 샀답니다.

각각 '아리'와 '도리'의 이름을 써서 붙여주셨죠.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클로즈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요.

산타할아버지는 알고 계신대, 누가 착한 아인지 나쁜 아인지 오늘밤에 다녀가신대.

잠 잘 때나 일어날 때 짜증 날 때 장난할 때 산타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알고 계신대.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클로즈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요.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you better watch out, you better not cry, better not pout.

I`m telling you why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He`s making a list and checking it twice

gonna find out who is naughty and nice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He sees you when you`re sleeping, he knows when you`re awake

He knows if you`ve been bad or good so be good for goodness sake

you better watch out, you better not cry, better not pout

I`m telling you why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pout;뾰루퉁하다.

*naughty;버릇없는, 외설적인, 무가치한,

*goodness;선량한./goodness sake;아무쪼록(강조)

 

 

 

아리가 할머니와 함께 놀아달라고 해서 하루 종일 할머니는 몸살이 날 지경인데, 도리는 거의 두 시간마다 깨어서 으앙으앙 울어댄다.

울음소리가 얼마나 카랑카랑한지 아리와는 다르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할머니가 틈나는 대로 서로서로 안고 재우고…

겨우겨우 재워놓으면 아리가 장난감 트럭을 밀고 다니면서 노느라고 소리를 질러대어서 가끔은 깨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엄마아빠에게 제지를 당하기도 하지만 아리가 어디 순순히 끝내주어야지.

 

 

 

도리를 돌보는 아빠와 아리.

그런데 아빤 지금 새끼손가락을 도리 입에 넣어 빨리고 있는 겁니다.

아빠 왈! 도리가 좋아한다나요?

 

 

 

 

도리는 어쩌다 배부른 상태로 깨어있으면 어르는 할머니의 소리를 알아듣고 모습도 20cm 정도로 가까이 대면 알아보는 것이 확실하게 느껴진다.

천천히 옮겨보는 할머니의 얼굴을 따라 시선이 옮겨지고, 아리의 괴성에 깨어나기도 하니까.

쌍까풀이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는데, 잠이 올 때는 속 쌍꺼풀이 생겨난다. 그리고 눈이 크다. 큰 눈으로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살펴보며 온갖 입모습을 한다. 그 입모습이 때로는 웃는 모습이기도 해서 엄마아빠는 물론 할머니까지 신기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