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47-안동방아꽁이! 화살표 공부!

천마리학 2011. 2. 7. 07:58

 

 

 

*2010년 12월 30일(목)-안동방아꽁이! 화살표 공부!

 

오늘은 아리의 금년의 데이케어 마지막 날.

키즈앤컴파니.

아빠가 데려다 주니까 할머니가 좀 편하구나.

 

스위스에 사시는 크리스틴 고모가 아리의 선물로 보내오신 말이 오늘에야 도착했다. 아리가 가장 좋아하는 말, 지난 여름 할머니가 한국에 갔을 때 샀던 말, 짐을 다 꾸려놓았는데 짐 속에서 우는 말소리에 짐을 온통 다시 풀어 제쳐 손을 봤지만 어디가 고장인지 고쳐지질 않아서 판매회사에 연락하여 반품했던 말. 이런저런 경로를 거쳐 제대로 처리가 되지 않아 결국은 캐나다에서 돌아온 후 며칠 전에야 반품처리 된 말, 혜영선생님 댁에 갔다가 나리가 가지고 있는 비슷한 말을 타보기도 했지만 할머니의 생각보다는 썩 좋아하지 않았던 말.

그런데, 그런데 말야. 크리스티 고모가 비슷하긴 하지만 약간 다른 방법으로 만들어진 스위스 말을 보내온 거야.

두 다리를 꿰어 입는 것이라서 더 안전하구나. 정말 잘 됐다. 아리!

 

아리는 신났지.

말 이름을 ‘알렉산더’로 짓고, 꿰어 입고 할머니랑 한바탕 난리를 쳤지. 휴!

 

오늘은 아무래도 이 말을 꼭 하고 넘어가야겠다 아리야.

안동방아꽁이!

무슨 말일까?

 

 

 

 

 

옛 어른들 말씀에 손자를 돌봐주는 일, 특히 외손자를 돌보는 일은 말짱 도로묵, 보람 없는 헛일이라고들 하지. 정말 보람 없는 일이야 아니겠지만, 크고 나면 고마운 줄 모르고 사라져버려 헛일이라는 의미지.

지방마다 표현은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다들 그렇게 말들 하지.

바로 그런 의미를 할머니의 고향 안동지방에서는 ‘외손자를 돌보느니 안동방아꽁이를 돌보지’하고 한단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아리가 정말 그래.

할머니가 애써 힘들여가며 놀아주고 돌봐주다가도 아빠만 나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으로 아리는 할머니를 팽개쳐버리고 아빠에게 딱 붙어버리잖아.

할머니가 하는 말에도 대답도 안하고, 본 척도 들은 척도 안하는 품이 꼭 완전 무시하는 태도야.

곁에 있는데도 아예 없는 존재로 치지.

그러다가도 자기가 필요한 일이 있으면 또 할머니를 찾지.

정말 깍쟁이야!

 

아리가 어려서 무엇을 알까만, 그리고 피의 끌림을 어떻게 막을까? 그리고 그 때문에 할머니가 아리를 돌보지 않거나 미워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심하게 가르치지 않아도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을 보면서 어른들의 말 하나도 그른 것 없고, 천륜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 생각하곤 한단다.

 

 

 

 

 

 

 

그건 그렇고,

지난 9월 어느 날부터 아리에게 처음으로 시작한 ‘화살표⇒’ 공부.

할머니가 종이로 크고 작은 화살표들을 오려서 아리가 데이케어에서 올 시작 쯤 되어 현관에서부터 거실 쪽으로, 거실에서 이층 계단으로, 또 아리 방 쪽으로… 늘어놓았다.

엄마와 함께 데이케어에서 돌아온 아리가 매우 재미있어하였다.

화살표에 대한 개념을 이해시키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후로도 가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반복을 했다.

화살표에 대한 용법을 익히게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엄마가 출산한 이후, 할머니가 전적으로 데이케어에 데려다주고 픽업하면서부터 서브웨이 플렛홈이나 시내의 곳곳에 있는 화살표를 눈에 띄는 대로 설명하고 실행시키고.

그러다가 근래에는 유니온 역에서 스파다이나행 스트리트카로 바꿔타는 과정을 실습시켰다.

 

 

 

 

 

 

 

역구내의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서브웨이와 스트리트 카와 버스의 그림 이해와 거기 함께 있는 화살표방향대로 가기,

물론 많이 어리둥절했지만 반복하는 사이에 많이 익혔고 자신감도 생겼다.

요사이는 아예, 스파다이나 역이나 유니온 역에서

“지금부터 할머니는 아리만 따라갈 거야.”

하고 뒤편에 서서 졸졸 따라간다.

처음엔 당황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스스로 화살표를 찾아내고 방향을 잡아가면서 제법 자신만만하게 역구내를 헤쳐나간다.

 

오, 우리 스마트 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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