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우리 중의 누구는 * 권 천 학
우리 중에 누구는 쇠 날을 싸잡아 힘 잡아주는 대패가 되고 우리 중의 누구는 싸늘하게 식어 살아있는 날이 되고
우리 중에 누구는 대패 날에 깎이어 반들반들 모양새 갖추어 다시 태어나고 우리 중에 누구는 쇠 날과 대패 사이에서 대패 밥으로 으스러지고 말기도 한다
운명이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는 절대로 믿지 않는다. 하늘이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도 때로는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하늘이 스스로 돕는 자를 도울 때까지 우리는 살아있기 어렵고, 기대할 수도 없다. 공평한 것은 오직 시간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 단호하고 엄중하다. 그리고 그것 역시 때로는 불공평하다. 주어진 능력에 따라 시간의 쓰임새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운명이 공평하다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다만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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