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육아일기2-아리랑 도리랑

632-2010년 11월 30일(화)-Dori 가 태어나다!

천마리학 2011. 1. 15. 10:56

 

 

 

 

 

*2010년 11월 30일(화)-Dori 가 태어나다!

 

 

이른 아침, 5시 반경에 아빠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에 간 엄마.

두 사람을 보내며 부디 순산하기를 비는 마음으로 복도 끝에서 사라질 때까지 기도하는 마음으로 배웅했단다. 한편으론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론 이번엔 시간 끌지 않고 쉽게 나을 것 같은 예감이었지.

 

아무리 그렇다 해도 할머니 마음은 불안하고 걱정이란다.

여자가 아기를 낳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기 때문이지.

 

8시 20분경,

아리의 데이케어에 갈 준비를 하느라고 분주한데 울리는 벨소리.

순간 너무 빠른 것 같긴 하면서도 출산? 하는 생각으로 수화기를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지.

“아기가 태어났어요.”8시 15분경.

체중 3.625kg,(아리는3.422kg) 키 53cm(아리는 52cm)

“아리야, 네 동생이 태어났대.”

눈이 동그래지면서 기뻐하는 아리.

 

 


 


그런데 이상해.

할머니가 아침 설거지를 하는데, 찬장의 위 칸에 있는 유리컵을 내리려는데 거리가 좀 멀어서 손이 꼬인 거야. 유리컵을 떨어트리고 말았어. 그런데 바로 그 아래에 있던 영국제 커피 잔(아빠가 작년에 런던으로 출장 갔다 올 때 선물로 네 엄마와 할머니에게 사온 커피 잔인데 영국기 도안으로 그려져 있어서 그렇게 부르지.)이 튀면서 두 개가 움직였다싶은데 아차차, 아래에 있던 영국제 커피 잔의 밑 부분 도리가 턱이 나간 거야. 위에서 떨어진 유리컵도 무사한데 아래에 있던 사기잔이 왜 깨졌을까? 그것도 못쓰게 된 것도 아니고 살펴보니 아랫부분의 도리가 쪽이 떨어져 나간 거야.

참 이상하다.

혹시 이 순간에 도리가 태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할머니의 예감!

컵이 깨졌다는 단순한 생각으론 불길할 수 있기 때문에 할머니가 생각을 고쳐가며 생각했지. 다행히 아랫부분의 도리가 나간 것을 이유 삼으며, 떠 올린 생각. 맞아. 누군가 훌륭한 사람이 태어날 꿈으로 거울이 깨지는 꿈을 꾸었는데, 해몽가를 찾아가서 걱정스럽게 의논을 했더니, 그 해몽을 와장창 소리가 크니 장차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해몽가의 해석이 생각났단다.

 

틀림없어. 우리 도리도 큰 인물이 될 거야. 그리고 지금 태어났다는 걸 할머니에게 영적으로 신호를 보낸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증거로 엄마아빠에게 보여주려고 그 컵을 버리지 않았지.

그런데 네 아빠의 전화를 받고 보니 도리가 태어나는 시간쯤이었던 것 같아.

틀림없어.

고맙다 도리야!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태어났다고 신호를 보내주어서.

반갑다 도리야. 우리에게 와줘서.

^*^

 

 

 

할머니는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아리와 함께 데이케어에 갔지.

스트리트 카 안에서도, 서브웨이 안에서도 마음이 둥둥.

 

데이케어에 아리를 데려다 주고 세인트 마이클 병원으로 향했지.

가는 도중에 컬리지 스트리트 앤 영스트리드 근처의 쇼핑몰에서 화분 2개를 샀단다.

사각의 유리화분에 흰색, 검정색, 팥색, 회색의 돌들을 층층이 깔려있는 행운목 두 그루. 전체 높이가 30cm 쯤.

 

아리야, 할머니는 네 엄마를 키우면서 항상 기쁘고 감사했지만 그 중에서도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특별히 좋은 꿈을 꾸었지.

그 특별한 꿈 중에서 네 엄마가 대학에 갈 때의 꿈이었는데 커다란 행운목에서 삼색의 줄기가 솟아오르고 삼색의 꽃이 피는 걸 보았단다.

그래서 할머니는 행운목에 대한 특별한 뜻을 부여하고 있지.

우리 귀한 도리가 태어났는데, 우리 귀한 아리와 도리를 생각해서 샀지.

 

아리에게 어느 걸 선택하겠느냐고 했더니 검정색 돌이 있는 것을 선택하더구나.

굿 초이스!

자연히 팥 색갈이 있는 것은 도리목이 되었으니까.

아리와 도리의 이름을 써 붙여서 창가에 나란히 두었어.

^*^


 

 

 

 

수려한 모습의 도리.

우리 도리의 첫인상이었지.

처음 대하는 도리의 모습이 갓난아기인데도 깨끗했어. 머리카락도 제법 길고 새까맣고. 두 눈도 크게 뜨고 얼핏 웃는 모습을 하는데 오른쪽 뺨에 보조개가 살짝 지더구나.

정말 일반적으로 보는 갓난아기모습과 달랐어.

깨끗하고, 이목구비가 둥두렷하게 서글서글하고, 갓태어난 것 같지 않고 그리고  

오빠보다 아주 조금 컸지.

오빠처럼 속쌍카풀 진 눈이 크고 새까만 수정구슬 같았지.

오빠가 태어날 때와 똑 같이 가운데 발가락이 약간 작은듯한 느낌.

울음소리도 또록또록했단다.

 

할머니는 수상식에 불참했어도 그런 건 생각되지도 않더구나.

내내 입원실에 함께 있다가 오후에 아빠가 데이케어에 가서 아리를 픽업해서 같이 들이닥쳤지.

신기해 하는 아리.

“하이, 도리!”

아리에게 오빠로서의 첫 인사를 했지.

 

우리 가족 모두가 너무 행복해.

할머니는 너무 행복해.

 

도리는 말일이라도 11월에 태어났으니 11월생이다.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모두가 언제 나올까? 하고 점쳤었다.

의사들은 둘째라서 좀 더 일찍 나올 확률이 많다고 했고, 담당의사인 닥터 임도 마지막 상태를 점검하는 21일에 주말(27, 28일)에 나올 거라고 했었다.

아빠는 12월 1일로 점쳤다. 엄마가 할머니에게 물었을 때 할머니는 아무 날이나 상관없지만 11월말일거라고, 11월 말에 태어나면 좋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 12월생은 여럿 있으니까. 그리고 11월생, 하면 가을이라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하고 대답했지.

 

 

 

그런데 마침 할머니의 경희해외동포문학상의 대상수상 시상식이 11월 30일 뉴욕에서 있어서 참석할 수가 없다고 했더니 주최 측에선 할머니가 대상인데 참석하지 않으면 서운하다고 하면서 가능하면 꼭 참석하면 좋겠다고 했어.

말로는 그렇게 노력해보겠다고 했지만 이미 할머니 마음속에는 안 간다는 결정을 내리고 있었지. 주최 측인 김종휘 교수랑 이봉일교수랑은 시상식에 참석하게 하려고 아기더러 빨리 나오라고 부탁하라고 할 정도였다.

 

엄마는 어떻게든 할머니가 시상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혼자서 당일치기로라도 다녀오세요, 하고 신경을 썼지만 할머닌 아예, 불참하기로 작정하고 있어서 그런 염려를 일거에 물리쳤었다.

 

그런데 도리가 정말 11월 30일 아침 8시 06분에 태어났다.

 

와, 우리 도리. 할머니 말대로 나와 주다니. 이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